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national Women's Day 행사 참석 후기

[ 사례뉴스 ] / 기사승인 : 2025-03-13 01:11:21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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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뉴스=김다혜 필진기자]



이 글은 ‘International Women’s Day 2025’ 행사에 참여한 후기입니다.

워킹맘, 그리고 일하는 여성들이 모여 도전과 용기, 응원을 나눈 자리.

각자의 자리에서 흔들리고 고민하는 우리들이 함께했던 시간.



"Hidden Potential, New Challenge, Fearless Courage, Heart of Cheer"

(숨겨진 가능성, 새로운 도전, 두려움 없는 용기, 응원의 마음)



무대에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길을 만들어가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 응원대장 올리부 님 : 모더레이터, 회사원 29년 차, 응원대장, 작가, 리추얼 메이커, 일상기록가

- 권윤정 님 : 브랜딩 에이전시 히즈 대표 7년 차, 스타트업 리솔츠 3년 차

- 허한나 님 : 웰니스 뷰티 브랜드 리솔츠 해외영업 담당

- 정유미 님 : 포포포 대표, 창업 7년 차, 650km 원격 리모트 워커

- 임한나 님 : 패브릭토리 대표, 창업 8년 차, 감성 콘텐츠 기획자, 키즈 스토리 메이커, 키즈 체험 디렉터

- 장은희 님 : 여성들로부터 영감을 받은 친환경 브랜드 Muse Inspired by You 대표























"엄마가 되면 내가 망하는 게 아닐까요?" 포포포 매거진의 정유미 대표님이 들었다는 질문이다. 그 말에 바닥이 내려앉았다. 질문이 아니었다. 아니라고, 망하지 않는다고 말해달라는 이야기였다. 가만히 그 문장을 되뇌었다.



망할까?

망하지 않을까?

그 사이 어딘가에서 흔들리는 얼굴들이 떠올랐다.



나는 일을 너무 사랑해서 아이를 낳지 않기로 했다. 엄마라는 역할을 선택한 순간 나는 '나'로서 존재하기 힘들 거라 생각했다. 가끔은 그게 가장 솔직한 선택이었다 생각했다. 하지만 다른 삶의 내가 있다면? 내가 아이를 낳은 삶, 내가 커리어와 아이를 모두 지키는 삶, 그렇게 꿈을 이루는 삶. 그곳의 나는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엄마가 되기를 선택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했다. 내가 떠안지 않은 고민을 그들은 어떻게 끌어안고 있는 걸까.









에블린은 수천 명 봤지만 당신 같은 사람은 없었어

이루지 못한 목표와 버린 꿈이 너무 많아

최악의 에블린으로 살고 있는 거야.

당신이 실패의 길을 택했기에 다른 에블린들이 성공했던 거야

다른 인생으로 가는 길은 보통 몇 개 안 돼

그런데 당신은.. 무엇이든 할 수 있어. 무엇이든 너무 못하니까.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대사



엄마들은 무엇이든 할 수 있어. 무엇이든 너무 망했으니까.



사회는 엄마에게 배려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배려는 자리의 축소와 기회의 삭제로 이어진다. 출산 후 복직한 자리에는 더 이상 이름이 없다. 회의 테이블에서 목소리를 내는 건 다른 사람이다. 자리에서 밀려나면서 조용히 스스로를 의심하는 순간들이 쌓인다. 집에서조차 자격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아이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지 못했다는 죄책감, 일을 선택한 내가 이기적인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 육아와 커리어 모두 어중간하다는 무력감. 이 모든 것이 쌓이며 망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생각이 자리를 잡는다. 이제 끝난 걸까? 자리도, 이름도, 역할도. 그냥 그렇게 사라지는 걸까? 망하는 건 원래 이렇게 조용하게 오는 걸까?



"엄마는 일하는 게 좋아?" 아이는 아무렇지도 않게 묻는다. 사회도 동료도 아닌 아이의 질문에 순간 멈칫했다. 정말 좋아서 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그냥 해야 하니까 하고 있는 걸까? 망한 엄마의 곁에서 아이들은 엄마를 보고 있다. 엄마가 일하는, 고민하는, 흔들리는 순간을. 그리고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출산일까지 랩탑을 놓지 못하는 엄마 옆에는 우주가 보내준 다정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후배의 일을 대신 맡아주는 선배들, 동료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오래 남아주는 대표님, 언니가 지켜줄게,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가까이에서 엄마를 지켜봐 주는 존재 아이.



우리는 아이를 지켜준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아이들이 먼저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엄마가 무언가에 몰입할 때, 엄마가 빛나는 순간을 포착해 준다. 그리고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엄마는 무엇이든 할 수 있어." 엄마의 일은 아이와 멀어지게 이유가 아니라, 어쩌면 가까워지게 하는 방식일 수도 있다. 엄마로서의 삶과 커리어는 서로를 갉아먹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용기를 내어 아이를 일이라는 삶에 틈입시키라는 것. 아이에게 엄마의 일을 보여주라는 것.



우주에서 가장 외로운 엄마들이 모인 곳, 그 행사장에서 우리는 서로를 마주 봤다. 일과 육아 사이에서 흔들리는 사람들, 좋은 엄마가 되고 싶지만 버거운 사람들, 계속해서 실패하고, 계속해서 버티는 사람들. 엄마의 정석에 들어가지 못하는 사람들. 육아서를 보며 좌절하는 사람들. 늘 뭔가 이룰 기회를 놓쳤을까 전전 긍긍하는 엄마들. 삶의 레퍼런스가 필요한 엄마들. 그리고 그 순간 깨달았다. 우리는 서로를 위해 우주가 보내준 사람들이라는 것을. 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모르는 여성 후배를 위해 직장에서 버티는 사람들이라는걸. 그러니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망해도 괜찮다고. 우주는 여전히 흔들리는 엄마에게 계속 다정한 사람들을 보내줄 것이고, 우리는 계속해서 길을 찾아갈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끝내 망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엄마니까. 엄마들은 무엇이든 너무 망해봤으니까. 그래서 무엇이든 할 수 있으니까.



다시, 나는 일을 너무 사랑해서 아이를 낳지 않기로 했다. 그 선택이 정답이었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건 각자의 자리에서 흔들리는 우리는 결국 비슷한 질문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어떤 행복을 꿈꿀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미지를 내 현실로 받아들이고 긍정할 것인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며, 흔들릴 수밖에 없는걸 알면서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간다.



어떻게 그러셨어요?

어떻게 그리 쉽게 절 보내셨어요?

절 자랑스러워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마침내 제가 사랑스러우니까요.

하나부터 열까지 걱정이신 건 알아요.

애가 저처럼 되지 않도록 매일 같이 기도했어요.

그런데 제 딸은 고집불통에 우왕좌왕하고 엉망이에요.

엄마랑 똑같이. 이제야 깨닫지만, 엉망이라도 괜찮아요.

얘도 저처럼 그 부족함을 메워줄

다정하고 인내심 많고 너그러운 사람을 우주가 보내줄 테니까.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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