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일 방송되는 KBS 인간극장에서는 '데레사의 꽃밭'이 소개된다.
영천 산골에서 늦깎이 꽃 농부로 살아가는 정데레사(63) 씨와 어머니 김정순(86) 씨의 일상을 따라간다.
연고 하나 없는 깊은 산중에 오두막 같은 집 두 채를 짓고, ‘따로 또 같이’ 살아가는 모녀의 사연은 상실을 견디며 다시 일어서는 삶의 힘을 담아낸다.
데레사 씨는 두 아들을 홀로 키우며 20여 년을 미국에서 보낸 끝에, 5년 전 한국으로 돌아와 어머니 곁을 지키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역이민 뒤 시작한 카페가 뜻대로 되지 않던 차, 3년 전 큰아들을 갑작스러운 사고로 떠나보내며 삶은 무너졌다.
사람들을 피해 숨어들 듯 영천 산골로 들어와, 돌밭을 일구고 비닐하우스를 세워 꽃을 심기 시작했다. 꽃과 동물들을 돌보며 바쁘게 몸을 움직이는 사이, 끝 모를 절망은 조금씩 가라앉았고, 그녀는 “아들을 가슴에 묻고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모녀의 살림법은 담백하다. 한 울타리 안에 작은 집 두 채를 지어 각자의 리듬을 존중하고, 식사도 상황에 맞춰 따로 챙긴다. 멀고도 긴 시간을 돌아 다시 이웃이 된 두 사람은 충돌 대신 여백을 두며 관계의 온기를 회복한다. 데레사 씨는 이제 일주일에 두 번 서울 꽃시장에 꽃을 내고, 틈틈이 이웃과 막걸리 한 잔을 나누며 ‘한국의 정’ 속에 뿌리를 내린다.
시원한 바닷바람처럼, 모녀의 오랫동안 묵혀 두었던 마음이 후련해졌다. 여느 일상으로 돌아와, 데레사 씬 물을 내려주시는 스님과 안부를 나누고, 주기적으로 열리는 대구 구역 모임에도 나간다.
험한 환경에서도 뿌리를 내리고 꽃이 피듯, 데레사 씨 또한 꿋꿋하게 오늘을 살아내리라. 데레사 씨의 삶이 깃든 꽃밭, 그 마지막 이야기를 들여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