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현장으로 들어간 수소정책, 글로벌로 향하는 기업 지원 앞장

[ 에너지데일리 ] / 기사승인 : 2026-01-01 00:39:00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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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데일리 송병훈 기자] 수소경제가 구호의 단계를 지나 본격적인 산업 경쟁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국내 수소기업을 어떻게 키우고 세계 시장으로 연결할 것인가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수소시장이 2050년 약 12조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각국은 이미 수소를 차세대 산업 패권의 핵심 축으로 삼고 속도 경쟁에 돌입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한국수소연합(회장 김재홍)이 시행 중인 수소기업 지원 사업은 단순한 재정 지원을 넘어, 현장 중심의 문제 해결과 글로벌 진출을 동시에 겨냥한 종합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 ‘기업의 목소리’에서 출발한 지원 체계... 수소혁신데스크

수소산업은 기술 개발에서 실증, 사업화, 시장 창출까지 긴 시간이 필요한 대표적인 초기 산업이다. 기업들은 막대한 초기 투자비와 기술 검증의 불확실성, 불안정한 판로라는 구조적 한계에 동시에 직면해 있다. 한국수소연합은 이러한 현실을 출발점으로 삼아, 제도 중심이 아닌 기업 수요 중심의 지원 체계를 구축해 왔다. 정책과 사업 설계 과정에서 현장의 애로를 우선 반영하겠다는 방향성이 분명하다.



이 같은 접근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치가 ‘수소혁신데스크’다. 수소혁신데스크는 수소전문기업과 예비 수소기업의 기술력과 실적, 개발 단계, 인력 현황 등을 데이터베이스로 체계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기술·경영 컨설팅과 투자·기업 매칭, 네트워킹을 연계한다.

특히 현장에서 접수된 규제 애로사항을 법률 자문과 제도 개선 검토로 연결하고, 필요할 경우 정부 차원의 규제 혁신 논의로까지 이어지도록 설계돼 있다. 정책이 현장을 일방적으로 이끄는 방식이 아니라, 현장이 정책을 움직이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시도다.

이러한 현장 밀착형 지원은 수소전문기업 제도와도 맞물려 작동하고 있다. 2021년 제도 도입 이후 수소전문기업 수는 30개에서 2025년 기준 117개로 확대됐다. 총매출 기준 완화와 수소 매출 비중 요건 조정 등은 초기 시장 특성을 반영한 제도 개선으로 평가된다.

다만 현재 기업의 다수가 중소·벤처기업이라는 점에서, 단순한 숫자 확대를 넘어 안정적인 사업 기반과 지속 성장 지원이 필요하다는 과제도 함께 제기된다.









■ 기술에서 시장으로… 지원의 무게중심 이동

이에 따라 한국수소연합의 수소기업 지원사업도 점차 진화하고 있다. 초기에는 기술사업화와 시제품 제작, 실증 지원에 무게가 실렸다면, 최근에는 해외 인증 취득과 지식재산권 확보, 판로 개척과 홍보 지원으로 지원의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이는 수소기업 지원의 초점이 ‘기술 개발’에서 ‘시장 진입과 확장’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 기업 설문조사에서도 가장 시급한 지원 분야로 자금 지원이 꼽혔고, 기술 지원과 판로 개척이 그 뒤를 이었다.

기업 지원과 함께 공급 인프라 확충 역시 수소산업 경쟁력을 떠받치는 또 하나의 축이다. 정부의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을 통해 소규모·중대규모 개질 수소 생산기지와 부생수소 출하센터, 수전해 기반 그린수소 생산기지, 탄소포집형 수소 생산기지 등이 전국적으로 구축되고 있다.

현재 가동 또는 구축 중인 생산기지는 20곳에 달하며, 연간 약 2만6천 톤의 수송용 수소 공급이 가능하다. 이는 수소버스 약 4천 대를 운행할 수 있는 물량으로, 수소 모빌리티 확산과 시장 형성의 기반으로 평가된다.









■ 글로벌 수소 경쟁 가속… 국제 협력의 전략적 의미

수소산업의 경쟁 무대는 이미 글로벌로 확장됐다. 전 세계 59개국이 수소 전략과 로드맵을 발표했고, 200개가 넘는 대규모 수소 프로젝트가 추진 중이다.

미국은 인프라법(BIL)을 통해 7개 지역을 클린 수소 허브로 선정해 지역 기반 수소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일본은 GX(그린 전환) 전략 아래 대규모 정부·민관 투자를 통해 수소·암모니아 공급망과 가격 보조 제도를 병행하고 있다. 유럽은 재생에너지와 수소를 결합한 통합 에너지 전략을, 중국은 수소 트럭과 버스 중심의 대규모 실증을 통해 시장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이 같은 글로벌 흐름 속에서 국내 수소기업의 경쟁력은 결국 해외 시장 진출 여부에서 갈릴 수밖에 없다. 한국수소연합이 국제 컨퍼런스와 전시회 개최, 양·다자 국제협력 네트워크 확대, 세계수소산업협의회(GHIAA) 사무국 기능 강화, 국제표준 개발 협력에 힘을 쏟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술력에 더해 글로벌 기준과 시장 접근 전략을 함께 갖추도록 돕는 역할이다.









■ 현장·인프라·글로벌… 수소기업 성장의 삼각축

전문가들은 수소산업이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산업계의 역할 분담이 더욱 명확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부는 제도와 인프라, 초기 리스크를 분담하고, 민간은 사업화와 비즈니스 모델 창출을 통해 시장을 확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수소연합이 지향하는 연합형 거버넌스는 이 두 역할을 연결하는 중간 플랫폼으로서 수소산업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장치로 평가된다.

수소경제는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운 산업이다. 그러나 현장 중심의 지원, 생산과 시장을 잇는 인프라, 글로벌 무대와의 연결이 동시에 작동할 때 산업은 자생력을 갖는다.

한국수소연합이 추진 중인 수소기업 지원사업은 바로 이 삼각축을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내에서 경쟁력을 키우고, 세계 시장에서 통하는 수소기업을 얼마나 만들어낼 수 있는지가 향후 한국 수소산업의 성패를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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