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군가는 휴식을 즐길 크리스마스 이브지만, 저희는 오늘 아이들에게 평생 남을 기적을 선물하러 갑니다."
살를 에는 듯한 영하의 칼바람도 신촌 스타광장에 모인 700여 명의 '붉은 열정'을 막지 못했다.
24일 오후 4시, 718명의 시민들이 빨간 산타복을 입고 서로의 옷매무새를 다듬어주며 결의를 다졌다. 전문 배우도, 이벤트 업체 직원도 아니다. 이들은 모두 우리 주변의 대학생, 직장인 등 평범한 이웃들이다.
한국청소년재단이 주관하는 '사랑의 몰래산타 대작전 시즌 20'이 718명의 자원봉사자들의 뜨거운 함성과 함께 그 화려한 막을 올렸다.
◆ 재단은 '거들 뿐', 주인공은 '일반 산타'
올해로 20년째를 맞이한 이 행사가 대한민국 대표 겨울 나눔 축제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주최 측의 기획력이 아닌, 자발적으로 참여한 일반 산타들의 '땀방울'이다.
이날 모인 718명의 봉사자는 단순히 오늘 하루만 시간을 낸 것이 아니다. 이들은 산타 학교에 입학해 아이들을 즐겁게 해 줄 선물을 사고, 캐롤을 준비했다. 수혜 아동 한 명 한 명의 사연을 공부하며, 어떤 선물이 아이의 마음을 열 수 있을지 밤새 고민했다.
산타로 참여한 한 봉사자는 "처음에는 단순히 좋은 일을 하러 왔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를 만나기 위해 율동을 연습하고 선물을 포장하면서 오히려 내가 더 큰 위로와 설렘을 선물 받았다"며 참여 소감을 전했다.
◆ 2006년부터 이어진 '산타의 릴레이'... 봉사자가 만든 역사
2006년, 한국청소년재단이 국내 최초로 이 '몰래산타' 프로그램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이렇게 큰 물결이 될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해를 거듭하며 시민들의 입소문을 탔고, "직접 찾아가 눈을 맞추는 봉사"의 매력에 빠진 시민들이 1만 8천여 명에 달하게 되었다.
재단 관계자는 "우리는 판을 깔아드렸을 뿐, 지난 20년간 1만 9천여 명의 아이들에게 기적을 만든 건 오롯이 봉사자들의 진심이었다"며 공을 돌렸다.
◆ "그거 알아? 산타는 스무 살이야!"... 붉은 물결, 서울 전역으로
오후 4시 20분, 서남식 사회자의 진행으로 하이라이트인 '출정 퍼포먼스'가 시작되자 718개의 산타 모자가 신촌 하늘을 뒤덮었다. "그거 알아? 산타는 스무 살이야!"라는 힘찬 구호는 스무 살 청년처럼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아이들을 사랑하겠다는 봉사자들의 다짐이었다.
황인국 총괄이사(대장산타)는 출정 선언에서 "오늘 가장 낮은 곳으로 향하는 여러분의 발걸음이 바로 크리스마스의 기적"이라며 봉사자과 함께 했다.
출정식을 마친 산타들은 조별로 흩어져 오늘 밤 10시까지 서울 25개 자치구의 소외계층 아동 818명을 찾아간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이들은 평범한 시민에서 아이들의 꿈을 지켜주는 '슈퍼히어로'가 된다. 산타들의 007 작전 같은 방문과 선물 증정, 그리고 따뜻한 포옹은 오늘 밤 서울 전역에서 818개의 작은 기적을 만들어낼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