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잦은 가을비에 농작물 피해 '비상'

[ 국제뉴스 ] / 기사승인 : 2025-10-17 14:51:12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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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례적으로 잦은 가을비가 계속되면서 벼를 비롯한 주요 농작물의 수확량 감소와 품질 저하가 우려되고 있다. 밑동이 짓무르고 쓰러지며 상품성을 잃은 지역농업인 배추밭 모습. (사진/서천군농업기술센터 제공) 
이례적으로 잦은 가을비가 계속되면서 벼를 비롯한 주요 농작물의 수확량 감소와 품질 저하가 우려되고 있다. 밑동이 짓무르고 쓰러지며 상품성을 잃은 지역농업인 배추밭 모습. (사진/서천군농업기술센터 제공)

(서천=국제뉴스) 김정기 기자 = 이례적으로 잦은 가을비가 이어지면서 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벼를 비롯한 주요 작물의 생육이 부진하고 각종 병해충이 확산되며 수확량 감소와 품질 저하가 우려된다. 특히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와 무 피해가 커 ‘금(金)배추’ 현상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서천군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이달 16일 기준 9~10월 강우일수는 25일로, 지난해 같은 기간(7일)보다 세 배 이상 늘었다. 비가 내리지 않은 날은 불과 6일에 그쳤다. 이로 인해 파종·수확 등 주요 농작업이 차질을 빚으며 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벼는 장기간 지속된 강우로 깨씨무늬병과 이삭마름병이 급증했고, 수발아(이삭 내 싹트기) 현상까지 나타나 품질 저하가 불가피하다. 논 토양이 과습해 기계 진입이 어렵고, 수확 시기가 미뤄지면서 밀·보리 등 이모작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난지형 대서마늘의 경우에도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과습으로 인해 파종 작업이 지연되고 있으며, 이미 파종을 마친 일부 포장에서는 무름병과 썩음병이 발생해 재파종에 나서는 사례가 늘고 있다.

가장 피해가 심각한 작물은 배추와 무다. 올가을 초반 고온 피해에 이어 이어진 잦은 비로 무름병·노균병이 동시 확산되며 수확량이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농가에서는 상품성이 떨어져 수확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마서면의 한 농민 최모씨(72)는 “무름병에 노균병, 거기에 이름도 모를 세균병까지 겹쳐 약을 쳐도 소용이 없다”며 “올해 배추 농사는 완전히 망했다”고 토로했다. 그의 1천여 평 밭에는 밑동이 짓무르고 쓰러진 배추가 즐비하다. 정상적으로 자라야 할 배추는 상추만 한 크기에 그치고, 잎을 떼어보면 녹듯 부서진다. 비교적 상태가 나은 배추조차 누런 반점이 가득해 상품성은 전무하다.

농작물의 이러한 피해는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농업기술센터는 가을 장마에 따른 병해충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예방적 대응을 당부하고 있다. 김도형 서천군농업기술센터 소장은 “농업인을 현장에서 만나면 마음이 무겁다”며 “대서마늘은 늦어도 10월 내 파종을 마치고, 배추·무 무름병은 비가 오기 전 마이신계 약제를 5일 간격으로 살포해 확산을 최대한 억제해 달라”고 강조했다.

농업 관계자들은 “올 가을은 사실상 가을장마 수준으로 작물 피해 최소화를 위한 집중 관리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전문가들은 토양 배수 관리 강화와 병해충 예방을 위한 사전 방제가 피해를 줄이는 핵심이라고 조언한다.

한편 잦은 비로 인한 생산량 감소는 김장철 채소 가격에도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배추와 무의 도매가격은 이미 평년 대비 30~50%가량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기상 상황이 이어질 경우 추가 상승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소비자들의 ‘금배추’ 체감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올가을 유난히 길고 잦은 비가 농촌 현장을 덮치며, 수확철 농민들의 얼굴에는 깊은 근심의 빗줄기가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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