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직매립 금지, 원칙은 맞다…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 에너지데일리 ] / 기사승인 : 2026-01-01 00:43:00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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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데일리 조남준 기자] 그동안 수도권에서 발생한 생활쓰레기의 상당량은 인천 서구에 위치한 수도권매립지로 향해 왔다. 그러나 올해 1월부터는 이러한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전면 금지된다. 매립 중심의 처리 구조에서 벗어나 소각과 재활용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정책적 결단이지만, 충분한 준비가 이뤄졌는지를 두고 현장과 지역사회에서는 “과연 대안은 마련돼 있는가”라는 질문이 커지고 있다. 이른 새벽 수도권매립지 반입 도로에는 종량제 봉투를 가득 실은 트럭들이 줄지어 들어선다. 서울·경기·인천에서 하루 평균 약 2000톤에 달하는 생활폐기물이 이곳으로 모인다. 하지만 이 흐름은 이제 멈춰야 한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직매립이 막히면, 이 쓰레기들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논의의 초점은 자연스럽게 ‘매립 예외’가 아니라, 매립을 대체할 현실적 수단으로 모아진다.









■ 원칙은 명확하지만, 현실은 미완의 준비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는 매립지 수명 연장과 온실가스·침출수 저감, 지자체 처리 책임 강화, 재활용·에너지 회수 중심의 자원순환 체계 확립을 위한 구조적 정책 전환이다. 특히 소각을 거치면 폐기물 부피가 최대 80%까지 줄어들어 매립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 취지는 분명하다.



그러나 현실은 이상과 거리가 있다. 수도권 3개 시·도는 직매립 금지 시한을 수년 전부터 인지해 왔지만, 주민 반대와 입지 갈등, 재정 부담에 가로막혀 신규 공공 소각장을 단 한 곳도 건설하지 못했다. 그 결과 정부는 직매립 금지 원칙을 유지하겠다고 하면서도, 현실적 공백을 ‘예외 매립’으로 메우는 선택을 꺼내 들었다.



이에 대해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노동조합은 “직매립 금지의 취지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자기모순적 행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예외 조항이 상시화될 경우, 결국 매립 감축이라는 정책 목표 자체가 형해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 민간 소각장 활용, ‘임시방편’을 넘어 현실적 대안으로



이런 상황에서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이후 가장 즉각적으로 가동할 수 있는 대안으로 민간 소각장 활용이 주목받고 있다. 수도권 인근은 물론 충청·강원권 등지에는 이미 다수의 민간 소각장이 운영 중이며, 기술적 처리 능력 역시 일정 수준 확보돼 있다. 공공 소각장 확충이 사실상 지연된 상황에서 추가 시설 건설 없이도 단기간 내 처리 공백을 메울 수 있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선택지로 평가된다.



다만 지금까지 민간 소각장이 공공 폐기물 처리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지 못한 이유는 시설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의 한계에 있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공공·민간 간 계약 구조가 불안정하고 단기 위탁 중심의 운영 방식이 반복되면서, 민간 소각장 역시 장기 투자와 안정적 운영을 전제로 한 역할을 수행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수도권 폐기물이 전국으로 분산 반입될 경우, 처리 지역 주민들은 환경 부담의 불균형을 우려하고 있다. “환경 부담은 지역이 떠안고 수익은 민간이 가져간다”는 반발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공공 소각과 달리 민간 소각은 처리 단가 통제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는 종량제 봉투 가격 인상 등 국민 부담으로 전가될 가능성도 함께 지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이러한 문제들이 민간 소각장 활용 자체의 한계라기보다, 제도 설계 미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본다. 국가 또는 광역 단위에서 환경 기준을 충족한 민간 소각장을 선별하고, 장기 처리 계약과 물량·단가 관리 체계를 마련한다면 민간 소각장은 ‘임시방편’이 아닌 직매립 금지를 뒷받침하는 핵심 대안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환경단체들이 우려하는 ‘소각 의존 구조’ 역시 폐기물 감량과 재활용 강화 정책이 병행될 경우 완화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활용 가능한 자원을 최대한 분리·회수한 뒤, 불가피한 잔재만 소각하는 구조를 전제로 한다면 민간 소각장 활용은 직매립 금지의 취지를 훼손하기보다 제도의 연착륙을 돕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시설 부족’보다 ‘제도 부재’가 본질



전문가들은 문제의 본질을 ‘소각시설이 없어서’가 아니라 ‘제도가 준비되지 않아서’라고 진단한다. 민간 소각장이 존재함에도 공공 물량을 안정적으로 처리하지 못하는 이유는 공공·민간 간 장기 계약 구조와 광역 조정 시스템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가 또는 광역 단위에서 환경 기준을 충족한 민간 소각장을 선별해 장기 처리 계약을 체결하고, 공공 물량을 안정적으로 배정하는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는 신규 소각장 건설에 따른 사회적 갈등과 시간을 최소화하면서도, 직매립 금지의 원칙을 지킬 수 있는 현실적 방안으로 평가된다.



아울러 쓰레기 자체를 줄이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실제 종량제 봉투를 열어보면 재활용 가능한 플라스틱과 비닐이 최대 80%에 달한다. 최근에는 종량제 폐기물을 다시 선별해 재활용 원료를 회수하는 전처리 기술도 등장하고 있다. 재활용 가능한 자원을 최대한 걸러낸 뒤, 불가피한 잔재만 소각·매립하는 구조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예외 매립’이 아닌 ‘이행 전략’을 세울 때



직매립 금지는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이다. 그러나 예외적 매립 허용은 단기적 혼란을 덮는 데 그칠 뿐, 중장기적으로는 정책 신뢰를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 필요한 것은 원칙을 흔드는 예외가 아니라, 원칙을 지킬 수 있는 실행 전략이다.



민간 소각장 활용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고, 광역 차원의 조정과 비용 통제 장치를 마련하며, 동시에 폐기물 감량과 재활용을 강화하는 다층적 접근이 작동하지 않는다면 2026년 직매립 금지는 ‘환경 전환의 출발점’이 아니라 쓰레기 처리 대란과 비용 급증을 남긴 또 하나의 미완의 정책으로 기록될 수 있다.



수도권매립지를 둘러싼 이번 논쟁은 단순한 노사 갈등이나 지역 갈등을 넘어, 선언을 넘어 실행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 한국 폐기물 정책의 성숙도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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