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불평등 격차, 감염병 확산의 ‘조용한 악순환’

[ 비건뉴스 ] / 기사승인 : 2025-12-11 13:42:10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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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뉴스=최유리 기자] 기후 변화와 구조적 빈곤, 항생제 내성이 결합해 전 세계 취약계층을 위협하는 감염병 확산이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국제 연구진은 지난 연구 결과를 토대로, 폭발적 대유행이 아닌 ‘지속적 악화’의 형태로 위기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다수 지역에서 이미 일상적 부담으로 작용하는 감염병이, 미래가 아닌 현재진행형의 위협임을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보건 네트워크 기관이 주도했으며, 네이처 산하 학술지에 발표됐다. 연구진은 151개국 3752명의 보건 인력 경험을 분석했으며, 응답자의 87%가 중·저소득 지역에 속해 감염병 악화가 해당 지역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질병 확산은 모기 등 매개체를 통한 감염병에서 두드러졌다. 말라리아, 뎅기열, 치쿤구니야 같은 질환이 고위험 지역에서 빠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결핵과 HIV/AIDS처럼 오래된 감염병도 취약한 사회경제 환경 속에서 다시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진은 감염병 악화를 주도하는 요인으로 기후 변화, 사회경제적 불평등, 항생제 내성 증가를 제시했다. 기온 상승과 강수 패턴 변화는 매개체가 기존에 생존하지 못했던 지역까지 확산하도록 만들고 있으며, 홍수와 가뭄은 대규모 인구 이동을 유발해 감염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에 따르면 동아프리카 산악 지대, 남아시아 해안 지역, 아마존 내륙 등에서 질병 분포가 변화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이들 지역은 기온 상승과 서식지 변화가 두드러지며, 기존 방역 체계만으로는 대응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빈곤과 위생 인프라 미비도 감염병 확산을 가속하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연구진은 안전한 식수 부족, 취약한 주거 환경, 불안정한 보건 체계가 감염병을 억제하지 못하는 구조를 만든다고 설명했다. 특히 의료 대응 수용력이 낮은 지역에서는 비교적 작은 규모의 환자 증가에도 병원이 쉽게 포화 상태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항생제 내성 문제도 상황을 복잡하게 만드는 요소로 꼽혔다. 연구진은 일부 지역에서 항생제 오사용과 자가 투약 관행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며, 기존에 치료가 가능했던 감염병에서도 치료 효과가 떨어지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구진은 “차기 글로벌 보건 위협은 새로운 대유행이 아닐 수도 있으며, 이미 많은 인구를 따라다니는 감염병의 지속적 악화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는 급성 대유행처럼 즉각적인 뉴스 효과나 정치적 주목을 받지 못해 대응이 지연되는 문제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감염병 확산은 의료 체계뿐 아니라 경제에도 영향을 미친다. 연구진은 노동력 손실, 병상 부족, 지역 의료 인프라 강화 필요성이 동시에 증가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조기 감시 체계 확충과 지역 기반 연구 협력 강화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저소득 국가의 현실도 보고서에 담겼다. 한 보건 연구자는 극한 기온과 오염된 환경에서 생활하는 취약계층에게 뎅기열 재확산이나 결핵 증가 같은 문제는 ‘미래의 위험’이 아닌 ‘일상의 위험’이라며, 국제적 지원이 주로 관심을 받는 신종 감염병에 집중되는 점을 지적했다.



생태계 교란도 감염병 증가와 연결됐다. 고온에 적응한 곤충 개체가 늘면서 먹이사슬 변화가 나타나고, 토착종 감소 및 서식지 붕괴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또한 살충제 사용 증가로 토양 오염과 수분 매개 생물 감소 등 부작용이 발생해 환경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인간 건강과 환경 건강이 밀접하게 연결된 만큼, 감염병 대응은 보건·환경·사회정책을 아우르는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후 변화, 불평등, 내성 증가가 야기하는 ‘조용한 악화’는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며 지속적인 감시와 국제 협력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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