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국제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국내 은행권 골드뱅킹 잔액이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으로서 금에 대한 투자 수요가 급증하고, 실물 골드바 구매도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등 ‘금테크’ 열풍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의 골드뱅킹 잔액은 4월 말 기준 1조 102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 달 전인 3월 말(1조 265억원) 대비 760억원 증가한 수치이며, 1년 전인 2024년 4월 말(6101억원)과 비교하면 1.8배 이상 급증한 규모다. 골드뱅킹 잔액이 1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골드뱅킹은 실물 금을 직접 인수하지 않고 통장 계좌를 통해 금을 사고팔 수 있는 금융투자상품이다. 투자자는 은행에 금 계좌를 개설해 실시간 시세에 따라 0.01g 단위로 금을 매매할 수 있으며, 매매차익에 대해 15.4%의 배당소득세가 부과된다. 소액으로도 금에 투자할 수 있어 최근 금값 상승과 맞물려 인기가 크게 높아졌다.
국제 금값은 지난 4월 22일 현물 기준 온스당 350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국내 KRX금시장에서 1kg 금 현물(5월 2일 기준)은 1g당 14만 8270원에 거래돼 지난해 말(12만 7850원) 대비 16.3% 올랐다. △미국의 고금리 기조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의 금 매수 확대 △미국의 대중국 관세 정책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금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금값 상승에 힘입어 실물 금 투자도 활발하다.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골드바 판매액은 348억 7200만원으로, 1년 전(89억 8300만원) 대비 3.9배 급증했다. 골드바 수요가 급증하면서 일부 판매처에서는 품귀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한국금거래소 등 일부 업체는 수급 불안정으로 골드바 판매를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값이 단기간에 급등해 가격 조정 우려도 있지만,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금에 대한 투자 열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골드뱅킹 신규 계좌 개설도 꾸준히 늘고 있으며, 금 관련 금융상품에 대한 문의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골드뱅킹은 소액으로 금에 투자할 수 있고 실물 보관 부담이 없어 진입장벽이 낮다”라며 “다만 단기 시세차익보다는 장기적인 자산 분산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