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뮤지컬 '드라이 플라워', 푸르른 청춘들이 부르는 눈부신 꿈의 노래

[ MHN스포츠 ] / 기사승인 : 2024-10-17 14:30:44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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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순간을 상자 속에 간직해, 잊지 않게"





사진 제공 = 네버엔딩플레이




빛바랜 벽으로 둘러싸인 서울의 한 고등학교. 바스러지는 페인트 부스러기와 쿰쿰한 먼지 떼로 가득한 교실 창문 틈새로 경쾌한 기타 소리가 새어 나온다. 청량하게 울려 퍼지는 세 소년의 합주는 학교에 남은 세월의 흔적을 빛나는 꿈의 조각들로 채운다. "1,2,3,4" 호흡을 맞춰 흐르는 멜로디 안에는 소년들의 우정과 추억, 희망이 가득하다.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엇이든 될 수 있을 거라고 믿던 그 시절, 눈부시게 아름다웠던 여름날의 노래가 시작된다.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과 열정으로 똘똘 뭉친 3인방 지석과 준혁, 성호는 함께 기타를 연주하며 우정을 쌓는다. 시간이 흘러 고등학교 3학년이 된 3인방은 꿈과 현실 사이의 여러 문제에 부딪힌다. 방황의 시기를 겪던 소년들은 수능 전에 마지막으로 의기투합해 오디션에 도전하기로 한다. 낡은 학교 아지트에서 찢겨진 악보 조각을 발견한 3인방은 운명처럼 느껴지는 그 악보로 오디션을 준비한다. 과거의 흔적이 담긴 악보는 3인방처럼 음악을 사랑했던 두 소년의 이야기로 가득한데... 청춘의 추억으로 채워지는 소년들의 노래가 맑은 멜로디를 타고 울려 퍼진다.





사진 제공 = 네버엔딩플레이




뮤지컬 '드라이 플라워'는 메말랐지만 가장 섬세했던 그 시절, 소년들의 성장과 우정을 그린 청춘 뮤지컬이다. 음악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순수한 소년들의 모습은 빛나는 열정으로 꿈을 향해 달렸던 과거의 어느 때를 회상하게 한다. 수채화처럼 맑은 색으로 그려지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보고 있자면 절로 입가에 미소가 피어오른다. 언젠가 커다란 날개를 펴고 마음껏 날아오를 미래를 꿈꿨던 과거의 날들이 눈 앞에 펼쳐지는 듯하다. 드라이 플라워, 메말랐지만 아름다웠던 꽃잎의 빛깔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이 작품이 더욱 의미 있게 느껴지는 이유일 것이다.



'드라이 플라워'의 이야기는 현재와 과거, 두 갈래의 시간을 넘나들며 펼쳐진다. 통기타를 들고 차근차근 박자를 맞추는 현재의 세 소년, 그리고 흐르는 피아노 선율에 조심스레 하모니카 소리를 얹던 과거 두 소년의 모습이 한 무대에 공존한다. 서로 다른 시간 속에 있지만 같은 꿈을 꾸고 같은 노래를 연주하는 소년들의 이야기는 따로, 또 같이 쓰이며 무대를 풍성하게 채운다. 다섯 소년의 시간은 '음악'이라는 하나의 구심점을 두고 흘러간다. 소년들의 노래는 함께 할 때 더 빛나는 아름다운 별 무리처럼 밝고 환한 빛을 내며 울린다.





사진 제공 = 네버엔딩플레이




소년들은 각자의 악기를 쥐고 무대에 오른다. 연주가 시작되고 악기들이 제 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이 작품의 매력은 배가 된다. 약간은 서툴고 투박하게 울려 퍼지는 소리는 라이브 연주의 묘미를 톡톡히 살리며 극에 생동감을 더한다. 아주 정교하지는 않지만, 정말 고등학생들이 창고에 모여 연습한 결과물 같은 풋풋함이 새어 나온다. 그래서일까 가끔 악보를 엇나가는 소리마저도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소년들은 다친다. 때로는 꿈을 가로막는 현실의 벽에 부딪히기도, 때로는 거친 우정에 상처받기도 하며 마음엔 깊은 생채기가 난다. 하지만 소년들은 믿는다. 음악에 대한 자신의 열정을 믿고, 친구들과 함께 쌓은 화음과 추억의 힘을 믿는다. 그리고 소년들은 자란다. 좌절을 딛고 힘차게 일어날 수 있는 사람으로, 밝은 미래를 담을 악보에 음표를 채워나갈 수 있는 사람으로 말이다.





사진 제공 = 네버엔딩플레이




뮤지컬 ‘드라이 플라워’의 무대는 여름과 겨울, 과거와 현재, 맑은 하늘과 비 내리는 하늘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소년들의 상황과 감정을 효과적으로 묘사한다. 특히 물감이 번지듯 부드럽게 이어지는 미디어 아트는 ‘드라이 플라워‘만의 수수하고 맑은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아 보여준다. 언젠가의 추억을 함께 여행하는 듯한 아련한 연출은 시선을 넘어 마음까지 완전히 사로잡는다. 작은 공간에 넓은 세상을 담는 마법을 뮤지컬 ‘드라이 플라워’의 무대에서 볼 수 있었다.



배우들은 진짜 고등학생의 모습을 보는 듯한 풋풋한 연기로 작품의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특히 다섯 명의 적지 않은 인원임에도 각자의 서사를 온전히 전달할 수 있을 정도로 캐릭터에 깊게 동화된 듯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호흡과 팡팡 터지는 케미스트리의 조합도 보는 재미를 더한다. 여기에 더해 라이브 악기 연주까지 모두 완벽히 소화해 내는 배우들의 모습에 그동안의 노력이 고스란히 느껴져 큰 감동을 받았다.





사진 = MHN스포츠 강시언 / [리뷰] 뮤지컬 '드라이 플라워', 푸르른 청춘들이 부르는 눈부신 꿈의 노래




뮤지컬 ‘드라이 플라워’는 푸른 청춘들의 성장기를 아름다운 선율과 함께 그려낸 음악 드라마다. 이 작품은 우리 모두가 지나왔던 아련한 꿈의 기억, 그 빛바랜 추억의 조각을 들여다보는 듯한 신비로운 경험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찬란히 빛나는 소년들의 꿈, 그 순수한 열정 속으로 빠져들고 싶다면 노랫소리가 들려오는 설화고의 교실 문을 한 번 두드려보길 바란다. 어쩌면 그 속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의 자신을 발견할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한편, 뮤지컬 ‘드라이 플라워’는 오는 12월 6일까지 예스24 아트원 2관에서 공연된다.



글, 강시언 문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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