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 ‘워터믹스’ 전략 절실… 첨단산업 급증 '통합물관리 혁신' 시급

[ 에너지데일리 ] / 기사승인 : 2025-08-12 17:54:00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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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데일리 조남준 기자] 기후변동성 확대와 첨단산업의 급격한 물수요 증가라는 이중 위기 속에서, 우리나라 물관리 정책이 여전히 통합물관리 혁신에 미온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워터믹스(Water Mix)’ 전략을 국가 물 관리의 중심축으로 삼아 수원 다변화, 물순환 촉진, 산업용수 공급 체계 개편, 기업의 책임 있는 참여까지 포함한 통합 대응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5 환경포럼 기후위기 시대 물이용체계 혁신 토론회’에는 한정애 국회물포럼 회장, 금한승 환경부 차관, KEI 한혜진 선임연구위원 등 국내 물산업 전문가 100여 명이 참석해 물관리 정책의 현주소와 향후 과제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를 펼쳤다.



한정애 국회물포럼 회장은 환영사를 통해 “반도체 초순수 등 첨단산업의 하루 물수요가 550만 톤에 달하지만, 물 정책은 제자리걸음”이라며 환경부의 미온적 태도에 아쉬움을 표했다. 이에 금한승 환경부 차관은 “물자원화를 중심으로 적재적소에 물 공급이 이뤄지도록 생산 여건을 구축하는 데 힘쓰겠다”고 밝혔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KEI 한혜진 선임연구위원은 ‘기후 채찍질’ 현상을 소개하며, 극심한 건조와 습윤 상태가 급격하고 빈번하게 반복되는 수문 기후변동성이 1975년부터 2100년까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연구위원은 “온난화로 대기의 수증기 보유 능력이 증가하면서 단일 가뭄이나 홍수보다 훨씬 복합적인 기후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 기후변동성은 과거 대비 66% 증가했으며, 지구 평균기온이 3도 상승할 경우 114%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첨단산업 분야의 폭발적인 물수요 증가도 변수로 지목됐다. 2025년 기준 반도체 산업이 하루 약 550만 톤의 용수를 필요로 하는데, 이는 도시 인구 500만 명이 쓰는 생활용수량과 맞먹는 규모다. AI 데이터센터 냉각수 수요도 현재 38만 톤에서 83만 7,000톤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전력소요량 역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제시한 30TWh로 17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한혜진 위원은 “이처럼 집중된 물수요와 공급망 구조는 변동성에 매우 취약해, 국가 핵심 산업과 시민 모두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하며 수원 다각화, 물순환 촉진, 첨단산업 용수공급, 기업 ESG경영 참여를 핵심 내용으로 하는 ‘워터믹스’ 전략을 제시했다. 특히 이미 제정·시행된 물순환촉진법에 기반해 ‘물순환 촉진지구’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대 권현한 교수는 ‘기후 및 사회 변화 적응을 위한 Water Supply Mix 전략’을 발표하며, 기후변화로 인해 가뭄 빈도와 강도가 증가하는 한편, 강우가 특정 지역에 집중되는 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2022년 6월부터 2023년 7월까지 영산강과 섬진강 유역에서는 기상 관측 사상 최장기간 가뭄이 지속됐다.

권 교수는 “기후변화, 도시화, 산업화에 대응할 수 있는 폭넓은 수자원과 처리 기술을 통합해 유연한 물 공급체계를 설계하는 워터믹스 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국내 사례로는 전남 서부권의 RO 재이용수 기반 다수원 공급 모델과 충청권 아산호 지역의 농업용수-산업용수 전환 시범사업을 제안했다.



K-water 조은채 신성장전력단장은 ‘기업과 함께하는 워터 포지티브’ 전략을 소개하며, 신규 인프라 부족과 기존 시설 노후화, 기후변화가 맞물려 물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디지털·첨단산업이 기존 산업 대비 3~5배 많은 물을 사용하면서 수자원 확보가 경제 성장의 핵심 요소로 떠오른 점도 강조됐다.

아울러 글로벌 자본시장은 CDP 공시 시스템을 통해 상장기업들에 물 리스크 관리 강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EU와 미국 등 주요 국가의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에 물 관련 내용이 포함돼 국내 대기업들도 2025년부터 공시 대상에 포함될 전망이다.









이어 연세대 나태준 교수가 좌장으로 진행한 토론에 나선 참석자들은 급격한 기후변동과 첨단산업의 폭발적 물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워터믹스’ 기반의 통합물관리 혁신이 시급하며, 과학적 접근과 지역 중심 거버넌스가 결합된 현장 중심 정책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토론에는 김경민 김경민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 한남대 김철회 교수, 환경부 김효정 물이용정책관, 한국교통대 이호식 교수, LH공사 주택연구원 최종수 박사 등이 참여했다.

김경민 조사관은 “지자체 공무원의 활발한 참여 없이는 물산업 정책이 제대로 실행되기 어렵다”며 현장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했다. 김상래 물환경탄소평가센터장은 “빗물과 소방용수의 결합 이용은 물그릇 확보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며, 한국수력원자력과 농어촌공사의 협력을 통한 연간 최대 20억 톤 규모의 물 이용 확대 가능성을 소개했다. 그는 “물관리기본법을 기반으로 불투수 면적 최소화와 물 사용량 감축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남대 김철회 교수는 “통합물관리 정책의 성과가 미흡한 이유는 유역별 예산이 매우 부족해 실질적 운영이 어렵기 때문”이라며 “조직 개편이 아닌 농업과 전략까지 포함한 종합적 통합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프랑스 사례처럼 지역별 유역 중심의 현장 중심 관리가 필요하며, 과학적 접근을 통해 환경부가 정책 컨트롤 타워 역할을 강화하고 대기업 대상 물사용량 측정과 시장화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환경부 김효정 물이용정책관은 “이번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들이 거시적인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며 “물 공급과 이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 해결을 위해 결국 통합물관리가 돌파구”라고 평가했다. 또한 농업용수의 산업용수 전환과 농민과의 협업도 추진 중이며, 물 관련 민원이 가장 많은 만큼 현장 중심 정책 추진에 역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물 부족 문제와 관련해 반도체 기업의 물 수급 문제, 국제적 물사용 표준 부재, 중소 물산업 지원 방안도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교통대 이호식 교수는 “물순환촉진법이 통합물관리의 효율적 중심이 될 것”이라며 “해수담수화, 상하수도 재이용 비율은 아직 20% 정도지만 국민의 물 이용 여가는 늘고 있으나 예산은 감소하는 역설적 상황”을 지적했다. 중수도 이용 활성화를 위해 관련 제도와 법 실효성 보완, 일반 주택 적용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LH공사 최종수 주택연구원 박사는 “수원 다변화 정책 추진 시 지역 주민 수용성을 우선 고려해야 하며 님비 현상 차단 방안 마련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하루 73억 톤의 물 사용량 중 15%만 재이용되고 있고, 삼성전자의 물 사용량은 여전히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워터믹스 개념을 기반으로 극심한 가뭄과 홍수 상황에서 지역 거버넌스 중심 현장 정책 추진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포럼은 기후위기와 첨단산업의 급격한 물 수요 증가가 우리나라 물관리 정책에 전례 없는 도전 과제를 안겨주고 있음을 경고하며, 정책 전환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절박함을 전했다. 동시에 기후위기 대응과 산업 발전의 조화를 이루기 위한 ‘워터믹스 시대’로의 대전환이 시급함을 일깨우는 중요한 자리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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