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투자 컨설팅을 하다 보면 물건을 하나씩 들여다보는 과정 자체가 일종의 걸러내기 작업처럼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상담 요청으로 들어오는 물건들을 검토하다 보면, 투자 관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판단되는 사례는 체감상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과장이 아니라 열에 아홉은 투자성이 높지 않은 물건입니다. 이 비율은 개인의 판단 능력 문제라기보다, 지금의 시장 구조가 만들어낸 결과에 가깝다고 느껴집니다.
이미 좋은 물건은 시장에서 한 차례 이상 소화됐습니다. 지금의 부동산 시장은 초기 국면이 아닙니다. 주택이든 상업용이든 입지와 가격, 수요 구조가 탄탄한 자산은 이미 누군가 보유하고 있거나, 매물로 나오더라도 빠르게 소화됩니다.
반대로 컨설팅으로 넘어오는 물건들은 대부분 왜 아직 남아 있는지를 먼저 설명해야 하는 경우입니다. 이 시점에서 남아 있는 물건은 대체로 남아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가지고 있습니다. 숫자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구조가 좋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상담 과정에서 가장 자주 듣는 말 중 하나는 “수익률은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요”라는 표현입니다. 하지만 계산을 하나씩 뜯어보면 공실을 전혀 가정하지 않은 수익률이거나, 매각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구조인 경우가 많습니다. 대지 지분, 용도, 수요층에 대한 검토가 빠진 판단도 적지 않습니다. 특히 상업용 부동산의 경우 표면 수익률만 보고 접근했다가, 사실상 빠져나오기 어려운 구조에 들어온 사례를 현장에서 자주 보게 됩니다.
주택 역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입지가 애매한데도 불구하고 빨대 효과나 풍선 효과로 가격만 올라간 물건들이 있습니다. 이런 물건은 짧은 기간 급등한 이후 가장 먼저 가격이 빠지고, 회복 또한 가장 느린 흐름을 보입니다.
투자 컨설팅을 하다 보면 확신하게 되는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기회가 적은 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본인의 생각에는 상담을 위해 가져오는 물건들 가운데 투자성이 높다고 평가할 수 있는 사례는 10%도 되지 않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많은 분들이 “제가 물건을 잘못 고른 걸까요”라고 묻습니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개인의 판단 실수보다, 우리가 이미 어떤 시대에 들어와 있는가에 더 가깝습니다. 경제적으로 일정 수준을 넘은 국가들의 공통된 특징은 분명합니다.
성장 초기처럼 기회가 널려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주요 입지는 이미 정해져 있고, 산업과 인구, 자본의 흐름 역시 상당 부분 고착화되어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도 예외는 아닙니다. 주거지든 상업지든 좋은 자산은 이미 누군가 차지하고 있는 구조이며, 그 자산은 시간이 갈수록 더 강해집니다. 이 과정에서 자산 격차는 자연스럽게 확대됩니다. 기회는 줄어들고, 남아 있는 기회는 점점 더 소수에게만 열립니다.
그래서 사실 지금 컨설팅으로 들어오는 물건들의 상당수는 이미 답이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검증된 우량 자산이 아니라, 시장의 선별 과정에서 탈락하고 남은 자산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왜 아직 팔리지 않았는지, 왜 수요가 강하지 않은지, 왜 가격 조정이 반복되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투자성이 낮다는 결론으로 자연스럽게 수렴합니다. 이는 개인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시대적으로 좋은 물건 자체가 귀해졌기 때문입니다.
숫자는 남아 있지만 구조는 사라진 시장입니다. 선진국형 시장으로 갈수록 숫자보다 구조가 훨씬 중요해집니다. 입지의 지속성, 수요의 두께, 자산의 대체 가능성, 출구 전략의 명확성 중 하나라도 부족하면 그 자산은 시간이 갈수록 투자자에게 부담이 됩니다.
지금은 “좋은 물건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보다 “나쁜 물건은 피해야 한다”는 판단이 더 중요한 시기입니다. 기회가 적은 시대일수록 투자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거절의 문제입니다.
본인의 생각에는 이 현실을 인정하는 순간부터 불필요한 투자와 애매한 진입을 상당 부분 걸러낼 수 있습니다. 기회가 적은 것은 개인의 역량 부족이 아닙니다. 이미 그런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투자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뭔가 해야 할 것 같은 때입니다. 가만히 있으면 기회를 놓칠 것 같다는 불안이 판단을 흐립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현실은 다릅니다. 안 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인 물건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투자는 언제든 다시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잘못 들어간 물건은 생각보다 오랫동안 발목을 잡습니다.
이 점을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대부분의 투자자보다 한 단계 위에 서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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