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건뉴스=김민영 기자] 국제사회가 글로벌 플라스틱 협약(Global Plastics Treaty) 체결을 논의하고 있지만, 핵심 쟁점을 둘러싼 이견으로 최종 합의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 사이 플라스틱은 강과 바다로 유입되고 매립지에 쌓이며, 미세플라스틱 형태로 공기와 식품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협약 지연이 대응 지체의 이유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영국 포츠머스 대학교(University of Portsmouth) 연구진은 최근 논평을 통해 각국이 국제 협약을 기다리지 않고도 즉각 실행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 이미 마련돼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플라스틱 오염 문제 해결을 위해 국가 차원의 전략과 제도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글로벌 플라스틱 정책센터 소장 안타야 마치 박사는 “협약 지연이 무대응의 명분이 돼서는 안 된다”며 “플라스틱 오염은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실효성이 검증된 정책 수단은 이미 여러 국가에서 활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완전한 국제적 합의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각국 정부가 실행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국제 협약은 국가 간 공통 기준을 마련하고 형평성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협상 과정에서 정책 추진이 멈출 필요는 없다. 오히려 국가별 플라스틱 관리 전략을 조기에 구축해 관련 부처와 지방정부, 유통업계, 재활용 종사자 등을 연계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응으로 제시됐다.
국가 차원의 계획에는 이미 효과가 입증된 다양한 정책 수단을 결합할 수 있다. 문제성 플라스틱을 생산 단계에서 줄이는 기준 마련, 재사용·리필 시스템 확대,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 강화, 대체 수단이 있는 품목에 대한 단계적 사용 제한, 음료 용기 보증금 제도, 재사용 포장을 우선하는 공공조달 정책 등이 포함될 수 있다.
연구진은 플라스틱 문제가 환경을 넘어 공중보건 이슈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미세플라스틱과 관련 화학물질은 암, 호흡기 질환, 내분비계 교란, 발달 장애 등과의 연관성이 보고되고 있다. 정책 결정 과정에서 플라스틱을 건강 문제로 인식할 경우 사회적 공감대와 정책 수용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접근은 보건부처와 의료기관, 학교 등 새로운 주체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 특히 병원과 교육시설, 가정 내 식생활 공간에서의 노출 저감 정책이 보다 신속하게 추진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연구진은 국제 협약 논의 과정 자체가 연구와 공공 인식 제고에 기여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현재의 동력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도시 단위 재사용 시범사업 추진, 공급망 내 유해 화학물질 사용 현황 파악, 플라스틱 유통·재사용·누출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 시스템 구축 등이 구체적 과제로 제시됐다.
또한 비공식 폐기물 수거 노동자에 대한 안전한 노동환경 조성과 공정한 보상 체계 마련도 국가 전략에 포함돼야 한다고 밝혔다. 소각시설이나 매립지 인근 지역사회에 부담이 전가되지 않도록 형평성과 환경 정의를 정책 중심에 두는 것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연구 공동저자인 샘 윈턴은 “지금은 멈춰야 할 시점이 아니라 기회로 삼아야 할 때”라며 “국가 차원의 계획과 과감한 정책, 지역 기반 실행을 통해 국제 협약이 체결되는 즉시 현장에서 작동할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논평은 국제 학술지 Nature Reviews Earth & Environment에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