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앙=국제뉴스) 이정주 기자 = '슈퍼맨' 조재호(NH농협카드)가 1년 4개월간의 긴 우승 갈증을 풀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조재호는 한국 선수 중 유일하게 살아남아 '하나카드 PBA 챔피언십' 4강에 진출, 우승 트로피까지 단 두 걸음만을 남겨뒀다.
지난 6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8강전에서 조재호는 차파크(튀르키예)를 상대로 피 말리는 접전 끝에 세트스코어 3:2로 승리했다. 1세트를 6:15(7이닝)로 내주며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2, 3세트를 연달아 15:11(7이닝), 15:6(8이닝)으로 가져오며 경기를 뒤집었다. 그러나 차파크의 반격에 4세트를 12:15(7이닝)로 뺏기며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운명의 5세트, 조재호는 '슈퍼맨'다운 집중력을 발휘하며 11:2(6이닝) 완승을 거두고 4강행을 확정 지었다.
이로써 조재호는 2023-24시즌 월드챔피언십 우승 이후 지독했던 무관의 아픔을 씻어낼 발판을 마련했다. 특히 지난 1월, 2024-25시즌 8차 투어 결승에서 조건휘(SK렌터카)에게 패하며 준우승에 머물렀던 아쉬움이 컸기에 이번 대회에 임하는 각오가 남다르다.
조재호의 4강 상대는 그야말로 '기적의 사나이'다. '벨기에 강호' 에디 레펀스(SK렌터카)는 8강에서 쩐득민(베트남·하림)에게 먼저 두 세트를 내주며 패배 직전까지 몰렸다. 하지만 3세트부터 대반격을 시작해 15:10(5이닝), 15:14(12이닝), 11:2(3이닝)로 내리 세 세트를 따내는 '리버스 스윕' 대역전극을 완성하며 4강에 합류했다. 부활을 노리는 조재호와 기적 같은 기세의 레펀스, 두 선수의 대결은 최고의 명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또 다른 4강 대진은 '디펜딩 챔피언' 다비드 마르티네스(스페인·크라운해태)와 '무관의 제왕' 뤼피 체네트(튀르키예·하이원리조트)의 창과 방패 대결로 짜였다. 마르티네스와 체네트는 각각 이상대(휴온스)와 김준태(하림)를 세트스코어 3:0으로 완파하는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이며 4강에 올랐다. 대회 2연패를 노리는 'PBA 최강자'와 PBA 첫 우승에 목마른 '튀르키예 강호'의 대결 역시 한 치의 양보 없는 승부가 예상된다.
대회 마지막 날인 7일, 4강전과 결승전이 모두 열린다. 오후 12시 마르티네스와 체네트의 경기를 시작으로, 오후 3시에는 조재호와 레펀스가 결승 진출을 다툰다. 두 준결승의 승자는 밤 9시, 우승 상금 1억 원과 이번 시즌 두 번째 투어 챔피언의 영예를 놓고 7전 4선승제의 최종 승부를 벌인다. 과연 길었던 부진을 털고 '슈퍼맨'이 다시 날아오를 수 있을지, 당구 팬들의 심장이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