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서귀포 해안가에서 발견된 쓰레기 자루에 벽돌 모양의 마약이 들어있다.[사진=제주해양경찰청]](https://www.gukjenews.com/news/photo/202510/3401013_3532297_399.jpg)
(제주=국제뉴스) 문서현 기자 = 추석 연휴, 누군가는 가족과의 따뜻한 시간을 보냈지만, 제주의 바다는 또 다른 ‘현실’을 건져 올렸다.
지난 7일 성산 앞바다에 떠밀려온 은박 벽돌, 그 안엔 케타민 20kg, 66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의 마약이 들어 있었다. 벽돌의 겉면엔 ‘茶(차)’라는 한자가 적혀 있었다. 이 평범한 문자 하나가 한국 해역이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님을 알리는 신호로 바뀌었다.
바다는 이제 은닉의 통로가 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해양경찰은 즉시 수사전담반을 꾸리고 국과수 감정을 의뢰했으며, DNA 분석과 국제공조 수사까지 확대하고 있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고의성과 루트 네트워크에 있다. 포장 방식과 표기, 은박 포장 등은 조직적 운반 수법의 특징이다.
해상 유입 경로 조사뿐 아니라 연안 투기 가능성, 내륙 2차 운송 루트, 지역 일탈 조직의 연결성 등 다중 분석이 필수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DNA 분석 결과와 국제공조 수사 결과가 사건의 실체를 드러낼 열쇠가 될 것이다.
바다는 단순한 경로가 아니라 ‘망각의 구역’이다. 사건이 터지면 해류 탓으로 돌리고 증거가 사라지면 표류 가능성으로 정리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3년 동안 해상 경로를 통한 마약 유입은 꾸준이 증가했다.
해경 압수량만 봐도 코카인·케타민·필로폰이 모두 전년 대비 3배 이상 늘었다.
![자루 안에는 다른 해양 쓰레기와 함께 가로 25㎝·세로 15㎝ 크기의 벽돌 모양의 직육면체 덩어리 20개가 들어있었다.[사진=제주해양경찰청]](https://www.gukjenews.com/news/photo/202510/3401013_3532299_408.jpg)
케타민 20kg 사건은 단순한 ‘적발 보도’가 아니다. 우리 사회의 경계가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가에 대한 리트머스 시험지다.
해양경찰의 대응은 분명 신속했다. 그러나 국제조직은 이미 그 한 발 앞을 간다. 수거보다 중요한 것은, 그 벽돌이 왜 떠밀려왔는지를 묻는 일이다.
한때 ‘관광의 섬’이라 불리던 제주가 이제 “은닉의 섬”으로 불리지 않기 위해선, 수사보다 먼저 감시 체계의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
항만·해안선·특송망을 통합 관리하는 실시간 감시 네트워크, 지역사회와 시민이 함께하는 ‘마약 감시 시민제보 체계’ 등 지속 가능한 참여형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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