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1 ‘인간극장’이 9월 15일(월)~19일(금) 매일 오전 7시 50분, 다섯 편에 걸쳐 경북 영천 산골에서 늦깎이 꽃 농부로 살아가는 정데레사(63) 씨와 어머니 김정순(86) 씨의 일상을 따라간다.
연고 하나 없는 깊은 산중에 오두막 같은 집 두 채를 짓고, ‘따로 또 같이’ 살아가는 모녀의 사연은 상실을 견디며 다시 일어서는 삶의 힘을 담아낸다.
데레사 씨는 두 아들을 홀로 키우며 20여 년을 미국에서 보낸 끝에, 5년 전 한국으로 돌아와 어머니 곁을 지키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역이민 뒤 시작한 카페가 뜻대로 되지 않던 차, 3년 전 큰아들을 갑작스러운 사고로 떠나보내며 삶은 무너졌다.
사람들을 피해 숨어들 듯 영천 산골로 들어와, 돌밭을 일구고 비닐하우스를 세워 꽃을 심기 시작했다. 꽃과 동물들을 돌보며 바쁘게 몸을 움직이는 사이, 끝 모를 절망은 조금씩 가라앉았고, 그녀는 “아들을 가슴에 묻고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모녀의 살림법은 담백하다. 한 울타리 안에 작은 집 두 채를 지어 각자의 리듬을 존중하고, 식사도 상황에 맞춰 따로 챙긴다. 멀고도 긴 시간을 돌아 다시 이웃이 된 두 사람은 충돌 대신 여백을 두며 관계의 온기를 회복한다. 데레사 씨는 이제 일주일에 두 번 서울 꽃시장에 꽃을 내고, 틈틈이 이웃과 막걸리 한 잔을 나누며 ‘한국의 정’ 속에 뿌리를 내린다.
3부는 ‘해충과의 시간’에 초점을 맞춘다. 해충이 번지기 전에 약을 구하러 어머니와 왜관에 들르고, 상수도가 닿지 않는 생활 탓에 빈 물통을 싣고 마을회관에서 물을 받는다. 꽃 선생님이 피해 상황을 살피고 처방을 내리는 사이, 데레사 씨는 벼르고 있던 닭장 소독까지 해내며 산골살이의 하루를 부지런히 채운다. 비가 와도 바람이 불어도 꽃은 다시 피어나듯, 그녀의 삶도 그렇게 한 뼘씩 앞으로 나아간다.
비바람 속에서도 피는 꽃, 그리고 슬픔을 품고도 흔들리지 않는 사람. ‘데레사의 꽃밭’은 상실 이후에도 삶은 계속된다는, 가장 단단한 위로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