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 "'제지업과 영화업, 삶을 건 노동'…AI 시대 위기의식 담았다"

[ 사례뉴스 ] / 기사승인 : 2025-09-17 07:28:20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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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뉴스=이은희 기자]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어쩔수가없다’는 단순한 블랙코미디 스릴러를 넘어, 제지업과 영화 산업을 겹쳐 놓으며 동시대 위기를 성찰하는 작품으로 관객 앞에 섰다. 17일 해운대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박찬욱 감독은 작품 선택 배경과 영화계 현실, 그리고 AI 시대의 위기의식까지 진솔하게 풀어냈다.



박 감독은 원작 소설을 택한 이유에 대해 “원작이 나온 게 90년대인데 지금과 비교해 근본적인 차이가 없다. 미국과 한국의 차이도 본질적이지 않다”며 “시간이 흘러도 자기 이야기, 이웃의 이야기로 받아들일 수 있는 소설이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제지업과 영화 산업의 공통성을 짚었다. “종이 만드는 일이 보통 사람들에게는 대단하지 않게 보일 수 있지만, 주인공들에게는 인생 그 자체였다. 영화도 두 시간짜리 오락으로 보일 수 있지만, 만드는 사람은 인생을 통째로 걸고 작업한다”며 “그래서 원작 인물들에게 쉽게 공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17일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기자간담회에서 답변하고 있는 박찬욱 감독
17일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기자간담회에서 답변하고 있는 박찬욱 감독




팬데믹 이후 영화 산업의 현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박 감독은 “지금 영화 업계가 어렵고 더딘 상태다. 이 늪에서 빠져나오는 데 조금이라도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배우들 역시 공감의 목소리를 보탰다. 손예진은 “이번 영화가 7년 만의 복귀다. 앞으로 얼마나 더 자주, 오래 영화를 찍을 수 있을까 불안하다”고 했고, 박희순은 “영화만 기다리다 굶어죽게 생겼다고 말한 적이 있다”며 산업 침체를 실감한다고 했다. 이성민은 “언젠가 배우도 기술로 대체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위기감이 있다”고 말했다.



주목할 점은 작품 속에 AI 시대의 불안을 반영했다는 것이다. 박 감독은 “AI 기술이 산업을 근본적으로 바꿀 정도는 아니지만 발전 속도가 너무 빠르다. 조만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며 “이 혼돈 상태에서의 아이디어를 드라마에 녹여내려 했고, 각본 막바지에 공장 장면으로 담아냈다. 편집과 VFX까지 끝내면서도 구체화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박 감독은 작품의 핵심 메시지를 “순수한 동기에서 가족과 직업을 지키려는 마음이 결국 도덕적 타락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역설”이라 규정하며 “개인의 생존과 사회적 가치 사이의 딜레마를 깊게 파고 싶었다”고 밝혔다.



한편, 제 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어쩔수가없다'는 17일 처음으로 한국 관객에게 선보인다. 2025 부산국제영화제는 9월 17일 부터 9월 26일까지 영화의 전당 일대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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