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건뉴스=김민영 기자] 현대자동차가 지속가능한 미래차 전략의 일환으로 식물성 가죽 상용화에 나선다. 뉴욕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 ‘언케이지드 이노베이션스(Uncaged Innovations)’와 손잡고 전통 가죽의 외형과 촉감, 심지어 특유의 향까지 구현할 수 있는 대체 소재를 개발해 차량 내장재에 적용하기 위한 본격 협력에 돌입한 것이다.
이번 협업은 자동차 인테리어 시장에서 고급감과 친환경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완성차 업계의 흐름을 보여준다. 특히 현대차는 전기차, 친환경차 등 미래차 전환 과정에서 ‘지속가능한 럭셔리’를 핵심 가치로 내세우며 소재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동물 가죽이 안고 있는 환경 부담과 윤리적 논란을 줄이면서도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프리미엄 감각을 그대로 살리는 것이 목표다.
언케이지드 이노베이션스는 식물 단백질과 바이오기술을 활용해 기존 가죽과 유사한 물성을 구현하는 데 주력해 왔다. 이 과정에서 동물 사육으로 인한 메탄가스 배출과 가죽 가공에 필요한 대규모 수자원 사용 문제를 근본적으로 회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대차는 해당 기술이 자사의 지속가능성 전략과 맞닿아 있다고 판단, 자동차용 내장재로 확대 적용할 수 있는 길을 함께 모색하기로 했다.
이 스타트업의 소재가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외형적 유사성에 그치지 않고 ‘가죽 냄새’까지 재현했다는 점이다. 천연 화합물을 직물에 주입하는 독자적 기술을 통해 가죽 특유의 향을 구현해내며, 기존 비건 레더가 만족시키지 못했던 소비자 경험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자동차 인테리어에서 후각적 요소는 감성 품질을 좌우하는 만큼, 이는 경쟁사 대비 차별화된 강점이 될 수 있다.
현대차는 단순한 투자자가 아니라 전략적 파트너로서 언케이지드와 손을 잡았다. 소재 개발 단계에서부터 대량 생산 가능성을 검증하고, 실제 차량에 적용할 수 있도록 내구성 기준을 함께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차량용 내장재는 장기간 햇빛, 온도 변화, 마찰 등에 노출되기 때문에 마모, 자외선, 열 저항성이 필수인데, 현대차는 축적된 제조 역량을 통해 이러한 검증 과정을 지원한다. 이를 통해 새로운 소재를 아이오닉 시리즈와 같은 전기차 라인업에 적용해 ‘친환경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화할 계획이다.
환경적 효과 또한 크다. 언케이지드가 개발한 소재는 기존 가죽보다 물 사용량을 최대 95%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물 가죽을 둘러싼 동물 복지 논란에서도 자유로우며, 공급망 전반의 탄소배출을 줄여야 하는 ‘스코프3 배출’ 규제 대응에도 유리하다. 이는 단순히 현대차 한 기업의 선택을 넘어, 자동차 산업 전반의 소재 조달 구조를 바꾸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협력은 현대차가 오랫동안 이어온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의 연장선상에 있다. 현대차는 이미 ZER01NE, 현대 크래들(CRADLE) 등을 통해 글로벌 스타트업과 파트너십을 구축하며 미래차 핵심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올해 초 CES 2025에서도 인공지능, 로보틱스, 친환경 소재 등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과 협업 결과를 공개하며 혁신 행보를 이어갔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례가 단순한 기술 협력을 넘어 시장 전환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글로벌 자동차 인테리어 시장 규모는 2030년까지 1천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며, 친환경 소재의 비중은 점차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테슬라와 BMW 등 경쟁사들도 비건 레더를 도입하고 있으나, 현대차는 촉각과 시각, 후각까지 아우르는 ‘감각적 진정성’을 무기로 차별화를 꾀한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시도가 전통 가죽 공급망을 흔들고 바이오 소재 산업을 성장시키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본다. 동시에 친환경 소비 트렌드와 맞물려 자동차를 ‘지속가능한 럭셔리 공간’으로 재정의하는 움직임이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가 선택한 식물성 가죽은 결국 기술 혁신과 소비자 경험, 환경적 책임을 동시에 잡으려는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새로운 해법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