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감독은 원작 소설을 택한 이유에 대해 “원작이 나온 게 90년대인데 지금과 비교해 근본적인 차이가 없다. 미국과 한국의 차이도 본질적이지 않다”며 “시간이 흘러도 자기 이야기, 이웃의 이야기로 받아들일 수 있는 소설이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제지업과 영화 산업의 공통성을 짚었다. “종이 만드는 일이 보통 사람들에게는 대단하지 않게 보일 수 있지만, 주인공들에게는 인생 그 자체였다. 영화도 두 시간짜리 오락으로 보일 수 있지만, 만드는 사람은 인생을 통째로 걸고 작업한다”며 “그래서 원작 인물들에게 쉽게 공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팬데믹 이후 영화 산업의 현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박 감독은 “지금 영화 업계가 어렵고 더딘 상태다. 이 늪에서 빠져나오는 데 조금이라도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배우들 역시 공감의 목소리를 보탰다. 손예진은 “이번 영화가 7년 만의 복귀다. 앞으로 얼마나 더 자주, 오래 영화를 찍을 수 있을까 불안하다”고 했고, 박희순은 “영화만 기다리다 굶어죽게 생겼다고 말한 적이 있다”며 산업 침체를 실감한다고 했다. 이성민은 “언젠가 배우도 기술로 대체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위기감이 있다”고 말했다.
주목할 점은 작품 속에 AI 시대의 불안을 반영했다는 것이다. 박 감독은 “AI 기술이 산업을 근본적으로 바꿀 정도는 아니지만 발전 속도가 너무 빠르다. 조만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며 “이 혼돈 상태에서의 아이디어를 드라마에 녹여내려 했고, 각본 막바지에 공장 장면으로 담아냈다. 편집과 VFX까지 끝내면서도 구체화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박 감독은 작품의 핵심 메시지를 “순수한 동기에서 가족과 직업을 지키려는 마음이 결국 도덕적 타락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역설”이라 규정하며 “개인의 생존과 사회적 가치 사이의 딜레마를 깊게 파고 싶었다”고 밝혔다.
한편, 제 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어쩔수가없다'는 17일 처음으로 한국 관객에게 선보인다. 2025 부산국제영화제는 9월 17일 부터 9월 26일까지 영화의 전당 일대에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