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 데레사의 꽃밭, 산골에 피운 늦깎이 삶...그리고 가슴에 묻은 아들

[ 국제뉴스 ] / 기사승인 : 2025-09-16 07:42:14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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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S1 '인간극장')
(사진=KBS1 '인간극장')

경북 영천 깊은 산골, 오두막처럼 작은 집 두 채가 한 울타리 안에 나란히 선다.

20여 년의 미국 생활을 마치고 5년 전 한국으로 돌아온 정데레사(63) 씨와 팔순을 넘긴 어머니 김정순(86) 씨가 터를 잡은 곳. 인연 하나 없던 낯선 땅에 집을 짓고, 돌투성이 산비탈을 다져 비닐하우스를 세웠다. 비바람 속에도 꽃은 피듯, 데레사 씨는 돌밭에 꽃밭을 일구며 무너진 마음을 다시 세워 올리고 있다.

데레사가 돌아왔다 아침이 밝으면 데레사 씨의 하루는 동물 식구들로 시작된다. 고양이, 닭, 개, 염소, 당나귀까지 차례로 밥을 챙기고 우리를 살핀다.

캘리포니아에서 연년생 두 아들을 홀로 키우며, 돈을 벌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해냈던 지난날. 아이들이 독립하자 그는 결심했다. 남은 생은 한국에 홀로 계신 어머니와 함께하자. 그렇게 돌아온 고국에서 ‘따로, 또 같이’의 삶을 택했다.

같은 울타리, 다른 작은 집. 식사도 생활도 각자 리듬대로. 간격을 두자 모녀의 호흡은 오히려 더 편안해졌다.

(사진=KBS1 '인간극장')
(사진=KBS1 '인간극장')

가슴에 묻은 아들 한국살이를 일으켜 보겠다며 왜관에 전원주택을 짓고 카페도 열었지만, 쉽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미국에서 날아든 비보. 큰아들이 스물여섯 짧은 나이에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자책과 절망, 웃는 것도 밥을 먹는 것도 죄스러운 시간. 그는 사람을 피해 더 깊은 산골로 들어왔다.

집을 정리하고 영천으로 이주해 작은 하우스를 지어 꽃을 심었다. 손을 바쁘게 움직이다 보니, 시름은 아주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옅어졌다. 여전히 아프지만, 이제는 아들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법을 배워가는 중이다.

늦깎이 꽃 농부와 팔순 노모의 산골 일기 꽃농사는 이제 막 1년을 넘겼다. 시행착오 투성이지만, 일주일에 두 번 서울 꽃시장에 꾸준히 출하하며 제자리걸음을 벗어난다. 이웃과 막걸리 한 잔 기울이며 웃기도 하고, 힘든 날엔 도움을 청하기도 한다. 한 울타리 안 각자의 집에서 지내는 모녀는 성당을 함께 찾고, 때로는 각자 고요 속에서 하루를 정리한다. 더위가 물러가는 여름 끝자락, 척박한 땅에도 어김없이 꽃은 피어나고, 그 곁에서 데레사 씨의 표정도 조금씩 누그러진다.

16일 방송되는 KBS1 '인간극장' 2부에서는 흔들리는 꽃과 흔들리는 마음 꽃 배달을 무사히 마친 날, 모녀는 늘 그랬듯 성당에 들러 기도를 올린다. 다시 하우스로 돌아와 자라는 꽃에 약을 치려는 순간, 뜻밖의 문제가 생기며 마음이 덜컹인다. 그 길로 데레사 씨는 평소와 달리 형형색색 들꽃을 수북이 골라 아들이 잠든 묘원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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