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등줄기 백두대간의 남서쪽, 청룡처럼 능선이 감싸 안은 산악도시 원주로 ‘동네 한 바퀴’가 간다.
명산 치악산과 ‘작은 금강산’ 소금산이 펼쳐내는 웅장한 산세와 수려한 풍광, 그 속에서 생동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제333화 ‘기운이 좋다 – 강원도 원주’가 8월 23일 토요일 저녁 7시 10분 방송된다.
치악산 품의 천년고찰 국형사에서 울리는 법고의 장엄한 울림으로 여정은 힘차게 시작된다. 태조 이성계가 동악단을 세우고 국태민안을 기원하던 사찰 국형사는 원주 도심에서 불과 10여 분, 시민들의 안식처로 이어져 온 곳이다.
감악산 해발 450m 산골에서는 바다보다 깊은 맛을 품은 ‘어간장’ 인생을 만난다. 꽃집·학원 운영에 부산 지하철 1호선 개통식 꽃장식까지 맡았던 사업가에서, 태풍 루사 이후 산골 장독대 앞에서 다시 삶을 빚어낸 정영애 명인. 5월 남해 미조항 최상급 멸치만 고집한 ‘곰삭을수록 깊어지는’ 세월의 맛이 어간장에 켜켜이 스민다.
구도심에는 새바람이 분다. 80년 역사의 원주역이 폐역된 뒤 도심을 가로지르던 철길은 제 기능을 잃었지만, 폐선로를 활용한 ‘치악산 바람길숲’이 총 11.3km 산책길로 재탄생했다. 옛 역 일대에는 예술가들이 모여든 ‘역마르뜨’가 자리 잡았다. 골목 정취와 문화예술이 맞물리며 학성동 비밀정원 같은 공간이 생기자 발길이 뜸했던 구도심에 다시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원주 시민들의 소울푸드, 김치만두의 뿌리도 더듬는다. 중앙동의 도래미시장 ‘김치만두 골목’은 한국전쟁 이후 원조 밀가루와 생배추로 속을 채우던 피란민 한 끼가 오늘의 소울푸드가 된 사연을 품는다.
서울에서 40년 세탁소를 하다 7년 전 원주로 내려온 부부는 시장 언니들의 조언을 받아 ‘만두 골목 막내’로 자리 잡았고, 한 번에 3,500개를 빚어내는 손맛을 일궜다. 매년 10월 마지막 주 주말 열리는 ‘만두 축제’ 열기도 원주의 특별한 풍경이다.
하늘길이 열린 소금산 그랜드밸리 케이블카도 빼놓을 수 없다. 2025년 2월 운행을 시작한 케이블카는 단 6분 만에 출렁다리로 이어진다. 높이 100m 고공 산책로의 짜릿함과 수국이 만개한 하늘 정원까지, 소금산은 다시 ‘핫플레이스’로 소환됐다.
강원도의 여름을 닮은 옥수수 껍질 인형은 버려지는 재료에서 가치를 빚는다. 11년 전 사진 한 장에 매료돼 독학으로 옥수수 껍질 인형을 만든 조창이 씨는, 강원도가 국내 옥수수 생산의 3분의 1을 차지한다는 강점을 밑천 삼아 직접 껍질을 까고, 결국 옥수수 농사까지 지으며 공예의 지평을 넓혔다.
흥업면의 낡은 농가 주택에선 동치미막국수 한 그릇에 담긴 삶의 강인함을 마주한다. 34년 전 막국수를 배우기 시작해 삼 남매의 삶을 지탱해 온 이미순 사장. 남편과 잉꼬부부로 함께하던 시간에서, 이제는 홀로 가게를 지키며 뽑아내는 투박하지만 미더운 정. 면발과 동치미 국물엔 남편을 향한 그리움과 살아가는 힘이 담겼다.
신림면의 산골 민박은 ‘도예가 남자와 서울 여자’의 인생을 닮았다. 스물아홉 독신주의 도예가와 수상스키·스노보드를 즐기던 서울 아가씨가 사랑에 빠져 집을 짓고 민박을 열었다. 텃밭 작물로 밥상을 차리고 성심껏 공간을 가꾸며, 긴 세월 손님이 단골이 되는 곳. 소박하지만 단단한 도자기처럼 옹골진 나날들이 차곡차곡 쌓이는 부부의 시간이 시청자를 맞이한다.
청정한 산기운이 고여 있는 복된 고장, 짙푸른 녹음만큼 분주하게 여름을 살아가는 원주의 사람들. ‘동네 한 바퀴’ 제333화 ‘기운이 좋다 – 강원특별자치도 원주’는 8월 23일 토요일 저녁 7시 10분, KBS 1TV에서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