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데일리 조남준 기자] SK텔레콤이 과거 고객 과실 여부와 무관하게 위약금을 부과한 약관으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약관법 위반’ 판정을 받았던 사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유심 해킹 사태로 소비자 피해가 속출하는 가운데, SK텔레콤이 여전히 위약금 면제 여부를 유보하면서 과거의 ‘책임 회피’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인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남양주갑)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지난 2015년 약정 기간 중 고객이 계약을 해지할 경우, 귀책 사유와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위약금을 부과하는 약관을 운영하다 공정위의 제재를 받은 바 있다.
당시 참여연대는 SK텔레콤의 약관이 소비자에게 과도한 책임을 지우고 있다며 공정위에 신고했고, 조사 결과 SK텔레콤 약관에는 “고객이 계약을 해지하면 회사 책임 여부와 무관하게 위약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었다. 심지어 서비스 장애나 계약 위반이 SK텔레콤의 귀책일 경우에도 소비자에게 손해를 고스란히 전가하는 구조였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사업자에게 귀책 사유가 있는 경우에도 위약금을 납부하도록 한 조항은, 고객에게 일방적으로 부담을 지우는 것으로 약관법 제9조 제4호에 따라 무효”라고 판단했다. SK텔레콤은 해당 약관을 자진 시정했고, 공정위는 별도의 시정명령 없이 심의를 종결했지만 ‘불공정 약관’이라는 판정은 명확히 내려진 셈이다.
SK텔레콤은 이후 ‘회사의 귀책 사유로 인해 해지하는 경우 위약금을 면제할 수 있다’는 조항을 약관에 새로 반영했다. 그러나 이 같은 문제는 10년이 지난 현재에도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최근 발생한 유심 해킹 사태로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한 가운데, SK텔레콤 유영상 대표는 지난 4월 30일 국회 청문회에서 “이번 사태의 책임은 전적으로 회사에 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위약금 면제 여부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이사회 의결이 필요하다”며 즉답을 피하고 있다.
이에 대해 최민희 의원은 “공정위가 10년 전 SKT의 약관을 불공정하다고 판단했던 이유는, 명백한 회사 귀책이 있을 때 책임을 회피하지 못하게 하기 위한 취지였다”며 “약관을 고쳐놓고도 정작 책임을 다하지 않는 SKT의 태도는 국민 상식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이어 “SKT에 대한 국민 신뢰는 이미 무너졌다”며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오는 8일, SK그룹 최태원 회장과 SK텔레콤 유영상 대표 등을 증인으로 출석시켜 유심 해킹 사태 책임과 위약금 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따져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