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최대 70% 산호 감소…“기후위기, 회복 기회마저 위협”

[ 비건뉴스 ] / 기사승인 : 2025-08-12 12:12:10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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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뉴스=김민영 기자] 호주의 상징적인 산호초 생태계인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가 다시 한 번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호주 해양과학연구소(AIMS)가 최근 발표한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발생한 대규모 산호 백화 현상과 연이은 자연 재해로 인해 산호초 전역에서 산호피복률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참여한 124개 산호초 중 약 절반에서 산호가 줄어들었고, 일부 산호초는 최대 70%까지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AIMS는 1986년부터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를 정기적으로 조사해오고 있으며, 이번 보고서는 관측 이래 가장 심각한 연간 감소를 기록한 해로 평가됐다. 특히 2024년은 대규모 백화 현상에 이어 두 차례의 강력한 사이클론과 담수 홍수, 왕관불가사리의 발생까지 겹치면서 산호에 복합적인 스트레스가 가해진 해였다.



보고서를 총괄한 마이크 엠슬리 박사는 “이러한 급격한 감소는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닌, 장기적 추세로 보인다”며 “최근 15년 동안 산호피복률의 변동 폭은 더욱 커졌고, 이는 기후변화로 인한 열 스트레스의 빈도와 강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조사에서는 북부, 중부, 남부 모든 지역에서 산호피복률이 전년 대비 크게 하락했다. 북부 지역은 39.8%에서 30.0%로 약 25% 줄었으며, 이는 해당 지역에서 기록된 가장 큰 단일 연간 감소 폭이다. 중부 지역은 13.9%의 감소율을 보였으며, 산호피복률을 유지하거나 증가한 산호초 대부분이 이 지역에 분포하고 있었다.



반면 남부 지역은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프로서파인에서 글래드스톤 사이 지역의 산호피복률은 30.6% 줄어 26% 수준까지 하락했으며, 모니터링이 시작된 이후 남부 지역에서 백화로 인한 광범위한 피해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러한 상황은 호주만의 문제가 아니다. NOAA(미국 해양대기청)는 2023년 북반구에서 시작된 산호 백화 사태를 2024년에 ‘제4차 글로벌 산호 백화 사건’으로 공식 선언했다. NOAA에 따르면, 지난 12개월간 전 세계 산호초의 84% 이상이 백화를 일으킬 정도의 열 스트레스에 노출됐으며, 이는 사상 최대 규모다. 지구 온난화로 해양이 더 많은 열을 흡수하면서 해양 열파는 더욱 잦아지고 강해지고 있다. 산호는 과열되면 색과 영양분을 공급하는 공생조류를 방출하게 되고, 이 상태가 지속되면 산호는 굶어 죽게 된다.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는 여전히 세계 다른 산호초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산호를 보유하고 있으나, 이러한 우위도 점차 사라질 위험에 처해 있다. 그동안의 회복은 빠르게 자라는 아크로포라(Acropora)와 같은 산호종 덕분이었지만, 이들 종은 반복되는 백화에 특히 취약하다. 현재 2025년에도 또 다른 백화 현상이 진행 중이며, 그 영향은 내년 조사 결과에 반영될 예정이다.



AIMS의 셀리나 스티드 CEO는 “이번 결과는 기후 변화로 인한 해양 온난화가 산호초 생태계에 얼마나 빠르고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며 “온실가스 배출을 빠르게 줄이고 해양 온난화를 억제하기 위한 전 세계적 긴급 조치 없이는, 앞으로 수십 년간 산호초는 더욱 큰 변동성과 불확실성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산호초는 해양 생태계의 보고이자 수많은 해양 생물의 서식지이며, 관광과 어업 등 경제적으로도 큰 가치를 지닌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는 단지 과거의 유산으로만 남을 가능성이 크다. 기후위기는 이제 산호초의 회복 가능성마저 위협하고 있으며, 인류의 즉각적인 대응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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