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정하지 않으면 관리할 수 없다. 인재도 마찬가지다.
2024년 초, 30인 규모의 B2B 식자재 유통기업 A사는 10년 근속한 영업지원팀장의 퇴사로 즉시 대체 채용에 나섰다. 경쟁사 출신 인재를 영입했고, 경영진은 “경쟁사에서 잘했다면 우리에서도 통할 것”이라 믿었다. 결과는 입사 하루 만의 퇴사였다. 그는 “조직의 시스템이 없다”는 말을 남겼다. 남은 팀원들은 경영진의 판단에 실망했고, 리더십 신뢰도는 급격히 하락했다. 한 번의 잘못된 채용이 팀의 심리적 계약과 몰입을 동시에 무너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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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인 규모의 의류제조유통업체 B사에서는 퇴사율이 문제였다. 작년 한 해 동안 신규 입사자 10명을 채용했으나, 1년도 되지 않아 모두 퇴사했다. 표면적 이유는 “일이 힘들다”, “건강이 나빠졌다”였지만, 실제 원인은 직무 정의의 부재와 적합성 판단의 부실이었다. 경영자는 “열정이 있으면 버틸 것”이라 믿었지만, 태도 중심의 채용은 직무 수행력의 공백을 낳았다. 열정은 채용의 출발점이 될 수는 있어도, 성과의 근거가 되지 않는다.
50인 규모의 물류기업 C사는 AI·DT 전환을 위해 유니콘 기업의 팀장급 인재를 영입했다. 명성 있는 경력과 기술력을 믿고, 내부 준비 없이 그를 ‘변화의 상징’으로 세웠다. 그러나 역할 정의·성과 지표·리소스 지원이 전무했다. 3개월 만에 그는 회사를 떠났다. 이 경우 실패의 원인은 개인이 아니라 조직이었다. “누구를 뽑았는가”보다 “그를 위한 무대가 준비되어 있었는가”가 더 중요하다.
이 세 사례는 공통적으로 “채용 실패는 인사 실패가 아니라 전략 실패”임을 보여준다. 잘못된 채용은 단일 사건이 아니라 복리 구조의 손실이다. 평균적으로 채용 실패 한 건의 비용은 연봉의 2.5배에 이른다. 이에는 재채용, 교육, 생산성 하락, 팀 사기 저하, 경영 신뢰 손상 비용이 포함된다. 채용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이며, 투자에는 검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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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프레임워크: 채용을 경영 전략의 일부로 재정의하라
채용은 단순한 ‘사람 뽑기’ 절차가 아니라 조직의 전략 실행력을 결정짓는 경영 행위다. 따라서 누군가를 채용할 때는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 이 기준을 한 판으로 만든 것이 '인재진단표'이다. 인재진단표를 구성할 때는 다음의 3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① KSA 기준 명문화(Knowledge·Skill·Attitude)
모든 직무는 수행에 필요한 핵심 역량을 정의해야 한다. ‘지식’은 직무 수행을 위한 기본 이해, ‘기술’은 실행력, ‘태도’는 조직문화와의 정렬을 의미한다.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이 세 요소를 명문화하지 않은 채, 경영자의 인상과 감각에 의존한다. 그러나 사람의 성과는 KSA의 불균형에서 발생한다. 기술은 있으나 태도가 맞지 않으면 협업이 무너지고, 태도는 좋으나 기술이 부족하면 성과가 지연된다. 따라서 채용은 ‘인상’이 아니라 ‘데이터’로 시작되어야 한다.
② 컬처핏(Culture Fit)을 볼 수 있는 행동들
조직의 핵심가치는 문서가 아니라 행동으로 정의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고객 중심’은 “고객의 요구를 먼저 듣는다”라는 행동으로, ‘실행 중심’은 “문제 인식 후 24시간 내 액션을 취한다”로 구체화할 수 있다. 채용 시 이 행동 기준과 후보자의 과거 사례를 대조함으로써, ‘가치 적합도’를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 이는 조직이 단기 성과보다 장기 생존력을 갖추게 만드는 핵심 기준이 된다.
③ 인재진단표(Competency Fit Chart) 도입
채용에서의 객관성은 문서로 확보된다. 인재진단표는 각 후보자의 KSA, 컬처핏, 역할 기대치 등을 항목별로 점수화한 도구다. 진단표를 통해 각 항목별 ‘조직 적합도 점수’를 비교하면, 채용 결정의 근거가 명확해진다. 중요한 점은 점수 자체가 아니라, 점수가 낮은 항목이 조직에 어떤 리스크를 줄 수 있는가를 파악하는 과정이다. 채용의 목표는 ‘가장 뛰어난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니라, ‘우리 전략을 완성할 수 있는 사람’을 선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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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행: 채용 프로세스의 시스템화]
앞서 소개된 B기업은 채용 전 과정을 구조화하기 위해 가인지 컨설턴트의 지원을 받았다. 우선, 최근 2년간 퇴사한 10명의 전 직원을 인재진단표 기준으로 재평가했다. 결과는 평균 2.8점(10점 만점). 특히 기술(K)과 조직가치 부합도 항목이 3점 이하로 나타났다. 태도는 긍정적이었지만, 핵심 역량과 역할 이해도는 현저히 낮았다.
경영자는 “좋은 사람이면 다 괜찮을 줄 알았다”는 신념이 틀렸음을 인정했다. 이후 채용공고에는 직무 목표와 핵심 KSA가 명확히 제시되었고, 면접에서는 ‘우리 조직의 가치와 일치하는 행동 경험’을 중심으로 질문이 재구성되었다. 입사 첫날에는 ‘3대 성과 목표’와 ‘5대 핵심 과제’를 제시해 신입이 자신의 역할과 기대를 명확히 인식하도록 했다.
A사는 내부 직무 분석부터 다시 시작했다. 기존 팀장의 주요 업무를 분해하자, 실제로 영업지원보다 내부 조율과 데이터 관리가 비중이 높았다. 이전에는 단순히 업계 경력자를 선호했지만, 분석 결과 가장 중요한 역량은 조직 간 협업 조정력이었다. 이후 A사는 직무 중심이 아니라 성과 중심의 KSA 기준표를 만들었고, 채용 면접 시 “지원자는 여러 사람들과 소통하여서 성과를 낸 경험이 있는가?”를 핵심 질문으로 삼았다.
C사는 더 근본적인 변화를 택했다. 채용 전 단계에서 ‘이 인재가 들어오면 맡길 3대 프로젝트’를 명시하도록 했다. 역할 정의 없는 채용은 없었다. 그 결과, 2025년 새로 영입된 DT 담당자는 입사 직후 명확한 목표(물류 프로세스 자동화율 40% 향상)를 가지고 일에 착수했다. C사는 “사람을 뽑는 일보다 역할을 정의하는 일이 먼저”라는 원칙을 세우며, 채용 이전 단계에서 인재 기준을 설계하는 프로세스를 정착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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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와 교훈: 인재도 측정해야 관리할 수 있다.
인재진단표는 경영자가 인재를 직관이 아닌 기준을 가지고 판단하고, HR은 감이 아닌 데이터를 근거로 의사결정을 내리게 돕는 도구이다. 즉, 채용은 더 이상 감각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학습의 문제다.
잘못된 채용은 ‘한 사람의 실패’가 아니라 ‘조직 설계의 결함’을 드러낸다. 한 명의 부적합 인재는 1년치 손실을 만든다. 경영자의 멘탈이 흔들리는 것은 덤이다. 반면, 한 명의 적합한 인재는 조직의 전략을 완성시킨다. 이 차이를 결정짓는 것은 사람의 품질이 아니라 채용 프로세스의 품질이다.
채용은 공짜가 아니다. 시간, 신뢰, 조직 에너지를 소비하는 경영 행위다. 그러므로 채용은 ‘누구를 뽑을까’의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기준으로 뽑을까’의 문제다. 인재진단표는 그 기준을 시각화하고, 경영의 일관성을 확보하는 첫 번째 도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