
육지와 제주 사도이, 배로 한 시간 반을 더 들어가야 닿는 바람의 섬 추자도. 그 섬의 작은 분교 신양분교에는 학생 세 명, ‘추자도 삼총사’가 있다.
본교에서는 폐교 위기까지 몰렸던 분교를 지키기 위해 돌아온 11세 김성숙과, 제주에서 전학 온 10세 성하은·9세 성하진 남매가 모여 스스로를 ‘삼성이’라 부르며 웃음소리를 채운다.
한때 학생 수가 600여 명에 달했던 신양초등학교는 인구 감소로 점차 학생 수가 줄며 분교가 되었고, 휴교 위기까지 겪었다. 그러나 분교 출신인 성숙이와 그의 아버지의 결정으로 성숙이는 2년 전 신양분교로 전학을 와 학교를 지켰다. 이어 작년 9월, 남매가 전학 오면서 분교는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
아이들은 아침 등교 후 우유를 함께 마시고, 나팔꽃에 물을 주며 교실에서 나란히 공부한다. 4·5학년 복식학급과 3학년의 일대일 수업이 이어지고, 직접 부화장을 만들어 병아리를 키우는 등 분교의 생활은 작지만 풍요롭다. 밭에서 수확한 수박과 참외로 즉석 과일 파티를 열고, 급식은 분교 위의 중학교에서 함께한다. 학교는 세 아이에게 친구이자 놀이터이자 배움터다.


아버지 성열승(47) 씨는 추자중학교 행정실로 발령받아 가족을 추자도로 이끌었다. 가족은 학교 옆 관사에서 생활하며, 매일 저녁 함께 노을을 본다. 아버지의 출퇴근 길 바다 풍경은 아이들의 일상에 평온을 더해주고, 가족은 섬의 자연과 함께 성장하고 있다.
가을철 추자도는 삼총사의 놀이터다. 작은 부화장에서 병아리가 태어나자 아이들은 먹이를 주고 청소하며 책임감을 배웠고, 해변에서는 보말과 문어를 주워 학교에서는 문어 파티가 벌어지기도 했다. 목요일이면 본교인 추자초등학교로 가 본교·분교 합동 ‘추자밴드’ 연습에 참여하는 삼총사는 피아노·실로폰·타악기를 맡아 공연 준비에 한창이다.
“첨벙첨벙 고기잡이, 푸릇푸릇 잔디에서 같이 뛰놀자”라며 삼총사가 직접 지은 ‘삼성이의 노래’가 맑은 가을 공기를 타고 울려 퍼진다. 학교가 작아도, 친구와 선생님이 있고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경험이 풍성한 이들의 하루하루는 추자도의 햇살만큼 또렷하다.
20일 방송되는 KBS1 '인간극장'에서는 작은 분교와 그 안에 피어난 아이들의 일상, 가족의 결단과 공동체가 만들어내는 온기를 잔잔하게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