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열리기 전 만났던 원태인(삼성 라이온즈)의 말이었다.
LG는 “자유계약(FA)을 통해 삼성으로 이적한 최원태의 보상 선수로 투수 최채흥을 지명했다”고 13일 밝혔다.
삼성은 이달 초 4년 최대 70억 원(계약금 24억 원, 연봉 합계 34억 원, 인센티브 합계 12억 원)의 조건에 최원태를 품에 안았다. 최원태는 FA A등급이었다. 규정에 따라 삼성은 LG에 보호선수 20명 외 1명과 최원태의 전년도 연봉 200%(8억 원)를 내줘야 했다.
LG는 10일 삼성의 보호선수 20명 명단을 확인했고, 고심 끝에 최채흥을 선택했다.
대구상원고, 한양대 출신 최채흥은 2018년 1차 지명으로 삼성의 부름을 받은 좌완투수다. 통산 117경기(486.1이닝)에서 27승 29패 5홀드 평균자책점 4.59를 기록했다.
특히 최채흥은 2020시즌 큰 존재감을 드러냈다. 26경기(146이닝)에 나서 11승 6패 평균자책점 3.58을 기록, 선발진 한 자리를 든든히 지켰다.
이후 상무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2023시즌 중반 돌아온 최채흥. 하지만 그는 기대만큼의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해당 시즌 15경기(63.1이닝)에 출전했지만, 1승 7패 평균자책점 6.68에 그쳤다. 이어 2024시즌에도 14경기(20이닝)에 모습을 드러냈으나, 1홀드 평균자책점 6.30에 머물렀다. 이후 LG가 보상선수로 그를 지명함에 따라 최채흥은 선수 생활 첫 이적을 경험하게 됐다.
자연스레 삼성 동료들과 이별하게 된 최채흥. 특히 올해 28경기(159.2이닝)에서 15승 6패 평균자책점 3.66을 마크, 다승왕에 오른 원태인은 최채흥과의 헤어짐을 더욱 아쉬워했다.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열리기 전 만났던 원태인은 “(최채흥 형은) 저와 같이 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히 돌았던 투수였다. 아쉬운 마음이 든다”며 “좋은 자극제였다”고 전했다.
원태인은 최채흥보다 1년 늦은 2019년 삼성에 입단했고, 동료이자 경쟁자로서 동고동락하며 성장해왔다. 하지만 이제 두 선수는 그라운드에서 적으로 만나게 됐다.
원태인은 “2020년 (최)채흥이 형이 토종 투수 중 1등을 했다. 우리 팀 토종 에이스로 활약을 했다. 제가 그것을 따라 잡으려 노력했다. 덕분에 성장할 수 있었다 생각한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그는 “(최채흥 형이) LG로 가서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아직 연락은 못 했다. 오늘 시상식 끝나고 연락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역 후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최채흥은 선발과 불펜 등에서 여전히 쓰임새가 많은 자원이다. 자신의 기량만 만개시킨다면 원태인의 바람처럼 큰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을 터. LG 역시 최채흥의 잠재력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LG는 최채흥의 영입을 알리며 “충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고, 2020년에는 선발투수로 11승을 올리며 본인의 실력을 증명한 선수”라면서 “커리어하이를 기록했던 2020년의 모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본인의 모습을 찾는다면 젊은 선수로서 팀의 국내 선발 한 자리를 담당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과연 최채흥은 LG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
[이한주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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