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주의 PBA 분석' 대망의 마지막 순서입니다. 지난 (상), (중)편을 통해 우리는 에버리지, 득점 성공률, 뱅크샷 등 우승자와 선수들이 남긴 '숫자'를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숫자가 승리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이번 (하)편에서는 경기의 시작인 '초구성공율'과 함께, 데이터와 통계의 벽을 넘어서는 '변수(Exception)'도 짚어보고 이를 통해 진정한 챔피언의 자격을 그려 봅니다.
# 초구 성공률 "100점짜리 출발, 미흡한 경기 운영 결과는 딴판"


경기의 시작을 알리는 초구. 이번 시즌 이영훈1(8차), 조건휘(4차), 이충복(4차) 등 많은 선수가 대회 기간 내내 '초구 성공률 100%'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수치상으로는 완벽합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은 32강 또는 16강 문턱을 넘는 데 실패했습니다.
Q. 첫 공격을 100% 성공했는데 왜 졌을까요? 초구는 연습하면 상대적으로 손쉽게 넣을 수 있는 '약속된 플레이'입니다. 진짜 승부는 그 직후인 '2이닝'부터 시작됩니다. 우승자들은 초구 성공률도 70%대로 준수했지만, 그보다 더 뛰어난 능력은 '배치 풀이(Solution)'였습니다. 초구 득점 후 공이 흩어졌을 때, 난구 상황에서 '횡단샷'으로 길을 만들거나 '대회전' 또는 '세워치기' 등으로 공수를 겸비하는 응용력이 좋았던 것이죠. 즉 초구라는 '암기 과목'뿐만 아니라 실전이라는 '응용 문제'까지 잘 푸는 선수가 결국 우승했습니다.
# [반전] "AVG 1.8의 법칙? 이승진은 1.5로 우승했다"
지난 (상)편에서 우리는 "우승하려면 평균 에버리지(Avg) 1.8은 쳐야 한다"는 공식을 확인했습니다. 김영원(2.05), 마르티네스(2.02) 등이 그 증거였죠. 하지만 데이터에는 항상 흥미로운 '예외'가 존재했습니다. 바로 4차 대회(에스와이 챔피언십) 우승자 이승진 선수입니다(초록색 막대).
이승진 선수의 당시 우승 에버리지는 1.506이었습니다. 이는 이번 시즌 우승자 평균(약 1.8)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이며, 전체 선수 평균(1.4)보다 조금 높은 수준입니다. 수치만 보면 '압도적'과는 다소 거리가 먼 우승이었죠.

하지만 바로 이 점이 "당구는 기록 경기가 아니라 냉정한 상대 평가"임을 증명합니다. 이승진은 화려한 득점력 대신, 상대가 실수할 때까지 버티며 기다리는 인내력과 승부처에서 집중력을 발휘하는 '클러치 능력'으로 상대를 제압했습니다. 에버리지가 낮아도, 상대를 나보다 더 못 치게 만들면 이기는 것이 당구입니다. 이승진의 우승은 "반드시 2.0을 쳐야만 우승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희망을 보여준 특유의 '운영 능력'이었습니다.
# [종합] 데이터가 그리는 '차기 챔피언'의 몽타주
지난 6개월간 8개 대회의 데이터를 종합해 볼 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선수들의 공통점, 그리고 예외가 보여준 교훈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육각형(Hexagon) 밸런스'를 갖춰야 합니다. 어느 하나만 툭 튀어나온 송곳 같은 선수는 부러졌습니다. 득점력, 수비, 운영 능력이 균형있게 들어찬 선수가 결국 웃었습니다.
둘째, '확률'을 믿어야 합니다. 산체스는 15%의 뱅크샷 비율로 우승했습니다. 2점의 불확실성보다 1점의 확실함을 선택하는 선수가 강했습니다.
셋째, 결국은 '멘탈'입니다. 이승진 선수의 사례처럼, 데이터가 조금 부족해도 상대를 압박하는 경기 운영과 멘탈이 있다면 우승할 수 있습니다.
이제 남은 시즌은 월드챔피언십 포함 단 2개 대회. 산체스(노련미), 마르티네스(정교함), 김영원(패기)등 '육각형'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며 우승한 챔프처럼, 또는 이승진처럼 '운영의 묘'를 살릴, 수많은 도전자들이 호시탐탐 왕좌 등극을 노리고 있습니다.

국제뉴스 독자 여러분, 이제 경기를 보실 때 선수의 화려한 샷에 감탄하느라 전광판에 새겨진 숫자와 그 이면에 숨겨진 수 싸움을 절대 놓치지 마시길 바랍니다. PBA를 보는 재미가 지금보다 대폭 늘어날 것으로 확신합니다.
이상으로 3회에 걸친 PBA 2025-2026시즌 1~8차 대회 데이터 분석 기획시리즈를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알립니다> 본 기획 연재의 데이터 분석에 인용된 '대회별 최고 기록' 및 '주요 선수 데이터'는 통계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해당 대회에서 최소 3경기 이상(32강 진출 이상)을 소화한 선수들의 기록을 기준으로 집계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