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방송되는 KBS 1TV ‘추적 60분’에서는 '한국인의 고독사 10년의 기록, 1부 이상죽음' 편으로 꾸며진다.
‘고독사’ 가족, 친척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생활하던 사람이 자살, 질병 등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걸 말한다. KBS가 10여 년 전 처음 고독사 문제를 처음 다룰 때만 해도 우리 사회에는 고독사에 대한 정확한 개념이 세워져 있지 않았다. 방송 이후 고독사 예방법이 만들어졌고, 고독사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통계 작업도 시작됐다.
그 후 10년. 우리나라 고독사 현실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보건복지부의 ‘2024년 고독사 사망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고독사로 숨진 사람은 3361명이다. 2017년 2412명에서 매년 꾸준히 늘었다. 그중에서도 주목할 만한 특징은 중장년의 고독사 증가율이 매우 가팔랐다는 것이다. 특히 중장년 1인 남성이 많았다. 왜 그럴까. 그들은 왜 세상과 단절된 채 홀로 죽음을 맞이해야 했을까. 그들의 외로운 죽음을 '추적 60분'이 2부작에 걸쳐 기록했다.
▣ 보이지 않던 문틈 너머의 현실
“실직, 실패, 조기 은퇴 그리고 이혼, 가족과의 단절 이런 여러 가지 삶의 과정에서 경험할 수 있는 부정적인 경험들이 누적되고 그것이 계속 쌓이면서 사회적 관계를 의도적으로 단절하고 집 안에서만 생활하는 이런 패턴으로 강화되는 상황들을 경험하고 있었구나.” - 송인주 / 전 서울시복지재단 선임 연구위원 -
창문에 빼곡히 달라붙은 파리 떼. 문틈 사이로 스며 나온 악취, 그리고 구더기.
고독사 현장은 대부분 임대인이나 경비원에 의해 발견된다. 이웃의 신고로 발견된 방 안에는 세상과 단절된 또 하나의 삶이 있었다. 특수 청소 업체 대표는 “작업 중에도 문의 전화가 수십 통 걸려 오고, 하루 최대 4건 이상의 현장을 처리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올여름, '추적60분'이 만난 고인 중에는 정기적인 지역 돌봄 서비스를 받던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돌봄의 손길조차 고독사를 막지는 못했다. 함께 살아가는 법을 잃어버린 사회. 누군가의 죽음이 지나간 자리에서 우리는 다시금 사회적 책임의 질문을 마주한다.
▣ 고립의 그늘, 깊어진 현실
“겨우 1500원어치 사는데 그것도 현금이 아니라 네이버 페이 앱 테크로 사는데. 바코드 찍으면 아시거든요. 그분들도. 사람 옆에 있으면 불편하기도 하고 사실은” - 임현규(가명) -
코로나19를 거치며 우리 사회의 고립과 단절은 더욱 깊어졌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국민의 사회적 고립도는 33%에 달했다. '추적 60분'이 취재한 고인의 마지막 보금자리엔 사람의 온기 대신 각종 빚 독촉 고지서만이 남아있었다. 직장을 잃고, 질병에 시달리며 생계의 벼랑 끝으로 내몰린 이들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쓰레기 더미 속 홀로 살아가는 임현규(가명) 씨는 사업 실패 이후 일용직을 전전하다 부상으로 더 이상 일할 수 없게 됐다. 그는 하루 종일 휴대전화에 매달려 일명 ‘앱테크’로 한 끼를 겨우 해결한다. 2021년 ‘고독사 예방법’이 시행된 지 수년이 지났지만, 현실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이제는 단순히 ‘고독사 위험군’을 발굴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정책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죽음의 끝에서 삶의 실마리를 찾아간 '추적 60분' 1429회 ‘한국인의 고독사 10년의 기록 1부, 이상죽음’은 이날 밤 10시 KBS 1TV를 통해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