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경제신문=서아론 기자] 2025년 준예산 사태를 겪고 있는 서대문구가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어르신 일자리, 보훈예우수당, 학교급식 등 25개 주요 사업에 298억 원을 긴급 집행하기로 했다.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은 1월 20일 서울시청 브리핑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지방자치법 제122조에 따른 선결처분권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선결처분은 지방의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지자체장이 긴급히 시행하는 조치로, 서대문구는 이를 통해 중단됐던 어르신일자리사업과 동행일자리사업, 지역공동체 일자리사업을 재개할 예정이다.
또한 보훈예우수당, 감염병 예방 예산, 고위험 임산부 의료비, 학교급식 지원 등을 포함해 장애인 재활치료, 학교 밖 청소년 지원 등 취약계층을 위한 예산도 우선 집행한다.
서대문구의회에서 선결처분 예산 승인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선결처분의 효력은 상실된다. 하지만 설 명절을 앞둔 민생 예산 집행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구의회의 승인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이성헌 구청장은 "이번 선결처분은 주민 복리 증진과 피해 최소화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준예산 사태의 배경과 갈등
이번 사태는 2025년 서대문구 예산안이 구의회의 여야 합의를 거쳤음에도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이를 파기하며 발생했다. 당초 구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12월 17일 여야 합의로 예산안을 사실상 확정했으나, 12월 20일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국회의원의 지시에 따라 예산안이 기습 수정되어 처리됐다. 수정안은 구청장의 주요 사업 예산을 대폭 삭감했으며, 이 과정에서 절차적 문제가 제기됐다.
삭감된 주요 사업은 ▲카페폭포 한류문화체험관 조성 사업비 10억 원 ▲클래식 공연 예산 2억 9천만 원 ▲서대문구청 여자농구단 운영비 8억 4천8백만 원 등이다. 이들 사업은 주민과 언론으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받은 바 있으며, 이번 삭감에는 정치적 의도가 담겨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서대문구청은 해당 수정 예산안의 법적 문제를 지적하며 12월 24일 재의를 요구했지만, 구의회가 이를 거부해 2025년 예산안이 성립되지 못한 채 준예산 체제로 진입하게 됐다. 준예산은 전년도 예산에 준해 필수적 지출만 가능하기 때문에 설 명절을 앞둔 주민 지원 예산이 차질을 빚을 우려가 있었다.
구의회와의 갈등 지속
서대문구의회는 여소야대 구조(더불어민주당 8명, 국민의힘 5명, 개혁신당 1명, 무소속 1명)로, 국민의힘 의원들이 구의회 임시회 소집을 요구했으나 12월 31일과 1월 15일 모두 거부됐다. 이로 인해 구는 지방자치법 제146조에 따라 준예산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기에, 구의회가 예산안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성헌 구청장은 "준예산 체제가 장기화되면 주민 피해가 심화될 수 있다"며 "구의회가 구민의 뜻을 반영해 예산 심의를 재개하고 정상화에 협조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또한, 구청은 구의회 파행과 관련한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며 재의를 강력히 촉구할 방침이다.
구는 설 명절을 앞두고 보훈대상자 설 위문금, 취약계층 명절 지원 등 긴급 예산을 포함한 선결처분을 시행했다. 하지만 이 조치로 모든 민생 예산이 해결될 수는 없다는 한계가 있다. 주민들은 구의회와 구청 간 갈등이 조속히 해결되어 안정적인 예산 집행이 이루어지길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