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방사능 측정 후 안전조치 ‘뒷전’ 한 달 만에 고장 부실 장비, 국민 안전 ‘빨간불’

[ 에너지데일리 ] / 기사승인 : 2024-10-18 09:08:00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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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데일리 조남준 기자] 해군이 동해바다에서 WHO 기준치의 두 배를 초과하는 20.78 Bq/L의 세슘-134를 측정하고도, 필수적인 안전조치를 이행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국회 국방위원회 박찬대 (인천 연수구갑·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의원이 해군으로부터 제출받은 ‘함정용 해양방사능 측정장비 운용지침 및 조치결과 현황’에 따르면, 방사능 측정 시‘조수기 중단, 비상 식수 사용, 2차 측정’업무가 명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군은 세슘이 검출된 1월 8일, 9일, 14일 모두 안전 조치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조수기 중단’과 ‘비상 식수’조치는 함정 출항 기간 해양에서 식수를 구하고 있는 특수한 상황에서 승조원의 방사능 내부피폭을 방지하고자 수립되었다. 그러나 해군은 3일간 세슘이 검출됐음에도 안전조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장비 오류인지 판단하기 위한 2차 측정 또한 없었다.

이에 해군은 민간 장비 업체와 유선 통화 후 장비 오류 가능성에 따라 조치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 근거로는 “Cs-137이 검출되지 않았기 때문에 Cs-134도 검출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측을 제시했으며, 이러한 판단에 해군참모총장 또한 “과학적인 판단”이라며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방사능 측정 전문기관인 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각각(Cs-137, 134) 방출하는 감마선의 에너지가 다르기 때문에, 각각의 핵종에 대해 평가가 필요하다”며 “한 가지 핵종의 유무로 다른 핵종의 유무를 판단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더욱이, 해군이 참조했다던 원자력안전위원회 측정값은 세슘이 검출되기 한참 전인 ‘23년 12월 측정값’인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해군과 장비 업체가 제시한 오류 판단은 ‘비과학적인 추측’과 ‘시간상의 오류’에 기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당시 출항했던‘충무공이순신급 구축함’함정의 승조원 약 230여 명이 방사능에 오염된 식수를 섭취했을 가능성이 새롭게 제기됐다.

■ 방위사업청과 해군의 ‘부실평가’, 애물단지로 전락한 방사능 측정장비

방위사업청과 해군이 함정용 해양방사능 측정장비 도입 과정에서 측정 장비의 기능을 축소하고 부실하게 평가한 정황이 포착됐다.

방사청이 해당 장비를 도입할 당시 제시한‘규격입찰요청서'에는 삼중수소를 0.05Bq/L 수준으로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명시됐지만, 실제 도입된 장비는 0.5Bq/L로 10배 완화된 수준에 불과했다. 대한방사선방어학회가 밝힌 최근 5년간의 삼중수소 검출 현황이 0.058~0.45Bq/L인 것을 고려할 때, 오히려 측정 기능을 축소하여 실제 검출을 어렵게 만든 것이 아닌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또한, 바다에서 사용되는 장비임에도 불구하고 관련된 환경 평가를 생략하였고, 이로 인해 장비가 6개월 만에 부식되는 문제도 발생했다. 심지어 감마선 측정 평가 과정에서는 세슘-137의 검출 기능만을 평가했고, 세슘-134의 검출 기능은 별도로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업계획 단계에서 기초적인 자료검증조차 거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방사청의 최종 사업계획서에는 세슘의 원소기호 Cs(Cesium)를 스칸듐 원소기호인 Sc(Scandium)로 잘못 표기하는 등 전문성이 결여된 사실도 적발되었다.

이러한 부실 평가로 인해 해당 장비는 도입 한 달 만에 오류가 발생했고, 결국 해군은 올해 7월부터‘함정용 해양방사능 측정 장비'를 육상으로 옮겨 운용하기 시작했으며, 방사능 핵종 측정 결과는 육상 복귀 후 확인하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그러나 해군의 이 같은 판단은 당초 장비 도입 목적과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실제 사업계획서와 규격입찰요청서에 따르면, ‘함정에서 운용 가능한 이동식 해양 방사능 측정장비를 통해 방사능 정보를 실시간 획득 및 승조원 피해를 방지’라 명시돼 있다.

이와 관련해 해군참모총장은 “원자력안전기술원과 원자력연구원에서 기술자문을 받아 운용법을 변경했다”고 주장했지만, 두 기관 모두 그러한 사실이 없다고 밝혀, 해군의 해명이 거짓으로 드러났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안전조치 매뉴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일한 현장 대응으로 인해 큰 사고가 발생할 뻔했다”며, “실제 상황에서 매뉴얼에 따라 장비가 제대로 운용될 수 있도록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대표는 “후쿠시마 오염수 괴담을 운운하기 전에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 철저한 감시와 측정 업무가 수행되어야 한다”며, “함정용 해양 방사능 측정 장비를 둘러싼 지적 사항에 대해 자체 감사를 실시하고, 앞으로도 방사청의 장비 도입 과정에서 평가가 계획대로 꼼꼼하게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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