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1 ‘인간극장’이 9월 8일(월)부터 12일(금)까지 오전 7시 50분 방송하는 5부작 ‘피어라 선옥’에서 충북 옥천을 무대로 살고 있는 50세 미용실 원장이자 10년 차 복숭아 농부 김선옥 씨의 일상을 비춘다.
스무 살에 엄마가 되고 마흔다섯에 손주를 본 ‘젊은 할머니’ 선옥 씨가 쉼 없이 달려온 세월을 지나, 비로소 자신의 꽃을 피워내는 과정을 담아낸다.
선옥 씨는 아침엔 복숭아 밭에서 수확을 돕고, 낮에는 22년 차 미용실 원장으로 ‘동네 언니’들의 전담 미용사가 된다.
머리를 하러도, 땀을 식히러도, 동네 소식을 나누러도 모이는 정겨운 사랑방 같은 미용실에서 “이렇게 젊은데 벌써 할머니냐”는 놀라움과 부러움을 동시에 받는다. 삼 남매를 모두 독립시킨 뒤 쉰 살에 손주 셋을 두게 된 그의 삶은 빠르고도 단단했다.
선옥 씨의 파란만장한 인생은 고등학교 2학년, 지역 축제에서 택시를 몰던 ‘군인 오빠’ 곽영섭(55) 씨와의 만남에서 시작됐다. 방위병으로 낮엔 근무, 밤엔 택시 운전을 하던 성실한 청년에 반한 여고생의 사랑은 곧 스무 살의 결혼으로 이어졌다. 고추 농사와 LPG 가스 가게, 시댁 마을로의 이사와 잦은 제사까지, 어린 새댁과 ‘옛날 남자’의 충돌 속에서도 두 사람은 수많은 고비를 함께 넘었다.
세월은 부부에게 변화를 남겼다. 삼 남매를 떠나보내고 둘만 남자 영섭 씨가 먼저 달라지기 시작했다. “아내의 인생이 애틋하고 미안해졌다”며 챙기지 못했던 생일을 챙기고, 밥상을 들어주고 쌀을 씻는 작은 변화들이 쌓였다.

누군가에겐 평범한 일상이 이 집에선 기적이 되었고, 선옥 씨는 “요즘이 신혼 같다”고 웃는다. 어느 늦은 밤, 핫팬츠를 입고 외출하려는 ‘젊은 할머니’를 못마땅해하는 남편의 구시대적 표정마저도 이제는 서로를 닮아가는 유쾌한 일상의 한 장면이 된다.
‘여자 김선옥’의 시간도 피어난다. 처음엔 살림에 보태려 시작했던 미용실이 이제는 자신의 아지트가 되었고, ‘젊은 스타일을 해주는 미용실’로 이름나 지역 미용협회 구역장까지 맡는 등 존재감을 넓혔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된 맏딸 혜은(31) 씨는 “이제야 엄마가 더 대단해 보인다”며 누구보다 든든한 응원이 된다.
12일 방송에선 막바지 복숭아 수확을 마무리한 뒤, 부부가 진해에 사는 딸의 집을 처음으로 찾는다. 사돈들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고, 11년 전 혜은 씨가 부사관 후보생 임관식을 치렀던 진해루에서 가족의 추억을 소환한다. 쉼 없이 50년을 달려온 선옥 씨가 “이제 활짝 필 일만 남았다”는 다짐처럼, 늦게 피는 꽃이 더 진한 향기를 품듯 그의 두 번째 인생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