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몰랐다”…우리은행, ‘전액 손실’ 벨기에 펀드 후순위 미설명 논란

[ 더리브스 ] / 기사승인 : 2025-02-28 12:01:20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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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19일 고객 A씨가 우리은행 테헤란로금융센터에 방문해 받은 출력물로 선순위 대주가 낮은 가격으로 자산을 매각해 고객들의 투자금 회수가 불가능해졌다는 내용. [사진=제보자 제공]
지난해 12월 19일 고객 A씨가 우리은행 테헤란로금융센터에 방문해 받은 출력물로 선순위 대주가 낮은 가격으로 자산을 매각해 고객들의 투자금 회수가 불가능해졌다는 내용. [사진=제보자 제공]




벨기에 펀드를 판매한 우리은행 직원이 고객에게 상품을 권유할 당시 후순위 변제 상품인지 몰랐던 정황이 드러났다. 해당 직원은 후순위를 고지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자신도 몰랐다고 언급했다. 고객이 펀드에 가입할 때 고려할 고위험 요인을 설명하지 않았단 얘기다.



28일 더리브스가 입수한 녹취 자료에 따르면 우리은행 직원 B씨는 지난해 12월 고객 A씨와 통화에서 “선순위, 후순위는 알고 있는데 그 상품이 그렇게 돼 있는지는 몰랐다. 그 당시만 해도 지금처럼 펀드가 문제되지 않았다 보니까 사실 좀 놓친 부분들이 있지 않았나 싶다”라며 “안전한 상품을 판매하진 않았지만 펀드 자체의 문제점까지는 몰랐다”라고 말했다.





벨기에 펀드 전액 손실 경위





B씨가 판매한 ‘벨기에코어오피스부동산투자신탁2호(파생형)’는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이 운용한 부동산 펀드로 벨기에 브뤼셀 소재 현지 정부 RDB본청(Toison d’Or 오피스 빌딩)의 99년 장기임차권을 기반으로 설정됐다.



해당 펀드는 지난해 6월 선순위대출 만기가 도래했으나 대출원금 상환이 불가해지면서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했다. 코로나 19와 유로존 금리 인상 등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인해 건물 가치가 급락한 영향이다.



선순위 대주는 지난해 12월 17일 담보자산인 건물을 강제 매각했다. 운용사는 펀드 만기일을 5년 연장했지만 선순위자가 대출원금 회수를 목적으로 최초 매입가격이 2100억원이던 담보 자산을 900억원에 매각했다. 결국 전액 손실은 후순위 대주 몫이 됐다.





판매직원, “선순위 대출 존재 몰랐다” 인정





전액 손실이 발생한 경위를 보면 선순위 대주가 자산을 헐값에 처분할 시 후순위 대주가 전액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점 자체가 해당 펀드의 가장 치명적인 위험 요소임이 파악된다. 문제는 이 후순위 대주가 우리은행이 모집한 일반 개인 고객들이라는 점이다.



판매자가 이를 알고 있었는지 여부를 차치하더라도 안내가 없었으니 개인 고객은 손실 발생에 속수무책이었다. 해당 위험 요소를 모른 채 수익만 기대하고 가입했다가 뜻밖에 발생한 피해를 고스란히 지게 됐다.



B씨는 A씨와 통화에서 “선순위자가 헐값에 매각했다는 게 떠서 사모펀드도 아니고 공모펀드인데 이럴 수 있느냐 해서 알아보는 중이다”라며 “고객님 말씀이 맞다. 일단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에서 만든 자료에도 그런 내용이 전혀 없었다”라고도 언급했다.



직원이 고위험 상품에 대한 핵심 위험요인을 인지하지 못한 채 펀드를 팔았다는 사실은 다시 한번 우리은행에 대한 금융상품 판매 신뢰도를 떨어뜨린다. 뿐만 아니라 투자자 보호 체계가 미흡했음을 방증한다.



A씨가 해당 펀드를 가입한 시점은 2019년 6월로 라임자산운용 펀드 등 연쇄 사모펀드 의혹이 본격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한 그해 7월보다 한 달 앞선 시점이다. 공모펀드도 전액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판매자의 상품 이해도와 설명이 미흡했을 시에 대한 책임은 사모펀드에 비해 가볍다고 볼 수 없다.



이와 관련 A씨는 더리브스와 대화에서 “2019년 당시 안전하다는 권유로 벨기에 펀드를 가입했다”라며 “선순위 자금이 모두 상환된 후에야 돌려받을 수 있는 구조인 걸 (사전에) 알았다면 애초에 가입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은행 방문해 가입설명서 재확인하니…“직원들 선·후순위 뭔지 몰라”





A씨가 같은 달 20일 금감원에 제출한 민원 신청서에 따르면 벨기에 펀드에 선순위 대출이 존재하다는 걸 본인이 처음 알게 된 시점은 2023년 5월이다. 가입 당시 받은 투자제안서에는 해당 설명이 없어 A씨는 2023년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이 통지서를 보내온 후에야 알았다고 설명했다.



더리브스 취재 결과 A씨가 직원 B씨와의 대화로만 불완전판매를 주장하는 건 아니다. A씨는 지난해 12월 중순경 우리은행 역삼지점(현 테헤란로금융센터)에 방문해 계약 당시 설명 들은 자료에서는 선순위 대출이 존재한다는 설명이 없었다는 점을 확인했다.



A씨는 역삼지점에서 투자제안서를 상호 확인했지만 ‘임대율 100%에 11년 6개월이나 임대차계약이 남아있어 안정적인 운영수익과 지속적인 임대료 상승이 기대된다’는 내용 등만 있었다고 주장했다. 가입 당시엔 받지 못했던 간이투자설명서도 요청해 확인했지만 후순위 내용은 없었다.



또한 현재 상품을 담당하는 직원은 선순위 존재 여부나 매각과정에서 운용자와 투자자의 결정권이 있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고도 A씨는 말했다. 우리은행에서 지금도 상품의 위험성을 축소하거나 모른 채 고객에게 판매를 진행하고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만한 대목이다.



A씨는 은행이 미온적인 태도로 민원을 처리해 금감원에 문제를 접수하게 됐으며 이와 관련 대법원 판례까지도 찾아봤다고 설명했다. A씨는 “2003년 판례에서는 판매자(증권사·은행)는 고객이 합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야 한다. 설명의 정도는 충분히 이해하게끔 하라는 기준을 줬다”라며 “이 내용을 외울 정도다”라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우리은행, 가입 동의 및 해피콜 진행…절차상 문제없단 입장






지난달 9일 우리은행 소비자지원부가 고객 A씨에게 보낸 ‘금융감독원 접수 민원에 대한 회신’ 내용 일부. [사진=제보자 제공]
지난달 9일 우리은행 소비자지원부가 고객 A씨에게 보낸 ‘금융감독원 접수 민원에 대한 회신’ 내용 일부. [사진=제보자 제공]




금감원 민원 제기 후 A씨가 받은 회신문에 따르면 우리은행이 내놓은 답변은 수년전 사모펀드 사태 당시 사기 및 불완전판매 등을 주장한 피해자들에게 말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요약하면 절차상 문제는 없었다는 게 우리은행의 입장이다.



회신문에서 우리은행 소비자지원부는 “본 건은 오랜 시일 경과해 명확한 상담내용 확인이 불가한 바 신규 당시 서류를 근거로 검토했다”며 A씨가 과거 상품 내용, 핵심투자 위험, 원금손실 가능성에 대한 설명 등을 이해했다고 체크한 점과 해피콜에 동의한 점을 언급했다.



또한 우리은행은 담당 직원이 통상적인 투자 상품 판매절차에 따라 상품을 판매하고 간이투자설명서와 투자제안서 등을 제공했다고도 명시했다. 특히 고객에게 제공한 투자제안서에는 선순위 대출 관련 내용이 있어 ‘제안서에도 내용이 없다’는 A씨 주장과 상이하다고도 언급했다.



하지만 우리은행 주장대로 절차상 문제는 없다고 해도 선순위 대출 내용이 있었다는 진술은 여전히 A씨 주장과 배치된다. 앞서 언급된 녹취록을 통해 알 수 있듯 B씨는 선순위나 후순위 개념은 알았지만 해당 구조가 벨기에 펀드에도 적용되는지 몰랐다고 인정한 점에서 우리은행이 책임 소재로부터 완전히 자유롭다고 보기는 어렵다.



해피콜 역시 논란의 여지가 있다. 상품의 위험성을 충분히 안내하지 않고 판매 직원이 주요 내용을 설명하고 설명서를 교부했는지만 확인한 게 해피콜 절차라면 A씨가 이를당시 동의했더라도 투자 위험성에 대해 제대로 이해한 근거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벨기에 펀드를 판매한 다른 국내 판매사들과 마찬가지로 금감원 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우리은행은 해당 건 처리에 협조한다는 입장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A씨 건에 대한 입장을 묻는 더리브스 질의에 “금감원 민원이 접수된 상태로 현재 금감원 조사가 진행 중에 있으며 해당 건 처리에 있어 최대한 협조하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A씨에게 벨기에 펀드를 판매한 직원 B씨는 지난달 말 퇴사했다.



한지민 기자 hjm@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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