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끔한 질책도 애정, 이제 과분한 칭찬 해주시길…” 잠재력 터뜨린 베어스 이 남자, 유격수 꿈도 안 버렸다 [MK인터뷰]

[ MK스포츠 야구 ] / 기사승인 : 2024-06-11 08:49:01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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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 내야수 이유찬이 데뷔 초반 가장 주목받았던 순간은 2020년 준플레이오프 2차전 LG 트윈스와 맞대결이었다. 당시 이유찬은 9회 초 대주자로 투입돼 번트 타구가 상대 악송구로 이어지자 3루를 넘어 홈까지 쇄도하는 과감한 주루를 선보였다. 결국, 이유찬은 득점에 성공하면서 9대 7로 소중한 추가 득점을 만들었다.

2024년의 이유찬은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너무 생각 없던 플레이”라며 살짝 입꼬리를 올렸다. “결과로만 봤을 때 좋았던 거지 진짜 무모한 플레이였다. 그때는 어린 마음에 너무 혈기 왕성한 플레이를 했다. 이제는 시야를 넓혀서 최대한 확률이 높은 플레이를 하려고 노력 중이다.” 이유찬의 회상이다.

그렇게 이름 석 자를 두산 팬들에게 각인한 이유찬은 상무야구단에 입대해 퓨처스리그에서 맹활약하면서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제대 뒤 본격적으로 준비한 2023시즌은 이유찬에게 악몽과도 같았다. 두산 이승엽 감독은 부임 첫 해 스프링캠프부터 이유찬을 주전 유격수로 후보로 꼽고 많은 기회를 부여했다. 하지만, 이유찬은 2023시즌 104경기에 출전해 타율 0.243/ 51안타/ 16타점/ 출루율 0.316/ 장타율 0.310에 그치면서 주전 도약 기회를 놓쳤다.





그리고 올 시즌 초반까지도 이유찬은 주로 대주자와 대수비로 활용됐다. 그 사이 주전 유격수는 어느새 박준영의 몫이 됐다. 이유찬은 지난해부터 올 시즌 초반까지 주루사와 도루 실패 상황을 자주 겪으면서 바깥에서 날아온 큰 비난과 비판의 목표물이 되기도 했다.

이유찬은 “어떻게 보면 그렇게 마음 아팠던 시간을 겪으면서 약이 된 느낌이기도 하다. 지나고 보면 아무 일이 아니라고 주변에서 말하는데 막상 그때는 심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다행히 그런 힘듦이 있었기에 지금 더 밝아진 듯싶다. 야구가 잘되든 못되든 나를 보는 사람들의 기분이 밝아지려면 내 표정이 먼저 밝아야 한다. 그래야 좋은 기운도 들어오지 않을까”라며 고갤 끄덕였다.

이어 이유찬은 “그런 어려운 시기 동안 무언가 극복해야 한단 생각은 안 했다. 선수가 못하면 질책과 비난을 받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본다. 이제 잘하면 그만큼 칭찬도 많이 해주시니까. 따끔한 질책도 다 애정이 있으셔서 그렇게 말씀하시는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잘했을 때는 이제 과분한 칭찬도 해주셨으면 좋겠다”라며 미소 지었다.

5월 중순부터 점차 출전 기회를 늘리기 시작한 이유찬은 어느새 시즌 타율 0.344/ 21안타/ 7타점/ 출루율 0.420/ 장타율 0.443까지 타격 지표를 끌어 올렸다. 최근 10경기 타율은 0.375(32타수 12안타)에 달한다.

이승엽 감독은 이유찬의 활약상을 두고 “최근 이유찬 선수가 공격이면 공격, 수비면 수비, 주루면 주루 모든 걸 잘해내고 있다. 지난해와는 확연히 다른 그림이고, 자신감도 크게 붙은 모양새다. 이제 좋은 결과가 나오다 보니까 표정도 많이 밝아졌다”라며 “잠재력을 언제 터뜨리느냐 문제였는데 지금 그런 시기인 듯싶다. 아직 보여줄 게 더 많은 선수라 감독으로서 만족하진 않는다. 앞으로 더 잘할 수 있는 선수”라고 바라봤다.

이 감독의 칭찬을 듬뿍 받은 이유찬은 “지난해엔 2스트라이크 이전에도 공을 맞히려는 것에 급급했다. 이제는 오른쪽 다리에 중심을 잘 잡아보려고 노력했다. 자신감 있는 마음가짐과 함께 내 스윙을 하자고 마음먹으니까 다른 결과가 나오는 듯싶다. 나만의 타격 존을 설정하고 거기로 공이 오면 내 스윙을 하자고 생각하니까 강한 타구도 자주 나오는 느낌”이라며 타격 반등 지점을 설명했다.





이유찬의 장점 가운데 하나는 3루수·유격수·2루수까지 내야 전 포지션 소화가 가능하단 점이다. 하지만, 이유찬은 내심 지난해 초반 놓쳤던 주전 유격수 도약 기회를 아쉬워하고 있었다.

이유찬은 “내야 포지션 모두 불편한 자리는 없다. 당장 주전 욕심보다는 선배들의 빈자리가 생길 때 티 안 나도록 메워주는 게 지금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굳이 내가 주전으로 도약하고 싶은 수비 포지션을 꼽자면 유격수다. 개인적으로 유격수 자리가 멋있어 보인다(웃음). 사실 지난해 초반에도 주전 유격수가 되고 싶은 마음에 너무 큰 욕심을 부렸다.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면서 그게 독이 된 느낌이다. 다행히 그때 그런 경험이 있었기에 지금의 나도 있다”라며 “김재호 선배님이 계실 때 유격수 수비에 대해 많은 걸 물어보고 싶다. 선배님이 앞으로도 더 오랫동안 야구를 하셨으면 좋겠다”라며 눈을 반짝였다.

이유찬은 최근 주루에서 아쉬운 실수를 범한 팀 동료 전민재를 향한 격려도 빼놓지 않았다. 이유찬은 “나도 대주자로 자주 나갔기에 (전)민재와 같은 상황이 이해가 간다. 타이트한 상황에서 경험이 부족하면 처음에 과감하게 움직이기가 어렵다. 그래도 그런 경험을 통해 민재가 조금 더 과감해졌다면 그것대로 성장할 계기가 될 거다. 무엇보다 고토 코치님과 정진호 코치님이 항상 과감하게 뛰라고 주문하시기에 개의치 않고 또 뛰었으면 한다”라고 전했다.

두산은 지난 주간 5승 1패 호성적과 함께 리그 선두권 경쟁에 재합류했다. 1위 LG 트윈스와는 불과 1.5경기 차다. 이유찬도 정규시즌 우승과 한국시리즈 직행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유찬은 “아직 팀이 3위에 있지만, 선두권과 격차가 크지 않다. 한 경기 한 경기 지금처럼 최선을 다하다 보면 마지막 순간 가장 위에 있을 것으로 믿는다. 밑에서 올라가는 건 정말 쉽지 않다. 1등으로 한국시리즈 직행을 하는 게 확실히 체력적으로 큰 우위를 지닐 수 있다고 생각한다. 두산 팬들께서 많은 응원을 보내주시는 만큼 거기에 보답하는 결과를 꼭 보여드리고 싶다”라고 힘줘 말했다.





잠실(서울)=김근한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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