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1 ‘동행’이 제520화 ‘할머니의 보물, 희자매’로 경남 밀양에서 살아가는 67세 상연 씨와 두 손녀 희진(14)·희정(12)의 진득한 삶을 비춘다.
이번 회차는 “말 대신 행동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자매의 하루로 시작한다. 학교가 끝나면 할머니를 위해 손수 음식을 만들고 자전거로 배달까지 나서는 두 아이.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 이후 사실상 엄마가 되어준 사람은 할머니였다.
상연 씨는 손녀들과 아빠가 사는 빌라와 할아버지가 있는 집을 오가며 두 집 살림을 도맡아왔다. 지난해 왼쪽 어깨 수술로 병원에 계시는 동안, 자매는 비로소 할머니의 빈자리를 뼈저리게 느꼈다고 털어놓는다.
그 뒤로는 더 부지런히, 더 살뜰히 할머니의 손발이 되었다. 특히 둘째 희정이는 “요리사”의 꿈으로 할머니를 돌보고 싶은 간절함을 키워가고 있다.

상연 씨가 가장의 무게를 떠안게 된 사연은 깊다. 먹고살기 팍팍했던 시절, 중매로 만난 남편은 지적장애로 생계가 어려웠고, 아들 또한 같은 장애를 안고 태어났다.
정성스런 손길로 아들을 키워 결혼까지 이뤘지만, 며느리의 고단함을 누구보다 알기에 결국 이혼에 도장을 찍어야 했다. 이후 상연 씨는 가족의 생계와 살림, 돌봄까지 모두 짊어졌다. 누구에게도 기대지 못한 채 버텨낸 세월 속, 유일한 힘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두 손녀였다.
할머니가 하루도 쉴 수 없는 이유도 담긴다. 집 한 칸, 땅 한 평 없이 시작해 은행 대출로 농사를 일구고 빚을 갚아왔지만, 아들 결혼자금으로 또다시 빚은 늘었다. 의료진은 일을 말리지만, “빚을 아이들에게 남겨주기 싫다”는 마음에 오늘도 밭과 논, 감자밭·무밭 등 일손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달려간다. 틈날 때면 식당 설거지까지 도맡는 강철 같은 하루. 당장의 고됨보다 “건강이 더 나빠져 일을 못 하게 될까” 더 두렵다는 상연 씨의 고백은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제작진은 희자매가 건넨 따뜻한 한 끼, 씩씩한 배달길, 그리고 할머니의 굳은 어깨를 따라가며 “가족이 서로를 지탱하는 방법”을 기록한다.
방송은 8월 23일(토) 오후 6시 방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