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건뉴스=김민영 기자] 테이크아웃과 배달 소비가 일상화된 가운데 정부가 일회용컵 비용을 음료 가격과 분리해 영수증에 표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회용컵 사용에 가격 신호를 부여해 다회용컵 이용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지난해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환경 분야를 총괄하는 장관은 일회용컵 가격을 100원에서 200원 수준으로 설정하는 방안을 언급하며 제도 도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정부는 분리 표기가 총액 인상이 아니라 일회용컵 비용을 드러내 소비 단계에서 사용을 줄이기 위한 장치라는 입장이다. 다만 현장에서는 영수증 표기 변화가 민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일회용컵 사용량 증가는 정책 검토의 직접적인 배경으로 꼽힌다. 환경단체와 대학 연구진이 공동으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1인당 연간 일회용 플라스틱 컵 소비량은 2017년 65개에서 2020년 102개로 56.9% 증가했다. 일회용품 감축 정책이 시행되고 있음에도 테이크아웃과 배달 중심 소비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사용량이 줄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 일부 지역에서는 보증금제를 통한 감량 실험이 이어져 왔다. 제주도와 세종시는 2022년 12월부터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도입해 음료 구매 시 300원을 추가로 받고, 컵 반납 시 이를 돌려주는 방식을 운영하고 있다. 제도 시행 초기에는 반환율이 비교적 높았으나, 시간이 지나며 참여도가 낮아지는 흐름도 나타났다.
제주도의 경우 반환율은 한때 70%대를 기록했지만 이후 40%대로 떨어지기도 했다. 이에 따라 지자체는 단순 환급 방식에서 벗어나 인센티브를 결합한 운영 방식으로 제도를 보완했다. 재활용도움센터 회수기에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 외에 탄소포인트 적립이나 일회용컵 5개당 종량제 봉투 10ℓ 1장을 제공하는 방식이 적용되면서 반환율은 다시 60%대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이러한 지역 사례를 토대로 제도의 구조적 한계를 점검하고 있다. 환경부가 공개한 탈플라스틱 종합대책에는 2030년까지 생활계와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폐플라스틱 배출량을 전망치 대비 30% 이상 줄이겠다는 목표가 담겼다. 폐플라스틱 발생량은 별도 대책이 없을 경우 2030년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정부는 원천 감량과 재생원료 사용 확대를 통해 신재 기반 폐플라스틱을 줄이겠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가격 부과만으로는 정책 효과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소비자학 분야의 한 대학 교수는 일회용컵 규제와 관련해 매장별로 다른 규격을 쓰는 구조를 개선하고, 회수기를 공동으로 활용하는 등 회수 효율을 높이는 시스템 설계가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회수 과정이 단순할수록 소비자 참여가 유지된다는 설명이다.
현장 맞춤형 모델도 시도되고 있다. 환경부는 과천시 서울랜드에 무인반납기를 설치해 컵 반납 시 현금 500원을 돌려주는 방식을 도입했다. 놀이공원처럼 이용 동선이 제한된 공간에서 회수 구조를 단순화해 반환율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소비자 반응은 엇갈린다. 제주시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반납 장소가 명확하다면 큰 불편은 없다고 전했다. 반면 일회용컵 사용 자체를 줄이기 위해서는 다회용컵 이용 시 할인 등 보다 직접적인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일회용컵 정책은 가격 신호와 회수 인프라, 인센티브 설계가 함께 작동할 때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제주와 세종의 보증금제 운영 경험과 놀이공원 맞춤형 모델은 향후 제도 설계 과정에서 참고 사례로 활용될 전망이다. 사용량 감축과 회수율, 재활용 품질을 동시에 관리할 수 있는 체계 마련이 과제로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