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물관리 일원화, 법령 정비 없이는 ‘그림의 떡’

[ 에너지데일리 ] / 기사승인 : 2025-08-22 07:00:00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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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데일리 최일관 기자] 1991년 낙동강 페놀 사건 이후, 우리나라 물관리 정책은 국토교통부와 환경부로 나뉘어 운영되며 ‘수량과 수질의 이원화’라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었다. 이후 수량, 수질, 수재해 업무가 여러 부처에 분산되면서 정책의 종합적 수립과 집행이 어렵고, 중복 사업으로 국가 예산 낭비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2018년 정부는 '물관리기본법'과 '정부조직법'개정을 통해 국토교통부 수량 업무를 환경부로 이관하고, 통합 물관리 체계를 구축했다. 국가물관리위원회도 출범해 제1차 물관리기본계획(2021~2030)을 수립하며 법령·계획·조직 정비를 중점 과제로 삼았다. 언뜻 보면 일원화 정책은 순조롭게 추진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2025년 현재, 환경부·행정안전부·농림축산식품부·산업통상자원부·해양수산부 등 5개 부처에 걸쳐 48개 법정계획이 여전히 정비되지 않았다. 하천관리, 농업용수, 발전댐, 수재해 대응 등 부처별 분절적 체계는 여전히 남아 있어, 현장에서 신속한 의사결정과 선제적 대응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법령과 계획 정비가 늦어지는 이유는 단순히 행정적 문제만은 아니다. 계획마다 법적 근거와 수립 주체가 다르고, 동일 분야 내에서도 법정계획이 과도하게 분절되어 있어 유사·중복 내용이 반복된다. 이로 인해 지방자치단체는 세부 실행계획 수립에 과도한 부담을 안고, 정책 혼선과 행정 비효율이 발생한다.



감사원도 환경부 기관정기감사에서 물관리 정책의 중첩과 행정력 낭비를 지적하며, 국가기본계획의 핵심 전략과 목표를 체계적·정합적으로 정비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결국, 법령 정비는 단순한 제도적 문제를 넘어, 국가 물관리 정책의 효율성과 재난 대응 능력을 좌우하는 핵심 과제라는 뜻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실행이다. 국가물관리위원회와 환경부는 법정계획 통합 정비와 구체적 실행 로드맵을 조속히 마련하고, 유관 부처와 지자체가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통합 물관리의 목표는 단순히 법령을 통일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안전과 국가 자원의 효율적 관리라는 실질적 성과로 이어져야 한다.



통합물관리가 ‘그림의 떡’으로 남지 않기 위해서는 법적·행정적 정비와 현장 실행력 강화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이 바로 그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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