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국제뉴스) 유지현 기자 = 속도를 늦추면, 세상이 더 잘 보인다. ‘느림의 미학’을 실천하는 ‘치타슬로(Cittaslow)’, 즉 ‘느린 도시(Slow City)’라는 의미의 이 운동은 바로 그 믿음에서 출발했다. 도시의 고유한 문화와 자연, 그리고 공동체의 온기를 지켜가자는 세계적인 움직임으로, 현재 전 세계 30여 개국 약 280개 도시가 함께하고 있다. 고요한 풍경과 전통적인 삶의 방식이 오롯이 보존된 튀르키예 데니즐리 남부의 차멜리(Çameli)가 튀르키예의 새로운 '치타슬로'로 지정되었다. 이로써 튀르키예의 ‘치타슬로’는 총 27곳으로 늘어났다. 이번 지정은 올해 대한민국 완도에서 열린 아시아 첫 ‘국제슬로시티총회’에서 결정됐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파묵칼레의 석회붕을 보기 위해 데니즐리를 찾았던 여행객들에게 차멜리는 이제 또 다른 매력적인 선택지다. 데니즐리 시내 중심에서 남쪽으로 약 110km 떨어진 이곳은 때 묻지 않은 자연과 오랜 관습이 어우러져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차멜리는 평온한 휴식뿐만 아니라 짜릿한 모험을 즐길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기도 하다. 울창한 산과 계곡을 가로지르는 하이킹 및 자전거 트레일이 조성되어 있으며 , 패러글라이딩 챔피언십과 자전거 축제가 열려 전 세계의 스포츠 애호가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또한,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식재료로 만든 전통 음식과 수공예품을 통해 튀르키예의 전통적인 삶을 깊이 있게 체험할 수 있다. 특히 '차멜리 콩'과 신선한 '송어 요리'는 꼭 맛봐야 할 별미다.

차멜리가 속한 데니즐리 지역은 시간이 겹겹이 쌓인 도시다. 히타이트와 프리기아, 로마 제국까지 수천 년의 문명이 이곳을 지나며 흔적을 남겼다. 그 덕분에 도시 곳곳에는 고대 유적과 이야기가 살아 숨 쉰다. 특히 파묵칼레의 석회 절벽 위에 자리한 고대도시 히에라폴리스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대표 명소다. 최근에는 와인 산지로도 주목받고 있는데, '찰(Çal) 포도원 루트'에서는 튀르키예 와인 포도 생산량의 약 20%를 차지하는 '찰 카라스(Çal Karası)' 품종으로 만든 와인을 맛볼 수 있다.
세계화로 인해 도시의 고유성이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시작된 ‘치타슬로’ 운동은 2009년, 이즈미르 주의 세페리히사르(Seferihisar)가 첫 인증을 받으며 시작됐다. 이후 아흘라트(Ahlat), 포차(Foça), 괵체아다(Gökçeada), 사프란볼루(Safranbolu), 샤브샤트(Şavşat) 등 전국 각지의 마을들이 동참하면서, 현재는 7개 지역 23개 주에 걸쳐 총 27개의 ‘느림의 도시’가 자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