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만에 돌아온 한화 김승연, 글로벌 '친환경 대전' 참전하나 [재계 인사이드]

[ 서울경제 ] / 기사승인 : 2021-02-27 10:37:30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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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만에 돌아온 한화 김승연, 글로벌 '친환경 대전' 참전하나 [재계 인사이드]

김승연(사진) 한화그룹 회장이 7년 만에 경영 일선에 복귀한다. 김 회장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상 배임 확정 판결로 지난 2014년 계열사 7곳의 대표에서 물러났었다. 지난 2019년 2월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형이 종료됐고, 그로부터 2년 간의 취업제한이 지난 18일 풀렸다.


김 회장이 회사 경영에 아예 손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14년 계열사 대표에서 내려왔을 뿐 그룹 회장 역할은 그대로였다. 그룹의 주요 경영 현안에 대해서는 보고를 받고 챙겼다. 새해에는 그룹 회장으로서 신년사도 꼬박꼬박 냈다. 하지만 공식 직함이 없었기에 대외적인 경영 활동은 제한적이었다.


재계 7위 기업의 총수이자 재계 맏형 격인 김 회장의 경영 복귀의 의미와 향후 역할을 정리해 봤다.


한화솔루션 등 핵심 계열사 3곳으로 경영 복귀

김 회장은 다음 달 ㈜한화·한화솔루션·한화건설 등 3개 계열사의 ‘미등기 임원’으로 경영에 복귀한다. 한화그룹이 지난 26일 이를 공식 발표했다. 취업 제한이 풀린 지 정확히 일주일 만이다.


당초 재계에서는 김 회장이 이사회 멤버이자 경영활동의 법적 책임이 주어지는 대표이사(등기임원)로 경영 일선에 돌아올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지난 2007년 불미스러운 개인사로 계열사 대표직에서 내려왔다가도 1년 만에 곧바로 대표로 복귀했던 그였기 때문이다. 2014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때도 계열사 7곳의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려놓고 있었다.



7년만에 돌아온 한화 김승연, 글로벌 '친환경 대전' 참전하나 [재계 인사이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지난 2018년 10월 대전시 중구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넥센 히어로즈 대 한화 이글스의 1차전을 관람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화그룹은 김 회장이 대표가 아닌 미등기 임원으로 경영에 복귀하는 배경을 이렇게 설명한다.


“김 회장이 계열사들의 일상적인 경영 활동에 관여하기보다 그룹 전반에 걸친 미래 신성장 동력 발굴과 해외 네트워크를 통한 글로벌 사업 지원 등의 역할에 집중할 예정이다.”


계열사 대표를 맡아 회사 현안을 챙기기보다 그룹 회장으로서 좀 더 큰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전문경영인 중심의 경영 체제가 자리 잡은 점도 배경이다. 한화 측은 “계열사들이 이미 오랫동안 이사회 중심의 독립 경영 체제로 운영돼왔고 앞으로도 회사별 사업 특성에 맞춰 자율·책임 경영 시스템을 지속 발전시킨다는 방침에 따라 김 회장이 등기임원을 맡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한화그룹이 이유로 들지는 않았지만, 김 회장의 세 아들이 주요 계열사 경영 전면에 있다는 점도 굳이 대표이사를 맡지 않은 배경으로 꼽힌다.


장남인 김동관 사장은 한화솔루션 전략 부문 대표 자격으로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태양광·수소 등 그룹의 미래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이끌고 있다. 최근에는 항공우주 분야로도 영역을 넓혔다. 김 사장은 ㈜한화를 주축으로 하는 항공우주 태스크포스(TF)를 이끌고 있고 조만간 관련 계열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등기 임원에도 선임된다.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전무는 최고디지털전략책임자(CDSO)를 맡아 금융 계열사들의 디지털 역량 강화 업무를 책임지고 있다. 3남인 김동선 상무보는 한화건설에서 근무하다 국내 사모펀드(PEF)를 거쳐 최근 한화에너지 글로벌전략 담당으로 계열사 경영에 복귀했다.


김승연 회장, 미래 먹거리 키우는 데 주력

김 회장이 미등기 임원으로 이름을 올리는 계열사는 ㈜한화·한화솔루션·한화건설 3곳이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87개 계열사(국내)를 두고 있는데, 이들 중 김 회장이 적을 두는 ‘선택 받은’ 3곳은 어떤 곳일까.


㈜한화는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회사다. 김 회장이 지분 22.6%를 보유하고 있다. 사업적으로는 방산·화약·기계 사업을 영위한다. 1952년 ‘한국화약(지금의 한화)’으로 시작해 그룹의 뿌리가 되는 곳이다. 김 회장은 여기에 이름을 올려 항공우주와 방위사업 부문 글로벌 확장에 주력할 예정이다. 항공기 엔진과 레이다 등의 사업을 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 등 기계 부문 회사들이 ㈜한화 계열사로 있다.


김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미래 모빌리티, 항공우주, 그린 수소 에너지, 디지털 금융 솔루션 등 신규 사업에서도 세계를 상대로 미래 성장 기회를 선점해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하나같이 김 회장의 아들들이 직접 챙기고 있는 분야다.



7년만에 돌아온 한화 김승연, 글로벌 '친환경 대전' 참전하나 [재계 인사이드]

이 때문에 김 회장이 그룹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수소 에너지와 항공우주 분야에서 대규모 인수합병(M&A)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항공우주분야 국내 벤처기업인 쎄트렉아이 지분 30%를 인수하기도 했다. 장남인 김동관 사장이 여기에 무보수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한화솔루션은 옛 한화화인케미칼, 한화첨단소재, 한화큐셀, 한화케미칼 등 화학·소재 관련 계열사들이 합병돼 만들어진 계열사다. 장남인 김동관 사장이 전략부문 대표로 있다. 사업적으로는 태양광 에너지 사업에서 나아가 최근에는 수소 에너지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한화 관계자는 “김 회장이 한화솔루션에서 그린수소 에너지 등 친환경 에너지 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미국 등 글로벌 사업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으로 친환경 에너지 사업이 집중 조명을 받고 관련 시장이 본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김 회장이 직접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취지다.


한화건설은 ㈜한화가 지분 95%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외에서 토목·주택 사업을 하고 있다. 한화 측은 “글로벌 건설업체와의 협력을 강화해 경쟁력을 제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12조4,000억원 규모의 이라크 비스마야 주택단지 조성 사업도 김 회장이 애착을 보이며 수주를 직접 챙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라크 내전 때임에도 몇 차례 건설 현장을 찾았다. 현장 근로자들을 위해 광어회 600인분을 이라크로 공수한 일화는 유명하다.


한화의 한 관계자는 “김 회장이 계열사들의 일상적인 경영 활동에 관여하기보다는 그룹 전반에 걸친 미래 신성장 동력 발굴과 해외 네트워크를 통한 글로벌 사업 지원 등의 역할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김 회장은 폭넓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방위 산업을 영위하면서 다져온 미국 정·재계 네트워크가 공고하다. 2016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취임 때도 보수 성향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 추천으로 취임식에 참석한 바 있다. 헤리티지재단 창립자인 에드윈 퓰너 회장이 김 회장과 오랜 지인이고, 그가 김 회장의 취임식 초청을 주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미 정계를 움직이는 파워엘리트로 꼽히는 인물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정권 인수위원으로도 활동했다.


‘재계 큰 형님’ 김승연, 목소리 낼까


7년만에 돌아온 한화 김승연, 글로벌 '친환경 대전' 참전하나 [재계 인사이드]
지난 2011년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회의에 모인 재계 총수들이 환하게 웃으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을 비롯해 김승연 한화 회장, 최태원 SK 회장, 허창수 전경련 회장(GS 명예회장), 정몽구 현대차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박용현 두산 명예회장, 강덕수 STX 회장, 현재현 동양 회장, 김윤 삼양그룹 회장, 이웅열 코오롱 명예회장 등의 모습이 보인다. 이들 중 김승연 회장과 최태원 회장, 신동빈 회장, 김윤 회장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경영 무대 뒤로 물러났다. IMF 당시 정부 주도의 ‘반도체 빅딜’ 을 계기로 전경련과 척을 진 구본무 LG 회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연합뉴스

‘재계 맏형’으로서 김 회장의 행보도 주목이 된다. 김 회장과 활발하게 경영 활동을 했던 주요 그룹 총수들이 일선을 떠나면서 그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도드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위상이 추락한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차기 회장 물망에 올랐던 배경도 이런 이유에서다.


실제 김 회장은 평소 동년배 내지 선배 오너 경영인들이 하나 둘씩 떠나는 데 대해 주변에 아쉬움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10여년 사이에 오너 3~4세로 세대교체가 빠르게 이뤄지면서 1952년생, 오너 2세인 김 회장은 졸지에 재계 맏형이 됐다. 삼성 이재용(1968년생), 현대차 정의선(1970년생), SK 최태원(1960년생), LG 구광모(1978년생) 등과 연배 차이가 적지 않다.


실제 김 회장은 이건희 삼성 회장이 별세했을 때 “가장 슬픈 날”이라며 가슴 아파하며 침통해 했다. 그는 “이건희 회장을 친형님처럼 모셨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동시대에 활발하게 경영 활동을 했던 LG 구본무 회장도 세상을 떠났다. 조양호 한진 회장도 2019년 타계했고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경영에서 사실상 손을 뗐다. 이들 모두 김 회장이 전경련 회장단으로 활발하게 함께 경영활동을 했던 총수들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김 회장이 함께 경영활동을 했던 오너 경영인들이 하나 둘 떠나는 데 대한 개인적 아쉬움을 얘기했을 뿐 재계에서 특정 역할을 하겠다는 취지는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재영 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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