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시대는 오지 않았다” 황선홍 감독 말에 공감한 이순민 “우린 K리그1 잔류에 만족하지 않는다” [이근승의 믹스트존]

[ MK스포츠 축구 ] / 기사승인 : 2024-11-23 06:55:01 기사원문
  • -
  • +
  • 인쇄
“대전하나시티즌은 K리그1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서 우승을 다툴 수 있는 팀으로 성장해야 합니다. 성패는 우리의 의지에 달려 있습니다. K리그1 잔류에 만족하지 않고 계속 나아가겠습니다.” 이순민(30·대전)의 얘기다.

대전은 11월 10일 인천 유나이티드 원정에서 2-1로 승리하며 올 시즌 최종전 결과와 관계없이 K리그1 잔류를 확정했다.

대전은 올 시즌 K리그1 37경기에서 11승 12무 14패(승점 45점)를 기록 중이다. K리그1 12개 구단 가운데 9위다. 대전은 강등권인 10위 전북 현대에 승점 4점 앞선다. 대전은 최종전인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홈경기에서 패해도 9위를 유지한다.



이순민은 10일 인천전에서 늘 그렇듯 몸을 아끼지 않았다.

이순민은 거친 몸싸움을 피하지 않았고, 상대의 강력한 슈팅을 온몸으로 막아내길 반복했다. 공이 골라인을 넘어갈 즈음엔 몸을 날려 볼 소유권을 가져왔다.

올 시즌 K리그1 25경기에 출전해 대전의 잔류에 이바지한 수비형 미드필더 이순민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대전이 인천을 잡아내고 K리그1 잔류를 확정했습니다.

양 팀 모두 간절한 경기였죠. 승리가 절실했던 한판이었습니다. 인천 원정은 역시나 어려웠어요. 대전이 이 장소에서 아픈 기억이 많았던 이유를 알 수 있었죠. 하지만, 우린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아팠던 모든 기억을 모조리 끊어내고자 했어요. 선수들이 흘린 땀과 강력한 의지가 그라운드 위에서 나타나지 않았나 싶습니다.

Q. 올 시즌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도 변함없이 몸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어떤 각오로 경기에 임했습니까.

어떤 상황에서든 절대 피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경기장 안에서 제가 해야 할 역할이 그런 것이거든요. 팀의 실점을 막고 패하지 않도록 하는 것. 제 마음가짐을 그라운드 위에서 보여주고자 모든 걸 쏟아냈습니다. 팀의 주축 선수로서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게 그 어떤 말보다 울림을 줄 것이라고 봤고요.

Q. 인천전 후반 추가 시간이 무려 8분이었습니다. 경기가 종료됐을 때 어떤 기분이었습니까.

추가 시간을 보고서 놀랐죠(웃음). 시간이 조금 긴 것 같았거든요. 또 8분이란 시간이 정말 안 가더라고요. 계속해서 정신을 다잡으려고 힘썼습니다. 마음속으로 ‘어떻게든 버텨야 한다’고 계속 외친 듯해요. 힘들게 여기까지 왔는데 마지막 몇 분 때문에 다잡은 승리를 놓칠 순 없잖아요.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을 땐 ‘이겨서 다행’이란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습니다. 다른 구장 결과는 전혀 모르는 상태였어요. 벤치에 물어봤죠. ‘잔류 확정’이란 답이 돌아왔습니다. 팬들 앞에서 K리그1 잔류의 기쁨을 나누는 데 울컥하더라고요. 다사다난(多事多難)한 한 해였습니다. 황선홍 감독께도 감사하지만 이민성 전 감독님 생각도 많이 났어요.



Q. 이유가 있습니까.

이민성 감독께서 대전으로 이적한 제게 큰 믿음을 주셨습니다. K리그2에 머물렀던 대전을 K리그1으로 승격시킨 것도 이민성 감독님이셨죠. 이민성 감독께서 팀을 떠나실 때 선수들에게 이런 말을 해주셨어요.

Q. 어떤 이야기를 해주었습니까.

이민성 감독님이 “너희들이 대전을 K리그1에 잔류시킬 것이라고 믿는다”며 “그래야 내가 강등 감독이 안 되는 것”이라고 웃으면서 말씀해 주셨어요. 이 말이 제겐 또 하나의 동기부여였습니다. 시즌 중 팀을 맡아주신 황선홍 감독께선 흔들릴 수 있는 팀의 중심을 꽉 잡아주셨어요. 베테랑 선수들도 각자의 위치에서 제 역할을 해주면서 K리그1 잔류란 목표를 이루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 모든 과정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면서 더 울컥한 것 같아요. 팬들이 마지막엔 활짝 웃어주셔서 참 다행인 시즌인 것 같습니다.



Q. 황선홍 감독이 시즌 중 팀을 맡았지만 상황이 빠르게 바뀐 건 아니었습니다. K리그1 최하위(12위)까지 내려앉는 등 경기력과 결과 모두 저조했었는데요. 이 시기를 극복하고 놀라운 상승세를 보이며 잔류를 일궈냈습니다. 반등할 수 있었던 특별한 계기가 있었습니까.

저도 신기해요(웃음). 하루아침에 바뀐 건 아닐 겁니다. 훈련장에서부터 우리가 해야 할 것에 집중하려고 했습니다. 황선홍 감독께선 팀과 선수가 해야 할 걸 명확하게 짚어주셨죠. 또 훈련장 분위기가 가라앉지 않도록 신경 써 주셨어요. 경기 결과가 어떻든 훈련 분위기만큼은 항상 밝게 만들어주셨죠. 선수들도 최대한 즐겁게 훈련에 임했고요.

대전에서 첫 시즌을 보내면서 이런 것이 대전의 문화이자 장점이란 걸 느꼈습니다. 그런 환경에서 훈련하다 보니 팀이 점점 좋아지는 걸 확인했고요. 서로를 믿고 나아간 게 반등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이지 않나 싶습니다. 경기를 한 번 두 번 이기면서 자신감이 붙었고, K리그1에 잔류할 것이란 확신이 생겼었고요.

Q. 광주 FC를 떠나 대전에서의 첫 시즌을 마쳐갑니다. 시즌 최종전만 남겨둔 상태인데요. 대전에서의 첫 시즌을 돌아보면 어떻습니까.

힘든 순간이 많았습니다. 슬픈 순간도 있었죠. 아팠던 날도 있었고요. 제가 광주를 떠나 대전으로 향한 이유입니다. 다양한 경험을 쌓고 싶었어요. 새로운 환경에서 지금보다 더 성장하기 위해 이적을 택한 거거든요. 그래서 피하지 않았습니다. 현실을 인정하고 이겨내기 위해 더 땀 흘렸습니다. 계속 버티고 싸우다 보면 반드시 좋은 날이 올 것이란 믿음이 있었어요. 저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을 겁니다. 저와 대전 모두 지금보다 더 높이 올라서야 해요.







Q. 황선홍 감독은 인천전을 마친 뒤 어떤 이야기를 해주었습니까.

황선홍 감독께서 “대전의 시대는 오지 않았다”는 말을 해주셨어요. 강조하셨습니다. 선수들도 그 말에 크게 공감했고요. 대전은 K리그1 잔류란 성과에 만족해선 안 되는 팀입니다. 대전 모든 구성원이 같은 생각이에요. 대전은 K리그1과 ACL에서 우승을 다툴 수 있는 팀으로 성장해야 합니다. 성패는 우리의 의지에 달려 있습니다.

올 시즌 많은 경험을 쌓았습니다. 이 경험을 토대로 더 강한 선수, 팀이 될 수 있도록 다 같이 땀 흘리겠습니다.

Q. 대전이 올 시즌 후반기 극적인 반등을 이루고 K리그1에 잔류할 수 있었던 데는 팬들의 성원도 있었습니다. 대전 팬들은 홈이든 원정이든 선수들에게 대단한 성원을 보내줬습니다. 이순민은 팬들에 대한 사랑이 큰 선수잖아요. 팬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 팬들은 선수들이 몸을 풀 때부터 엄청난 응원을 보내주세요. 인천 원정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응원을 보내주셨어요. 선수끼리 감탄하면서 몸을 풀었던 것 같아요. 팬들의 그런 성원이 인천 원정 승리로 이어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항상 얘기하지만 저는 대전이란 팀에 온 걸 단 한 번도 후회하지 않았습니다. 팬들의 엄청난 열정과 사랑 때문이지 않나 싶어요. 팬들을 보면서 확신했습니다. 대전은 지금보다 더 발전할 수 있는 팀이고, 꼭 그렇게 되어야 한다는 걸 말이죠. 내년엔 올해와 다른 위치에서 다 같이 웃을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

[인천=이근승 MK스포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글자크기
  • +
  • -
  • 인쇄

포토 뉴스야

랭킹 뉴스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