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국제뉴스) 이병훈 기자 = 엄정숙 부동산 전문변호사(법도 종합법률사무소)가 "제소전 화해 조서 작성 시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을 명시적으로 합의하지 않으면 임차인이 여전히 해당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25일 '엄정숙변호사의 제소전화해'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임대차 관련 제소전화해 전화문의만 3,200건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상가 임대차에서 제소전화해는 명도 분쟁을 예방하는 효과가 커 건물주들 사이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지만, 법률 지식 부족으로 인한 분쟁도 증가하고 있다.
엄 변호사가 주목한 사건은 대법원 2022년 1월 27일 선고한 2019다299058 판결이다. 이 사건에서 임차인은 2015년 4월 점포를 임차하는 계약을 체결한 후, 2016년 10월 건물주와 제소전화해를 신청해 "임대차계약이 2018년 10월 29일 만료로 종료하는 경우 보증금을 반환받음과 동시에 점포를 인도한다"는 화해조서를 작성했다. 그러나 임차인은 2018년 7월 건물주에게 내용증명을 보내 임대차계약 갱신을 요구했다.
원심 법원은 임차인이 계약갱신요구권을 사실상 행사하지 않겠다는 의사로 화해조서를 작성했다며 갱신요구권 행사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를 파기했다.
엄 변호사는 "대법원은 제소전 화해의 창설적 효력이 당사자 간에 다투어졌던 권리관계에만 미친다고 판시했다"며 "당사자가 다툰 사실이 없었던 사항은 물론 화해의 전제로서 서로 양해하고 있는 사항에 관하여는 창설적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건 화해조서에는 임대차계약 만료 시 점포를 인도한다는 내용만 있을 뿐 계약갱신요구권이나 이에 관한 권리관계에 대해서는 아무런 기재가 없었다"며 "임대차계약서에도 갱신요구권을 배제하는 내용이 없었고 오히려 갱신 시 상호 협의한다는 내용이 있었기 때문에 법원이 임차인의 갱신요구권 행사를 인정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엄 변호사는 "많은 건물주들이 제소전화해만 해두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착각하는데, 이번 판례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특히 임차인의 법정 권리를 제한하고 싶다면 화해조서에 명확히 기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 임차인의 갱신요구권은 강행규정이므로, 제소전화해 조서에 갱신요구권 포기 조항을 넣더라도 법원에서 성립 결정을 받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마찬가지로 권리금 회수 기회 포기나 건물주의 직접 강제집행 권한 같은 조항도 법원이 인정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엄 변호사는 건물주들에게 실무적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제소전화해는 정상적인 상가 임대차 계약이라면 별다른 조건 없이 신청할 수 있지만, 당사자 특정과 점포 특정을 제대로 해야 한다"며 "만약 동업을 전제로 한 임차인의 경우라면 동업자 모두를 특정해야 추후 강제집행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그는 유튜브 채널 '법도TV'를 통해 "제소전화해는 명도소송 판결문과 같은 집행권원이기 때문에 명도소송 절차와 동일하게 강제집행까지 진행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며 "다만 임차인이 위법을 저질렀더라도 강제집행 전 임차인에게 계약해지 통보를 거쳐야 한다는 사실은 명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엄 변호사는 "제소전화해는 상가 임대차에서 건물주와 임차인 간 발생하는 분쟁을 사전에 대비하는 예방책이 될 수 있지만, 법률 전문가의 조력 없이 진행하면 오히려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다"며 "특히 이번 판례처럼 조서에 명시되지 않은 권리는 여전히 행사 가능하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