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플란트 치료 과정에서 종종 간과되는 ‘잠정 보철물’은 단순한 임시 보철물(temporary prostheses)과는 구분되는 개념이다. 일반적인 임시 보철물이 상실된 치아로 인한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일시적으로 사용되는 것이라면, 잠정 보철물은 최종 보철물과 동일한 형태를 갖추되 재료만 임시 재료로 제작해 적용하는 중간 단계다. 이는 임플란트 치료의 완성도와 안정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잠정 보철물은 심미적 평가, 잇몸 형태 조절, 기능적 평가, 뼈에 대한 점진적 하중 조절이라는 네 가지 주요 목적을 위해 사용된다.
우선 심미적 평가는 앞니처럼 눈에 잘 띄는 부위의 경우 특히 중요하다. 환자가 직접 보철물의 외형을 확인하고, 본인의 취향에 따라 수정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최종 결과에 대한 만족도를 높인다. 이는 단순히 치아 모양뿐만 아니라, 보철물에 의해 변화하는 입술 형태까지도 사전에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두 번째는 잇몸 형태 조절이다. 임플란트 보철물은 자연치처럼 잇몸 안쪽에서 시작되는 형태가 이상적인데, 이를 위해서는 잇몸 내부 연조직을 서서히 밀거나 눌러가며 조절해야 한다. 잠정 보철물은 이러한 '에머전스 프로파일(emergence profile)'을 조정함으로써, 최종 보철물 연결 시 더욱 자연스럽고 안정적인 잇몸 형태를 완성할 수 있도록 돕는다.
세 번째는 기능적 평가다. 씹는 기능이나 발음에 문제가 없는지를 미리 점검함으로써, 실제 사용 시 발생할 수 있는 불편함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 특히 특정 발음에서의 방해 요소나 저작 기능의 문제는 최종 보철물 제작 전 반드시 확인돼야 할 사항이다.
네 번째는 임플란트 식립 부위 뼈에 대한 점진적인 하중 조절이다. 임플란트를 식립한 부위의 뼈는 수술 직후 아직 회복 중인 상태로, 이 시기에 강한 힘이 가해지면 뼈가 약해질 수 있다. 비교적 부드러운 재료로 제작된 잠정 보철물을 통해 뼈에 점진적으로 하중을 가함으로써, 최종 보철물 연결 후 발생할 강한 하중에도 뼈가 충분히 견딜 수 있도록 도와준다.
수플란트 치과병원의 김선영 원장(치과 보철과 전문의)은 “임플란트 보철물은 인상 채득을 통해 간접적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아무리 정교하게 진행하더라도 최종 연결 시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잠정 보철물을 통해 외형, 기능, 잇몸 상태 등 모든 요소를 미리 점검하고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후, 단단한 최종 재료로 교체하면 문제 발생 가능성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고급 임플란트 보철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실제 임플란트 진료 현장에서는 치료를 단기간에 끝내고 비용을 줄이려는 환자의 요구로 인해 잠정 보철물 단계를 생략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 과정이 생략됐다고 해서 임플란트 치료가 반드시 실패하는 것은 아니지만, 보다 완성도 높은 결과를 기대한다면 이 단계 또한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임플란트의 수명에 대해 걱정이 된다면, 단순히 빠르고 저렴한 치료를 기준으로 삼기보다는, 시간이 다소 더 걸리고 비용이 들더라도 정밀한 과정을 충실히 거쳐 치료를 제공하는 치과를 선택하는 것이 현명한 결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