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과학연구소, 태안 무인기 활주로 구축사업 '빨간불'..."피해만 있고 실속은 없는 속 빈 강정"

[ 국제뉴스 ] / 기사승인 : 2024-05-24 08:42:35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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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과학연구소(ADD)가 충남 태안군 B지구 내 기업도시 일원에 추진 중인 ‘무인기 활주로 구축사업(미래항공연구센터)’에 빨간불이 켜졌다. 사진은 23일 안면읍 행정복지센터에서 열린 주민설명회 모습. (사진 = 최병민 기자)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충남 태안군 B지구 내 기업도시 일원에 추진 중인 ‘무인기 활주로 구축사업(미래항공연구센터)’에 빨간불이 켜졌다. 사진은 23일 안면읍 행정복지센터에서 열린 주민설명회 모습. (사진 = 최병민 기자)

(태안=국제뉴스) 최병민 기자 =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충남 태안군 B지구 내 기업도시 일원에 추진 중인 ‘무인기 활주로 구축사업(미래항공연구센터)’에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해당 사업 추진과 관련 국방과학연구소(이하 ADD) 측의 주민설명회 이후 피해만 있고 실속이 없는 속 빈 강정에 불과하다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ADD 측은 22일(태안문화예술회관, 400여 명 참석)과 23일(안면읍 행정복지센터, 150명 참석)에 잇따라 주민설명회를 열고 ▲국방과학연구소 소개 ▲무인기 연구개발 ▲미래항공연구센터 개요 등에 대해 설명했다.

ADD는 2032년 운영을 목표로 내년부터 태안에 2천543억원을 투입해 약 125만4천㎡(38만 평) 규모의 미래항공연구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센터에는 길이 2.2㎞(향후 2.7㎞ 확장 계획)에 폭 45m의 활주로와 격납고, 연구실, 통제동, 시험실, 관제탑 등을 갖출 예정이다.

현재 사업 타당성 조사(10월 완료 예정)가 진행 중이며, 올 연말부터 예산 반영과 사업 승인 등 절차가 진행된다는 게 골자다.

23일 충남 태안군 안면읍 행정복지센터에서 열린 주민설명회에서 발언 중인 가세로 태안군수. (사진 = 최병민 기자)
23일 충남 태안군 안면읍 행정복지센터에서 열린 주민설명회에서 발언 중인 가세로 태안군수. (사진 = 최병민 기자)

22일과 23일, 잇따라 주민설명회에 참석한 가세로 태안군수는 “해당 사업이 본질과 다르게 너무 부풀려져 있는 것 같다”며 “기업유치·고용창출 효과 등을 철저히 따져보고 주민 뜻에 따를 것”이란 원칙을 분명히 밝혔다.

그러면서 “종전의 ‘무인기 활주로 구축사업’과 지금의 ‘항공연구센터’의 차이가 무엇인지 ADD 측은 성의 있게 답변해주기 바란다”며 “일부 언론 등 일각에서 200여 개의 업체가 들어올 것이란 주장도 했는데, 이 부분도 군민들께서는 물으시고 ADD는 답변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얼마 전, 남면 경로잔치에서 성일종 의원이 대한항공 등 업체에서 태안군을 방문해 가세로 군수에게 (미래항공연구센터가 들어서면) 200여 업체가 태안에 들어설 것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안다고 말하더라”며 “그래서 내가 성 의원과 통화하며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했냐고 따졌더니 답변을 못하더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가 군수는 “저는 지난 5월 2일에 처음 무인기 사업에 대해 공식적으로 들었고, 국방과학연구소, 충남도, 관련 기업들과의 MOU 추진 제안에도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며 “이 자리에서 당·부당 의견을 밝히지는 않겠다. 다만 일자리 창출, 경제 유발 효과, 세수 증대 등에 대한 명확한 근거 없이는 수용할 의사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23일 안면읍, 고남면 지역주민들과의 질의응답에 나선 오우섭 ADD 항공기술연구원장. (사진 = 최병민 기자)
23일 안면읍, 고남면 지역주민들과의 질의응답에 나선 오우섭 ADD 항공기술연구원장. (사진 = 최병민 기자)

이틀간 진행된 설명회에서 주민들은 미래항공연구센터가 들어설 경우 얼마나 많은 관련 기업이 유치돼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느냐에 큰 관심을 드러냈다.

지난 총선을 앞두고 유치추진위원회 측은 무인기 연구개발 활주로가 구축되면 그 주변으로 수십~200개의 대기업과 협력업체 생산·연구시설이 자연스레 따라올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23일 질의응답에 나선 오우섭 ADD 항공기술연구원장은 "충남 서산·논산·안흥과 경기 포천, 전남 고흥·영암 등에 분산된 군사용 무인기 연구개발시설이 태안으로 모여 미래항공 허브가 될 것"이라며 "하지만, 어느 기업을 몇 곳이나 유치할 수 있다고 단정해 언급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대목에서 마이크를 넘겨받은 충남도 관계자는 "미래항공연구센터가 구축되면 기업을 유치할 수 있는 기본 요건과 매력이 갖춰지는 셈"이라며 "이후에는 충남도와 태안군이 TF팀을 꾸려 적극 노력하다 보면 기업들은 자연스럽게 들어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설명회에는 대한항공, 한국항공우주산업(KAI), LIG넥스원, 한화시스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5개 항공우주 관련 업체 관계자들도 참석해 주민들에게 간단한 인사말을 전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의 한 관계자는 "군비행장 활주로와 무인기 활주로를 비교해선 안 된다. 무인기 활주로는 혐오시설이 아니라 부가가치가 무궁무진한 시설"이라며 "무인기 활주로가 입주하게 되면 연관 기업들이 들어오고 상호 협업이 이루어지면서 지역 발전을 견인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22일 태안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주민설명회에서 질문하고 있는 신형철 청산수목원장. (사진 = 최병민 기자) 
22일 태안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주민설명회에서 질문하고 있는 신형철 청산수목원장. (사진 = 최병민 기자)

태안읍, 남면 등 인접지역 주민들의 불만 여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중학생 아들을 둔 엄마라고 밝힌 한 주민은 "아파트에서 유치추진위 서명부를 보면서 인구가 늘고 지역 발전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을 갖고 이틀간 주민설명회를 들었지만 실망 그 자체"라며 "태안 전역이 군사보호구역 지정에 따른 피해가 우려되고,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고향을 물려줄 희망도 사라졌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신형철 청산수목원장은 “우리 남면은 한서대비행장과 한국타이어 주행시험장이 입주해 있고, 또 태안기업도시에 무인기 비행시험장이 들어설 경우 소음 천국이 될 것”이라며 “특히 무인기 비행시험장이 들어설 경우 인접지역은 군사시설로 묶여 주민 재산권 침해도 우려된다”고 불만을 표했다.

남면 양잠 2리에 거주하는 최선우 씨는 “집 건너편에 한국타이어 주행시험장이 있는데, 자동차 주행 시 들려오는 굉음과 바람에 흩날리는 먼지 등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그런데 또 활주로 얘기가 나오는데, '피해만 있고 실속은 없는 속 빈 강정'을 강력히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 외로 변영규 남면주민자치위원장은 입주예정지가 남면으로 예상되는 만큼 남면지역 주민들만을 대상으로 한 주민설명회 추가 개최를 요구했다.

이에 오우섭 ADD 항공기술연구원장은 태안군과 협의해 검토하겠다는 긍정적인 답변을 했으나, 충남도 관계자는 현 단계에서 주민설명회를 추가로 개최하는 건 곤란한 측면이 있다고 선을 그었다.

또한 박용성 태안군의회 의원은 이날 국방과학연구소 측이 무인기 활주로 사업구역 반경 500m 주변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 및 군사보호구역으로 제한을 요청한 사실을 공개하며 ADD 측에 확인해 줄 것을 요구하자, 오우섭 원장은 자신의 업무가 아니라며 즉답을 피했다.

주민설명회에 참석한 충남도 관계자는 “국방과학연구소(ADD)가 태안기업도시 일원에 추진 중인 ‘무인기 활주로 구축사업’ 즉, 태안 미래항공연구센터는 찬반 논쟁보다 어떻게 잘 만들어갈 지부터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연관 기업 유치를 위해 충남도와 태안군이 최대한 협력할 예정인 만큼 태안군 주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추진 중인 ‘무인기 활주로 구축사업(미래항공연구센터)’ 예정지인 태안기업도시 일원 위성 촬영 모습. (사진 = 태안군 제공)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추진 중인 ‘무인기 활주로 구축사업(미래항공연구센터)’ 예정지인 태안기업도시 일원 위성 촬영 모습. (사진 = 태안군 제공)

민영뉴스통신사 국제뉴스/gukje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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