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5년간 성형외과, 피부과 등 이른바 '돈이 되는' 선택 진료 과목 의원 수는 크게 증가했지만, 아이가 아플 때 달려갈 동네 소아청소년과 의원은 오히려 감소하는 등 진료과목별 양극화가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국민 보건의 근간이 되는 필수의료 체계의 공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미애 의원(국민의힘)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받은 '의원급 표시과목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성형외과는 991개소에서 1천195개소로 20.6% 늘었다.
같은 기간 피부과는 11.8%, 마취통증의학과는 20.4% 증가하는 등 미용 및 비급여 진료 항목과 관련이 깊은 과목들의 뚜렷한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대표적인 필수의료 과목인 소아청소년과는 2천227개소에서 2천187개소로 1.8% 감소했다. 산부인과는 1천311개소에서 1천321개소로 0.8% 증가하는 데 그쳐 정체 상태를 보였다.
이런 경향은 올해도 지속돼 올해 8월 기준으로 성형외과와 피부과는 증가세를 이어갔으나 소아청소년과는 2천175개소로 감소 폭이 더 커졌다.
신규 개원 시장에서의 쏠림 현상 역시 분명했다. 지난해 새로 개업한 의원 1천996곳 중 성형·피부·마취통증의학과가 차지하는 비중은 12.1%(242곳)였지만, 소아청소년과와 산부인과는 합계 5.9%(118곳)에 불과했다.
개업과 폐업을 모두 반영한 순증감 현황을 보면 격차는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해 한 해 동안 피부과는 45곳, 마취통증의학과는 43곳이 순증했으나, 소아청소년과는 5곳, 산부인과는 9곳 순증에 그쳤다. 특히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소아청소년과는 개업보다 폐업이 많아 15곳이 순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김미애 의원은 "신규 개업과 과목 등록이 선택진료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며 "소아청소년과는 줄고 산부인과 증가 폭이 미미한 상황은 저출산·고령화 속에서 국민 건강과 안전을 직접적으로 위협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장기화할 경우 '소아과 오픈런' 같은 진료 대란이 일상화되고 분만 인프라가 붕괴해 지방이나 취약 계층부터 필수의료 공백의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김 의원은 "아이를 낳고 키우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분만 취약지 해소와 소아 진료 공백을 막을 수 있는 맞춤형 대책이 절실하다"며 "정부는 필수의료 과목 지원을 위한 인력 및 수가 구조 개선에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