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출을 규제하면 왜 집값이 오르는가?

[ 국제뉴스 ] / 기사승인 : 2025-10-12 20:10:01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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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종배 ㈜라움 이사(국제뉴스DB)
손종배 ㈜라움 이사(국제뉴스DB)

올해 초부터 서울 아파트값이 폭등하자 “대출을 막았는데 왜 집값이 오르냐”는 의문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는 인과관계가 완전히 거꾸로 해석된 대표적인 착시입니다. 대출 규제는 ‘상승의 원인’이 아니라 ‘상승의 결과’이며, 동시에 심리와 자금 이동이 만들어내는 구조적 현상입니다.

먼저, 대출 규제는 언제나 시장 과열의 ‘사후적 조치’입니다. 정부는 시장이 이미 과열된 뒤에야 뒤늦게 수요 억제책을 꺼냅니다. 대출 규제가 시행되는 시점은 이미 집값이 충분히 오른 후입니다. 그래서 “대출을 막았는데도 오른다”는 말은 사실 “집값이 오르니까 대출을 막은 것”이라는 인과의 착시일 뿐입니다.

두 번째, 규제는 매도심리를 위축시킵니다. 대출 규제가 발표되면 시장의 해석은 단순합니다. “정부가 규제를 낼 정도면 아직 상승 여력이 있겠구나.” 이렇게 되면 매도자들은 매물을 거둬들이고 시장은 ‘매물 잠김’ 국면에 들어섭니다. 거래량은 줄지만 호가는 더 단단해지고, 결과적으로 거래 절벽 속에서도 신고가가 이어집니다. 거래가 멈춰도 시세는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더 붙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세 번째, 대출 규제는 실수요보다는 자산가에게 유리한 구조입니다. 대출이 막히면 현금 유동성이 풍부한 상위 자산가들은 오히려 기회를 잡습니다. 이들은 대출에 의존하지 않고 움직이기 때문에 규제에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특히 서울 핵심 입지, 한강변 재건축 단지처럼 희소한 곳에서는 이들이 주도하는 고가 매수가 가격 상단을 다시 끌어올립니다. 결국 실수요자는 진입을 막히고, 자산가는 신고가를 만든다는 역설적인 결과가 나옵니다.

네 번째, 심리가 불안해진 매수자들이 추격 매수에 나섭니다. 잠긴 매물, 계속되는 신고가, 정부 규제까지 더해지면 사람들은 “아직 오를 수 있다”는 불안감에 쫓깁니다. 부동산은 숫자보다 심리가 먼저 움직이는 시장입니다. 누군가 신고가를 찍으면, 그 가격이 사회적으로 인정받은 ‘가치’가 됩니다. 거래된 금액 자체가 새로운 기준이 되는 구조 속에서 가격은 다시 굳어집니다.

다섯 번째, 풍선효과는 이 구조를 순환시킵니다. 대출이나 세금 규제가 특정 지역이나 가격대에 집중되면 자금은 자연스럽게 규제가 덜한 지역으로 이동합니다. 상급지가 막히면 하급지로 이동하고, 그 하급지가 빠르게 오르며 상급지와의 가격 격차가 줄어듭니다. 이때 “상급지가 상대적으로 싸졌다”는 판단이 생기면서 다시 상급지로 자금이 회귀합니다. 결국 ①상급지 과열 → ②규제 강화 → ③자금의 하급지 이동 → ④가격 격차 축소 → ⑤상급지 저평가 인식 → ⑥상급지 재유입의 순환이 반복됩니다.

이 순환 구조가 끊기지 않는 한, 상승장은 계속 이어집니다. 시장을 움직이는 것은 규제의 강도가 아니라 자금의 이동 경로입니다. 정책은 후행하고, 돈은 항상 규제를 피해 가장 효율적인 곳으로 흐릅니다. 정부가 시장을 제어하는 듯 보여도 실제로는 이미 형성된 자금 흐름을 늦추려는 ‘사후적 반응’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시장을 읽을 때는 규제의 방향보다 자금의 방향을 먼저 봐야 합니다. 돈이 어디서 어디로 이동하는지, 누가 매수하고 누가 멈추는지를 관찰해야 합니다. 진짜 고점은 규제가 나올 때가 아니라, 아무도 규제를 말하지 않을 때 찾아옵니다.

결론적으로 대출 규제는 상승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이며, 그 자체가 시장 심리를 자극하고 자금 이동을 촉발하는 ‘동반지표’입니다. 부동산 시장을 이해하려면 정책이 아니라 자금의 흐름, 심리의 파동, 그리고 풍선효과의 순환 구조를 봐야 합니다. 그 흐름을 읽는 자만이 시장에서 살아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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