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편집자 '이연실 대표'가 이끄는 이야기 장수, 베스트셀러를 출판하는 비결은?

[ 사례뉴스 ] / 기사승인 : 2024-05-23 05:25:00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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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장수는 책이 아닌 이야기를 파는 곳입니다."



올해 발표된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 10명 중 6명이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고 한다. 독서보다 유투브, 인스타 등 미디어 콘텐츠가 각광받는 시대지만, 여기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책을 판매하려는 장수가 있다. 바로 '전쟁일기',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 김이나의 작사법', 부지런한 사랑' 등 다수의 베스트셀러를 편집해 낸 18년 차 편집자 이연실 대표이다. 이 대표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열심히 살고싶게 하는 마음이 드는 책을 만들고 싶다" 라며 이야기 장수로 살고자 하는 이유에 대해 밝혔다.



이연실 대표는 16년간 문학동네에서 편집자로 일하며 스타편집자로 명성을 쌓아왔다. 현재 그녀가 이끄는 '이야기장수'는 2년 전 문학동네 임프린트(사내벤처) 방식을 통해 설립한 회사이다. 현재 '이야기장수'는 더이상 임프린트 브랜드가 아닌 독립된 계열사 법인체로 시작하는 새 출발선에 서있다.단 기간 동안 회사가 빠르게 성장하고, 많은 베스트 셀러를 출간할 수 있었던 그녀의 비결은 무엇일까? 이연실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녀의 지식과 노하우를 알아보았다.




이야기장수 이연실 대표 [사진:이예지 기자]
이야기장수 이연실 대표 [사진:이예지 기자]




Q1. 이야기장수와 이연실 대표님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이야기장수의 대표이자 18년 차 편집자 이연실입니다. 이야기장수는 출판사이자 이야기 회사입니다. 이야기를 사고파는 회사이고요. 물론 종이책, 전자책들을 기본적으로 만들지만 궁극적으로는 이야기 회사를 지향하고 있어요. 요즘 보면 책에서 뿐만 아니라 영화나 드라마 등 미디어 매체에서도 좋은 이야기를 찾는 이야기 사냥꾼들이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이야기 장수는 그런 사람들에게 좋은 작가와 이야기를 알리는 회사입니다.



이야기장수는 원래 문학동네의 브랜드였습니다 . 문학동네 임프린트(사내벤처) 시스템을 통해 만들어졌는데요. 이는 책을 만들고 싶은 의욕과 열정이 있는 사람에게 출판사를 운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시스템입니다. 현재는 2년동안 자체적으로 자본을 운영할 수 있는 만큼 좋은 성적을 거둬, 독립된 계열사 법인체로 새 출발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Q2. 어떤 가치를 가지고 이야기장수를 만들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이야기를 판다는게 무엇일까요?



한국 사회에서 성인 절반 이상이 1년에 한 권의 책도 읽지 않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종이책의 미래가 불확실할지라도 이야기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인류가 태어난 이래로, 옛날 사람들이 뼈다귀와 바위에 글을 새겼던 그 때부터 이야기는 죽지 않고 살아 숨 쉬어 읽혀져 왔습니다. 그래서 '이야기장수'는 이야기가 팔리는 책을 만들고자 합니다. '장수’라는 이름의 뜻에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독자들의 선택을 받을 책을 만들겠다는 저의 다짐이 담겨 있습니다.





이야기장수 브랜드 간판 [제공 : 이야기장수]




Q3. 회사이름을 '이야기장수'로 이름을 짓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이야기장수’라는 이름은 임프린트를 준비하면서부터 생각했던 것입니다. 출판계 선배들과 작가님들 사이에서는 이름에 대해 반대 의견도 있었지만, 저는 '장수’라는 단어가 지닌 의미를 좋아했습니다. 저는 실제로 시장 상인들을 존경하고, 무엇인가를 팔 때 책임감을 가진 사람들을 좋아해요. '장수’라는 말은 항상 저를 신나게 해 줍니다. 처음부터 단순히 책을 파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어요. 좋은 이야기와 이야기꾼을 찾아 알리고 싶었습니다.



'장수’는 오래간다는 느낌과 판매자라는 의미, 그리고 전쟁터에서 무언가를 지키며 싸우는 사람이라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 세 가지 의미 모두를 사랑하며, 이야기를 위해 그 모든 역할을 수행하고 싶었습니다. 실제로 사람들이 저를 ‘사장님’, '대표님’이라고 부르는 것보다 '장수님’이라고 부르는 것이 저에게 더 큰 힘을 줍니다.



Q4. 지난 16년간 문학동네에서 편집자 생활을 하시다가 사내벤처 방식으로 이야기장수 대표가 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야기장수를 만들고 현재 2년 정도 되었는데 소감이 어떠십니까?



저는 사실은 대표나 사장을 하기가 너무 싫었어요. 책 한 권 한 권 만드는 게 재미있는 실무자 스타일인데 대표가 되어 한 회사를 운영하는 순간 손해를 보면 안 되고, 돈을 벌어야 되고, 사람 마음을 또 다 챙겨야 되고, 많은 것들을 신경 써야 하는 것이 저에게 안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편집자는 결국 '자기 회사를 가져야 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야기 장수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결국 자기 일을 하는 사람은 자기 것을 갖고 있을 때 더 흥이 나고 신나는 것 같아요. 이전에는 한 프로젝트마다 결제를 받아야 했던 입장에서, 지금은 그 결제를 하는 입장이 된 것이 두렵기도 하지만 묵직한 책임감을 안고 현명하게 일을 해나가는 시간이 좋습니다.




이야기장수 이연실 대표 [제공 :  이야기장수]
이야기장수 이연실 대표 [제공 : 이야기장수]




Q5. '이야기장수'를 이끌어 오시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과 이를 극복한 스토리가 있을까요?



지난 2년간 혼자서 회사를 운영하다 보니 시간에 쫓기고 건강이 악화되기도 했습니다. '전쟁일기’는 이야기장수의 첫 출간작이었고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되어 있어 시의성을 고려해 신속히 출간해야 했던 기억이 있네요. 이 과정에서 이가 빠질 만큼 건강을 해치는 일도 있었지만, 노력이 결실을 맺어 현재는 독립된 법인으로 성장했고 새로운 직원을 채용하는 단계에 있어 기대감도 큽니다.



Q6. 이야기장수의 첫 번째 책이자 세계 최초 한국에서 우크라이나 현지 폭격과 전쟁을 겪고 피난한 내용인 우크라이나 출신 그림책 작가 올가 그레벤니크 ‘전쟁일기’가 출간 당시 화제였습니다. 이때 당시 책을 출판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이 책의 시작은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의 김하나&황선우 작가님의 연락이었어요. 우크라이나 작가가 인스타 스토리에 그림일기를 올리고 있었고, 해당 책의 번역가인 정소은 님은 "현재 전쟁 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는 출간이 불가능하니, 제3 국에서 이 목소리를 전해야 한다"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실제로 당시 뉴스에 집중하고 있던 사람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익숙해져 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쟁은 한 사람의 인생과 가족, 생명이 파괴되는 비극이죠. 이 책을 통해 사람들이 전쟁의 심각성을 인식하길 바라며, 거의 잠을 자지 않고 준비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책이 출간된 후 인세 수익금은 작가님께 전달되었을뿐더러, 전국의 많은 동네 책방들이 판매 수익을 우크라이나에 기부하며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현재도 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 책이 계속 읽히고 있지만, 언젠가는 과거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책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올가 그레벤니크 작가의 '전쟁일기'를 이야기장수에서 출간되었다  [제공 :  이야기장수]
올가 그레벤니크 작가의 '전쟁일기'를 이야기장수에서 출간되었다 [제공 : 이야기장수]




Q7.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를 비롯해, 김이나 작사가 첫 책 ‘김이나의 작사법’ 이슬아 작가 ‘부지런한 사랑’등 굵직한 베스트셀러를 꾸준히 펴내 온 ‘스타 편집자’로써, 베스트셀러 책을 편집한 노하우가 있으시다면 무엇일까요?



원래 책은 작가님이 자기 인생을 시간을 들여서 잘 써주시면 독자들이 알아봅니다. 저는 그 작품을 더욱 빛나게 다듬는 역할을 합니다. 한 권의 책에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시간을 투자합니다. 단순히 작업에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책의 가능성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끝까지 고민합니다.



그래서 계속 책 제목이나 디자인에 대해서 끝까지 고집을 부리는 편 같아요. 편집자가 애정을 갖고 이 책을 어떻게든 눈에 띄게 하려고 고민한 책은, 볼 때마다 풍경이 바뀌어요. 책의 이미지와 마음을 사로잡는 디자인, 구매를 유도하는 전략적인 표지 구성까지, 모든 것에 심혈을 기울입니다. 저는 사람들이 책을 멀리한다고 하지만 독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한 권의 책, 그것이 바로 제가 만들고 싶은 책인것 같아요.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작가와의 사진 (좌 : 박은정 번역가, 우: 이연실 대표) [제공 :  이야기장수]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작가와의 사진 (좌 : 박은정 번역가, 우: 이연실 대표) [제공 : 이야기장수]




Q8. ‘전쟁일기‘ ‘가장 좋은 것을 너에게 줄게’ ‘은혜 씨의 포옹’ ‘가녀장의 시대’ ‘흡연 여성 잔혹사’ ’ 헌책 낙서 수집광’ ‘형사 박미옥’ ‘나는 왜 이렇게 웃긴가’ ‘루의 실패’ ‘이 아이는 자라서 이렇게 됩니다’ 등등 발행일을 보니 거의 1~2달 주기로 책이 출판되던데 책을 빠르게 출판하는 대표님만의 노하우나 비결은 무엇입니까?



무엇보다도 책을 성실히 완성하려는 의지가 중요합니다. 책을 만드는 일은 힘든 면이 많아요. 어려움이 끊임없이 이어지지만, 완성된 책을 보면 그 어떤 것보다 큰 기쁨을 느낍니다.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시간을 끌기보다는 가능한 한 빨리 결정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책이 될 수 없는 여러 이유를 마주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 장애물을 극복하고 책을 완성하는 것이 바로 편집자의 역할이에요.그래서 저는 그래서 책을 열심히 끝내고 싶고요. 한 권의 책에 시간을 되게 많이 들이지만 또 많은 책을 만들고 싶기도 합니다.



Q9. 베스트셀러 책을 편집하고 고르는 대표님의 노하우를 이야기장수의 팀원들이나 후배 편집자들에게 어떠한 방법으로 전수해 주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출판업계에서 선배가 후배에게 모든 것을 전수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저도 모든 노하우를 전달할 수는 없지만, 두 가지 중요한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첫째, 편집자는 작가와 동료와의 소통이 중요합니다. 예시로 저는 항상 사무실에서 문제가 생긴 전화를 받으며, 동료들이 제 대처 방식을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를 통해 얻는 소통이 컸던 것 같아요.



둘째, 편집자는 수동적이지 않고 능동적인 직업이라는 것입니다. 단순히 교정지를 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문장을 매끄럽게 다듬고 작가를 설득하는 과정도 포함됩니다. 한 권의 책으로 얼마나 많은 일을 할 수 있고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편집자의 역할입니다.




이야기장수 이연실 대표 [사진:이예지 기자]
이야기장수 이연실 대표 [사진:이예지 기자]




Q10. 책을 쓰고 싶은데 시간이 없는 대표님들에게 어떤 조언을 드릴 수 있을까요?



사실은 그러한 연락들을 되게 많이 받습니다. 많은 기업 대표님들이 연락해 와 자신의 회사 매출과 성과를 자랑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들의 재정 상태나 기업 성공 여부에 관심이 없습니다. 저의 관심사는 그들이 가진 자신만의 이야기입니다.



사실 시간이 부족하다면 책을 출간할 수 없습니다. 책을 출간하려 할 때,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그 사람이 작가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작가는 시간을 할애하여 자신의 이야기를 찾아내고, 그것을 글로 표현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이죠. 매일 조금씩 시간을 내어 자신만의 독특한 이야기를 모으고, 그것을 글로 옮기는 연습을 하다 보면, 그 이야기를 찾아주는 사람이 분명 있을 것입니다.



Q11. 마지막으로 비즈니스 일터에서 힘쓰고 계신 경영자와 리더분들께 격려와 응원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자신의 분야에서 무언가를 창조하고 판매하며, 직원들을 이끄는 사장님들은 모두 어떤 면에서는 장인이며, 제가 지향하는 멋진 장수님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회사 경영이 너무 신나요!" 이런 사람들 잘 못 본 것 같아요. 경기가 너무 어렵고 소비가 안 좋은 시기이긴 합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탓하기보다는, 함께 해보자는 이야기를 해드리고 싶습니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하고 행복하자고 일하는 거니까요. 저 또한 초조할수록 같이 일하는 사람들한테 친절한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많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리더나 경영자분들도 구성원들과 서로 친절하게 일을 하면 조금씩 세상도 경영 환경도 친절해질 날이 올것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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