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총총 개구리 우는 시골마을 살리는 청년들

[ 환경일보 ] / 기사승인 : 2023-06-07 13:30:06 기사원문
  • -
  • +
  • 인쇄

마을 입구 너른 지평 저수지. 그곳을 밝히는 하늘과 물의 달, 두 달과 함께 산새들의 노랫소리와 숲에서 이는 스산한 바람이 새로운 세상에 온 듯한 신선함으로 힘든 세상의 짐을 자연스레 내려놓게 한다. /사진=김영동 기자
마을 입구 너른 지평 저수지. 그곳을 밝히는 하늘과 물의 달, 두 달과 함께 산새들의 노랫소리와 숲에서 이는 스산한 바람이 새로운 세상에 온 듯한 신선함으로 힘든 세상의 짐을 자연스레 내려놓게 한다. /사진=김영동 기자




[환경일보] 김영동 기자 = 경북 상주시 이안면 아천1리 달두개 마을, 이곳은 1970~1980년대까지 대한민국 산업화와 경제발전의 밑거름인 석탄 광산이 3곳이나 가동됐던 탄광촌이었다. 그야말로 동네 강아지도 만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닌다는 그 시절, 부족함 없는 삶의 시끌벅적한 마을이었다.



그러나 1989년 석탄산업합리화 정책으로 광산이 문을 닫으면서 마을은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고 지금은 78가구에 135명이 살고 있는데 거의 어르신들이다.



2017년 어느 날 폐교로 잡초가 무성한 은척중학교 아산분교에 도회지에 살던 청년들이 찾아들면서 작고 적막했던 이 시골 마을에 맑은 웃음소리가 고요함을 깨워주고 마을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대학 졸업 후 고향인 부산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백아름(31)씨가 사회적 기업 창업을 준비하던 중 아천1리의 전 이장인 장동범(61)씨를 만나 이곳에서의 정착이 시작됐다.



이후 이들은 장동범 전 이장과 주민들의 도움으로 폐교에서 생활하면서 주민들과 귀농청년들이 ‘청년이그린협동조합’을 함께 설립했다.



처음엔 인근 주민들이 생산한 농산물과 농산물 가공품으로 온라인 판매를 시작, 협동조합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이를 계기로 마을 주민들이 생면부지의 청년들을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발판이 되면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장과 주민들의 도움으로 빌린 토지에 고추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은 친환경 고추, 오이, 콩, 벼농사를 직접 지어 온라인 판매에까지 이르고 있다.



아천1리 주민인 조남구씨는 “적막강산이었던 이곳에 젊은이들이 들어오면서 어르신들이나 주민들은 활기를 되찾았으며 젊은이들과 지내는 하루하루가 즐겁다”며 “주민들은 손자·손녀 같은 청년들을 보고 이들을 도우면서 행복함을 누리고 있으며 특히 마을 전체에 생기가 돌아 너무 좋다”고 말했다



백아름 청년 조합원은 “때때로 농사일이 힘들고 일이 잘 안 될 때는 농촌에 온 것이 잘못된 선택이었나 하는 생각도 잠시 들기도 한다”며 “그러나 주민들의 따뜻한 보살핌과 멘토인 장동범 사부의 도움으로 잘 정착하고 있고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많아 벅차고 행복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며 밝은 미소를 지었다.




달두개 마을 7년, 장동범 전 이장 중심으로 정착 청년 늘어

도시 청년들 위한 ‘농촌 살아보기 체험’, ‘팜메이트 농사체험’ 등 인기



직접 농사한 친환경 농산물 온라인 판매, 마을 카페 등 동아리 운영





달두개학교 전경 /사진=김영동 기자
달두개학교 전경 /사진=김영동 기자




이러한 과정 속에서 만 6년이 지나며 20~30대 청년은 9명으로 늘었고, 청년들을 도와주고 이끌어 주는 고마운 지역민들도 많이 늘어났다.



이 마을에 들어서면 먼저 지평이라는 이름의 넓은 저수지가 외출해 돌아오는 주민을 맞는데 밤에 돌아오는 주민은 하늘의 달과 호수에 비친 달, 두 달의 인사도 받는다. 이에 젊은 청년들이 이곳에 정착하면서 동네 이름을 달두개 마을로 명칭해 외부에 홍보하고 있으며, 아울러 폐교도 달두개 학교로 이름 지었다.



‘청년이그린협동조합’ 청년들은 달두개 학교 공간을 중심으로 운동장 한편에 마련한 생태텃밭 체험, 쉼과 힐링이 공존하는 마을카페와 트리하우스 조성, 교실에는 통기타 동아리, 성악 수업, 태극권 동아리, 인문학 강좌 활동 등을 하는 작은 도서관, 자연에서 곤충을 관찰하고 직접 키워 보는 곤충체험실을 운영하고 있다.




달두개 마을 청년들이 모내기 이후 피(한해살이의 풀)를 뽑고 있다. 이는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으로 모를 키우기 때문에 벼 수확 전까지는 자주 피를 뽑아 줘야 한다. /사진제공=달두개 청년이그린협동조합
달두개 마을 청년들이 모내기 이후 피(한해살이의 풀)를 뽑고 있다. 이는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으로 모를 키우기 때문에 벼 수확 전까지는 자주 피를 뽑아 줘야 한다. /사진제공=달두개 청년이그린협동조합




아울러 ‘청년이그린협동조합’은 협업농장을 통해 친환경으로 농사지은 깨와 고추를 제조허가를 얻어 참기름, 들기름, 고춧가루로 가공해 판매하고 있다. 직접 농사한 친환경 우렁이쌀 등을 판매하며 아울러 온라인을 통해 지역농산물 홍보에도 나서고 있다. 매달 모바일 월간지로 ‘청그협’의 소식도 지인들에게 알려 준다.



특히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간의 삶을 바탕으로 도시 청년들을 위해 농촌을 경험하고 새로운 삶의 방향을 모색할 수 있도록 ‘농촌 살아보기 체험’, ‘팜메이트 농사체험’을 운영하고 있으며 농식품부와 함께하는 ‘시골언니프로젝트’, 삼선재단과 함께하는 ‘별의별이주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그간 많은 도시청년들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으며 그 가운데 이곳을 잊지 못해 찾아오는 청년들, 그리고 마을의 변화에 대해 궁금해하는 청년들과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달두개 청년들은 밝혔다.




도시 청년들의 농촌 정착 위해 귀농청년 플랫폼 확장



“농촌에서의 삶도 도시의 삶만큼 풍요롭고 행복해





달두개 마을 청년들이 농식품부와 함께하는 농사체험 ‘시골언니프로젝트’. 프로그램 참여한 도시 청년들이 자신들이 수확한 농산물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제공=달두개 청년이그린협동조합
달두개 마을 청년들이 농식품부와 함께하는 농사체험 ‘시골언니프로젝트’. 프로그램 참여한 도시 청년들이 자신들이 수확한 농산물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제공=달두개 청년이그린협동조합




이에 힘입어 청년들은 달두개 학교 공간을 전국의 청년들이 교류하는 곳으로 꾸려 이를 통해 청년들이 농촌의 삶을 이해하고 사랑하며 지역 어르신들께는 기쁨과 활력을 드리는 통로로 넓혀 나간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귀농청년 플랫폼을 확장해 도시 청년들과 지역의 청년들과의 연대한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과 함께 도시 청년들의 농촌 정착을 위해서도 나름의 역할을 하겠다는 구상과 실천을 하고 있다.



청년이그린협동조합의 대표인 백아름씨는 “농촌에서의 삶도 도시에서의 삶만큼이나 풍요롭고 행복하다. 어쩌면 찌든 도시에서의 삶보다 자연이 숨 쉬는 이곳에서 더 사람답게 행복하고 건강하게 인생을 즐기며 살 수 있는 것 같다”며 “결혼은 한다면 이곳에서 농사도 하고, 이웃 어르신들을 잘 모시며 지속가능한 농촌을 위해 힘쓰는 사람이면 더욱 좋을 것 같다. 아이도 이곳에서 키우고 교육하며 행복한 마을을 꾸미고 싶다”고 말했다.




달두개 마을 청년들이 달두개학교에서 마을 어르신들을 위한 연 음악회   /사진제공=달두개 청년이그린협동조합
달두개 마을 청년들이 달두개학교에서 마을 어르신들을 위한 연 음악회 /사진제공=달두개 청년이그린협동조합




귀농한 장동범씨는 “이곳에 내려와 동네 어르신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고 외지인으로서 이장도 역임한 만큼 청년들과 함께 즐겁고 행복한 마을을 만들어 가고 싶다”며 “주민들과 귀농한 청년들과 협력해 조금이나마 마을의 변화가 생기도록 작은 힘이나마 보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착 이후 동네 어르신들을 모시고 소통하며 쉼 없이 이 마을을 가꾸며 살아온 달두개 마을 청년들, 이곳에서 결혼하고 아이 낳고 살면서 옛 농촌의 부활을 바라는 이들의 꿈이 도시청년들의 꿈으로 이어지길 바라며 관계기관은 이곳이 모범 사례로 이어질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집중할 때이다.

  • 글자크기
  • +
  • -
  • 인쇄

포토 뉴스야

랭킹 뉴스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