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N스포츠 이서현 인턴기자)최근 발생한 제주항공기 참사로 안전에 관한 관심도가 증가한 가운데 첫 삽을 뜨기 직전인 가덕도신공항의 적합성을 알아보려한다.
최근 발생한 '무안공항 제주항공기 참사'로 안전한 공항에 대한 관심도가 급증하고 있다. 이 가운데 오는 2029년 개항을 목표로 일사불란하게 진행 중인 '가덕도신공항'의 안전성을 재검토 해야한다는 주장이 일고있다.
-가덕도신공항 논의는 어쩌다 시작되었나
'가덕도신공항'은 기존 동남권 시민의 발을 책임진 '김해국제공항'의 한계적 운영과 안전성을 대체할 방안으로 진행 중인 사업이다. '김해국제공항'은 본래 군사 목적 공항으로 민간인에 남북방향 활주로만을 허용하고 있다.
'김해국제공항'은 길이 3,200m, 폭 60m의 주 활주로와 2,744m, 폭 45m의 부 활주로를 갖추고 있다. 주 활주로의 경우 초대형 여객기인 A380 착륙이 가능하다. 최근 논란이 된 '무안공항' 활주로가 길이 2,500m, 폭 45m의 2본인 것에 반해 큰 규모다.
그러나 공항의 북쪽에 위치한 돗대산과 신어산 탓에 이착륙시 어려움이 있어 서클링(선회 착륙)을 해야만 한다. 이는 베테랑 조종사에게도 고난이도 운전이며 실제로 지난 2002년 중국 민항기가 돗대산에 부딪혀 약 130명이 사망한 사고도 있다.
김해공항 운항 경력이 있는 기장은 MHN스포츠와의 통화에서 “비행기는 착륙시 맞바람(배풍)을 받고 내려와야 해요. 속도를 줄여야되기 때문에. 그런데 여기(김해공항)는 남풍이 많이 불어요. 그래서 우리(조종사)들은 북쪽에서 착륙할 때 남해고속도로를 지나서 바닷가 쪽으로 가서 (서클링으로)들어오거나 여기서(공항 북서쪽) 꺾어서 (돗대)산 밑으로 해서 활주로로 들어가야 돼요”라며 바람의 중요성과 김해공항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한 군사 목적이 주인 탓에 공항 전체를 활용하기 어려워 부산항, 신항 등으로 들어오는 물류를 감당하기 쉽지 않다. 따라서 항만과 인접한 지리적 이점에도 불구하고 국내 선박 물류의 극히 일부만을 소화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물류통합정보센터에 기재된 한국공항공사 공항별 물동량 통계에 따르면 2024년 11월을 기준으로 수화물을 제외한 국내 전체 화물 물동량의 약 0.54%만을 김해국제공항에서 소화하고 있다. 김해와 같이 바다에 인접한 인천공항이 전체의 97%를 소화 중인 것과 비교해 현저히 낮은 수치다.
김해공항의 한계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해당 공항은 행정구역상 부산시 강서구에 속해있다. 그러나 인근에 밀집한 김해시 주거단지로 인해 소음 민원이 빈번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오후 9시부터 오전 6시 사이에는 대부분의 여객기 이착륙이 금지 돼있어 동남권의 접근성을 떨어트린다.
이러한 이유로 지난 2006년부터 신공항 건설 사업이 논의됐다. 본래 김해공항에 활주로를 1본 더 건설하는 방향(김해신공항)으로 추진됐다. 그러나 지난 2011년 동남권 신공항 용역, ADPi(파리공항공단) 용역 등에서 기존 문제들의 완전한 해소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됐다. 밀양, 예천 등 다양한 후보지 검토 끝에 가덕도가 최종 사업지로 선정됐다. 이에 탄력받아 지난 2022년 제정된 가덕도신공항 특별법, 사전 타당성 조사 등을 거쳐 지난 2023년 12월 28일 사업인정고시가 된 후 정식 사업으로 진행 중이다.
-국책 사업은 속도전?
해당 사업은 지난 2021년 '가덕도신공항 특별법' 제정 당시 가덕도 주민, 시민단체, 일부 정당의 반대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특별법으로 인한 예비타당성 조사가 면제되며 잇따른 평가들과 법 제정, 공모, 입찰 공지 등 어려 절차들이 빠르게 진행 중이다.
지난 2022년 이루어진 사전 타당성 조사에서 정부는 '가덕도신공항'을 오는 2034년 개항을 목적으로 계획됐다. 그러나 지난 2023년 3월 국토부 가덕도신공항건립추진단 정문경 가덕도신공항 기본계획 수립용역 자문위원은 “‘2030 부산엑스포’ 개최에 맞춰 가덕도신공항을 안전하게 개항하는 것은 매우 도전적인 과제로..”라며 개항 일정을 바꿨다. 그러나 지난 2023년 11월 엑스포 유치에 실패했다. 그러나 개항 시기는 2029년에서 변함이 없었다.
동일한 보고회에서 가덕도신공한건립추진단은 엄청난 국고가 투입되는 고난이도 사업을 무려 5년 6개월이나 단축해야 했기 때문에 공사 방식 역시 '매립식'으로 변경했다. 당시 박지홍 가덕도신공항건립추진단장은 해당 방법이 "안전을 확보하면서도 공사 기간 단축에 가장 유리한 것으로 검토됐다"고 덧붙혔다.
'가덕도신공항 건설공단'의 건설계획 중 가장 최근 조감도에는 '가덕도신공항'이 해상과 육지를 모두 사용하는 '반도' 형태 공항으로 그려져 있다.
이는 일본 '간사이공항'을 모티프로 바다에 완전히 떠 있는 해상공항 건설을 계획했던 부산시 계획에서 변경된 결과다. 지난 2011년 동남권신공항 용역 당시 부산시가 제시한 예상 조감도를 보면 활주로를 포함한 공항 전반을 매립이 아닌 '섬' 형태로 제작하려고 했음을 알 수 있다.
이후 국토부는 2022년 사전타당성조사 이후 떠 있는 것이 아닌 전체 해상 매립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2023년 기본계획에서는 육상과 해상에 걸쳐 가덕도 육지를 사용하는 매립식 공법으로 변경했다. 국토부는 공사 기간 단축과 예산 절감을 그 이유로 꼽았다. 이로써 가덕도신공항은 완전 해상 공항에서 전체 해상 매립 공항 그리고 부분 해상 매립 공항까지 두 차례 큰 계획이 변경된 것이다.
당겨진 개항 시기에 맞춰 주민 보상, 환경 평가, 도로망 건설 등 신공항 건설을 위한 단계들을 빠르게 밟고 있다. 그러나 짧은 공사 기간으로 지난해 10월, 4차 입찰 끝에 ‘현대선설 컨소시엄’과 수의계약을 맺었다.
-반쪽 짜리 공항 김해 대신 할 또 다른 반쪽에 불과?
앞서 말했듯 신공항 건설의 가장 큰 이유는 '안전'이다. 그러나 아직 삽을 뜨지도 않은 '가덕도신공항'에 여러 문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첫째로 활주로 폭이다. 현재 국토부 건설계획에 따르면 가덕도신공항은 길이 3,200m, 폭 45m의 활주로 1본으로 계획돼 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폭과 본 수다.
45m 폭은 민간항공기구 최소 기준에 불과하며 초대형 여객기는 착륙이 쉽지 않다. 아울러 60m의 폭을 가진 인천과 김해공항에 비해 좁다. 따라서 안전 확보 역시 어려우며 앞서 신공항 건설의 목적 중 하나로 밝힌 허브 역할을 해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한 활주로가 1본뿐으로 비상시 대처가 어려워지는 것 역시 문제 소지가 있다.
해상공항의 특성 상 바람과 안개 위험 지역이 될 신공항에 적합하지 않다는 시각도 나온다. 가덕도생존대책위원회에서 활동 중인 A씨는 “3대 째 가덕도에 살고 있는데 바람이 엄청 많이 분다. 일반 배낚시도 힘들다”며 신공항 건설을 우려했다.
이번 무안공항 제주항공기 참사로 항공사고에 복합적 원인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장애물'을 피하려면 해변이나 섬에 공항이 위치하는 것이 최선인 듯 보인다. 그러나 비행에서 보이지 않는 가장 위험한 장애물인 '바람'은 바다와 가까울수록 심해지기 마련이다.
기본계획안 상 동서방향의 활주로를 갖고 있는 ‘가덕도신공항’은 동풍이 우세하다는 기상청 통계에 의한 계획이다. 해당 통계의 오류로 동서방향 활주로가 안전성에 방해 요인이 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지난해 10월 7일 이루어진 국토부 국정감사에서 손명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활주로 배치가 동서방향으로 돼 있는데 이는 비행기가 측면 바람을 맞게 되는 것”이라며 지적했다. 앞서 제시한 전직 조종사의 통화에서도 알 수 있듯, 비행기는 이착륙시 바람이 가장 중요하다.
손 의원은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 타당성 평가 및 기본계획 수립용역 보고서를 참고하면 국토부는 2013년부터 10년 치 기상청 데이터를 참고했는데 2020년과 2021년만 동북동 방향이 우세풍이며 나머지는 북서방향이 우세풍임을 밝히며 주장을 이어갔다. 이어 “상식적으로 기상청 데이터에서 왜 2년 치만 동북동 우세풍으로 다른지 이상하다는 의문을 가져야 했다. 그런데 국토부는 이 데이터를 근거로 동서 방향으로 활주로 설계를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의원실에서 기상청에 2년 치 데이터만 왜 다른지 문의했더니 ‘당시 태풍 마이삭 때문에 (기상청 장비가) 고장 나 잘못된 데이터가 포함돼 삭제했다’는 답변을 받았고 다시 자료가 왔다”고 했다. 해당 자료에는 1년 중 3분에 2 이상이 북서풍, 남동풍 계열 우세풍이었으며 가덕도신공항 활주로는 이착륙시 가장 위험한 측풍 활주로로 설계된 것이다.
만약 현재 계획대로 세워진다면 국민의 ‘안전’을 목적으로 세워 질 반쪽짜리 공항 ‘김해국제공항’의 대안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개항 일정이 앞당겨진 만큼 빠르게 진행되어야 할 상황인 만큼, 본래 목적인 ‘안전’이 아닌 시공비와 기간 등 빠른 준공을 위한 해치우기식 행정절차가 되지 않을지 우려가 크다.
사진=국토교통부, 가덕도신공항건립추진단,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 부산시청, 유튜브 '국회방송', 한국공항공사, 손명수의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