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데일리 조남준 기자] 환경부가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시범 운영하고 있는 세종과 제주에서 일회용컵 사용량이 줄지 않았거나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 매장도 지난해 10월 513곳(81.8%)에서 올해 8월 287곳(41.4%)으로 줄어 참여율이 반 토막 났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김위상(국민의힘) 의원이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세종에서 보증금제에 참여한 카페 1곳이 사용한 일회용컵은 1만6026개로 작년 같은 기간 1만 4446개에 비해 1581개(10.9%) 늘었다.
제주에서는 컵 회수율이 작년 10월 78.3%에서 올해 8월 54.2%까지 떨어지는 등 사용된 일회용컵이 반환되지 않는 문제가 심각했다. 같은 기간 세종과 제주를 합한 전체 회수율 역시 73.9%(130만3031개 중 76만2945개 반환)에서 52.1%(108만6860개 중 56만6347개 반환)로 떨어지며 사용된 일회용컵 절반가량이 회수되지 않았다.
환경부는 일회용컵 재활용을 늘리겠다는 취지로 2022년 12월 세종과 제주에 보증금제를 시범 도입했다. 커피나 음료를 일회용컵에 담아 판매할 때 소비자로부터 300원의 보증금을 받고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것으로, 회수 시스템 구축 등에 3년간 정부 예산만 210억원이 투입됐다.
일회용컵 보증금제와 비슷한 취지로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민간에서 주도하던 ‘1000원짜리 다회용컵 보증금제’ 역시 상황이 비슷하다. (재)행복커넥트가 189억원을 투입해 작년 283개까지 늘었던 참여 매장은 올해 86개로 줄어들었다. 서울은 75곳에서 18곳으로 줄었고, 제주도는 75곳 전체가 일회용컵 사용매장으로 선회했다. 그동안 소비자가 찾아가지 않은 미반환보증금만 39억2500만원에 달한다.
컵 보증금제가 침몰하고 있는 데는 환경부의 오락가락한 정책이 원인 중 하나로 꼽히지만, 애초 현실성 없는 정책이 아니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환경부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를 빼곤 일회용컵에 대해 보증금제를 시행하는 나라는 하나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위상 의원은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지도 회수하지도 못하면서 사용량만 늘린 전형적인 전시행정, 그린워싱이었다”면서 “텀블러 할인 지원 확대 등 더 적은 비용으로 소비자와 소상공인의 일회용품 사용 저감을 유도할 방법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