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방송되는 KBS 1TV '한국인의 밥상'은 “만추(晩秋), 맛을 완성하다” 가을이 내어준 선물 편으로 꾸며진다.
고운 빛깔이 반짝이던 가을도 이제 끝자락. 설익은 겨울마저 성큼 다가오는 시간이다.
깊어가는 가을, 이맘때 만날 수 있는 귀한 선물을 만나기 위해 자연 한가운데서 보물찾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계절이 키우고 사람이 거둔 특별한 맛을 찾아 떠나 보자.
■ 때를 잊지 않고 찾아온 반가운 손님, 방어 – 경상남도 거제시 일운면
거제 바다의 이른 새벽, 이병규(68세) 씨의 어선이 방어잡이를 위해 바다로 나선다. 수온이 내려가는 늦가을부터 몸집을 불리는 방어는 지금부터 제철이다. 이병규 씨가 잡아 온 생선을 손질해 파는 건 아들 이송학(35세) 씨의 몫. 능숙한 솜씨로 방어회를 뜬다. 이맘때면 많은 사람들에게서 사랑 받는 방어회지만 송학 씨가 최고로 꼽는 방어 요리는 따로 있다는데. 바로 어머니 장필자(58세) 씨가 자주 만들어주었던 방어대가리김치찜이다. 손님상에 방어회를 올리고 남은 부산물을 넣어 끓인 김치찜은 어려운 형편에 자식들을 배불리 먹이기 위해 만든 어머니의 사랑이 담긴 요리다. 대삼치는 손주들의 입맛을 따라 소금구이와 양념구이로 나누어 요리하고, 남편이 좋아하는 문어는 데친 후 간을 해 조물조물 무쳐 내놓는 장필자 씨. 이병규 씨는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 내외,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주들까지 가족과 함께하는 이 한 상으로 바다에서 홀로 견딘 오랜 노고를 위로받는다. 3대가 함께하는 늦가을 바다의 풍요로운 밥상을 만나 본다.
■ 늦가을의 산이 품은 야생 버섯 – 충청북도 진천군 진천읍
버섯 철이 막바지에 접어든 늦가을, 산에 오른 약초꾼 한상귀(56)세 씨가 전기도 수도도 없는 오두막에서 밤을 보낸다. 이런 고생을 기꺼이 감수하는 건 산이 허락한 이때를 놓칠 수 없어서기 때문. 다음 날 날이 밝자마자 길을 나선 한상귀 씨는 가다바리 버섯을 비롯해 여러 야생 가을 버섯을 수확한다. 나무를 상하게 하는 칡뿌리를 제거하려다 뜻밖의 산삼까지 발견한 기분 좋은 하루, 직접 채취한 야생 버섯으로 특별한 만찬을 준비해 본다. 고추기름에 볶은 돼지고기와 버섯을 듬뿍 넣어 끓인 찌개는 늦가을 산에서 밤을 보낸 이들에게 보양식이 되어주고, 자연산 능이버섯과 송이버섯을 듬뿍 넣어 만든 잡채는 산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양이 흐트러지거나 작아서 팔 수 없는 버섯까지 손질해 알차게 야생버섯 부침개를 부쳐내면 무엇 하나 버릴 것 없는 근사한 한 상이 완성된다. 해마다 아낌없이 내어주는 산에 감사하며 맛보는 풍성한 버섯 밥상을 만나 본다.
■ 달큰하고 향긋한 돌 틈의 보물, 석청 – 전라남도 곡성군 석곡면
볕이 좋은 곡성의 가을날, 박명수(69세), 조영자(75세) 씨 부부가 가파른 돌산을 기어가다시피 오르고 있다. 30년 넘게 함께 산을 타고 있는 부부가 찾고 있는 건 석청. 돌로 이뤄진 산비탈이나 커다란 절벽 틈 사이, 벌이 지은 집에서 채취한 석청은 예로부터 약으로도 먹던 귀한 꿀이다. 쑥향을 피워 벌의 움직임을 둔하게 한 뒤 서둘러 딴 벌집에는 족히 삼 년 이상 묵은 최상급 꿀이 꽉 차 있다. 박명수 씨는 석청을 활용해 생전 어머니께 해드리던 음식을 만든다. 석청을 넣은 고추장 양념을 입힌 흑돼지를 불판에 굽고, 더덕과 황태에도 석청 양념을 발라 맛깔스럽게 구워 낸다. ‘곡성’ 하면 빼놓을 수 없는 토란은 소고기와 함께 탕으로 끓이는데, 여기에도 석청을 넣어 속을 따뜻하게 데우는 가을 보양식으로 완성한다. 어린 시절, 어머니의 천식 치료에 도움이 될까 싶어 석청을 따던 동네 어르신들을 따라 산에 오르던 박명수 씨가 어머니를 추억하며 석청으로 차린 밥상을 만나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