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매체 ‘풋볼런던’의 알레스데어 골드 기자는 12일(한국시간) “FA 기소가 유지되면서 벤탄쿠르는 엄청난 징계를 받을 수 있다”라고 보도했다.
이어 “벤탄쿠르는 한 방송사 인터뷰에서 손흥민을 두고 발언했던 것이 문제가 됐다”라고 전했다.
벤탄쿠르의 방송 출연이 발단이었다. 지난 6월 벤탄쿠르는 우루과이 방송 ‘포르 라 카미세타(Por la Camisaeta)’에 출연해 진행자와 대화를 나누던 도중 방송 진행자가 “세계 챔피언(크리스티안 로메로)의 유니폼을 원한다. 아니면 한국 선수(손흥민)의 유니폼도 좋다”라며 동료들의 유니폼을 요구했다. 이에 벤탄쿠르는 “쏘니(Sonny·손흥민 애칭) 사촌의 유니폼은 어떤가. 어차피 그 사람들은 모두 생김새가 똑같이 생겼다”라고 답했다.
벤탄쿠르의 발언은 고의적이거나, 악의적인 말이 아니었지만 아시아인의 생김새가 모두 비슷하다는 인종차별적인 발언이었다. 이는 SNS를 통해 삽시간에 퍼지며 논란이 됐다.
벤탄쿠르는 해당 발언 후 자신의 SNS를 통해 손흥민에게 사과의 글을 남겼지만, 팬들의 시선을 곱지 않았다. 당시 짧게 유지되는 게시물과 함께 해당 글귀에 손흥민을 ‘Sonny’가 아닌 ‘Sony(일본 전자제품 회사)’로 표시해 진정선에 대한 의구심만 낳았다.
토트넘의 대응 또한 지지부진한 모습에 분노만 커졌다. 토트넘은 그동안 손흥민을 향한 인종차별에 대해 강경하게 대응하며 구단 SNS에 게시물을 남겼지만 벤탄쿠르의 발언에는 잠잠한 모습을 보였다.
오히려 토트넘보다 인권단체가 먼저 해당 일을 다루기도 했다. 스포츠계 차별을 반대하는 단체 ‘킥 잇 아웃(Kick It Out)’이 많은 제보를 받아 토트넘과 관련 당국에 이를 보내는 등 움직였다.
이는 영국 현지에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골드 기자는 당시 “멍청한 발언. 악의적이거나 의도한 발언이 아니었지만 인종차별적인 발언처럼 들린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계속되는 논란 속 손흥민은 직접 등판해 벤탄쿠르의 사과를 받았다. 손흥민은 SNS를 통해 “나는 롤로(벤탄쿠르의 애칭)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실수를 인정했고, 나에게 사과했다. 의도적으로 불쾌한 말을 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형제이고, 우리 사이가 변할 것이 없다”라고 전했다.
그제서야 토트넘도 구단 공식 채널을 통해 “방송 속 벤탄쿠르의 발언과 선수의 사과에 따라 구단은 이번 문제에 대해 긍정적인 결과를 보장하는 데 도움을 제공해왔다. 여기에는 다양성, 평등, 포용, 목표에 맞춰 모든 선수단을 위한 추가 교육이 이뤄질 것이다”라고 발표했다.
해당 일은 잠잠해지는 듯했지만 최근 FA 기소가 유지되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FA는 “벤탄쿠르가 미디어 인터뷰에서 발언했던 내용은 부정행위다. FA규정 E3위반한 혐의다. 그는 부적절한 방식으로 행동 또는 모욕적인 말을 사용해 경기 또는 팀의 평판을 떨어뜨렸다. FA규정 3.1를 위반했다”라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어 “이는 FA규정 E3.2에 정의된 ‘중대한 위반’에 해당된다. 국적 및 인종 등에 대한 명시적 또는 묵시적 언급이 포함됐다”라며 “벤탄쿠르는 오는 19일까지 해당 혐의에 대한 대답을 내놓아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우선 19일까지 벤탄쿠르의 경기 출전은 가능하다. 차후 그의 대답을 통해 징계 여부가 가려질 예정이다. FA는 앞서 언급한 E3 위반자에 대해 징계를 부여하는데, 첫 위반의 경우 규제 위원회에서 6~12경기 출전 정지가 권고된다.
[김영훈 MK스포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