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뒤처진 현대차 자율주행…정의선 리더십 포장됐나

[ 더리브스 ] / 기사승인 : 2026-01-05 13:04:49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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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황민우 기자]
현대차 정의선 회장. [그래픽=황민우 기자]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도 알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 개발이 뒤처졌다는 사실을 말이다. 미래 차 전환을 선언한 지 수년이 지났지만 달라진 건 크게 없었다.



자율주행 사업이 뒤처진 데엔 말 못 할 배경이 있었다. 수조원대 투자를 단행했지만 정 회장이 영입한 자율주행 부문 외부 인사는 부진한 성과만 남긴 채 떠나 인사 공백만 남았다.



그럼에도 정 회장 리더십은 지난 연말에 이르러 포장된 분위기였다. 정작 전문 인력인 내부 직원들은 부실 성과로 속이 탔던 정황을 보면 정의선 책임론은 언제든 고개를 들 수 있다.





정 회장, 뒤처진 자율주행 현 위치 인정





정 회장은 지난달 5일 열린 ‘기아 80주년 기념행사’에서 자율주행 기술 개발이 경쟁사 대비 뒤처져 있다고 말했다. 미래 차 전략 핵심으로 꼽혀온 자율주행 분야에서 경쟁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음을 최고경영자가 직접 인정한 셈이다.



이 같은 발언은 처음이 아니다. 정 회장은 지난해 1월 그룹 신년회에서도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전환을 추진하고 있으나 경쟁에서 뒤처진 측면이 있다고 언급했다. SDV가 자율주행을 구현하는 핵심 기술이라고 보고 당시에도 경쟁력이 부족함을 스스로 드러낸 셈이다.



정 회장이 자율주행 기술을 선도하겠다고 포부를 밝힌 2020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그간 자율주행 경쟁력을 끌어올릴 만한 구체적 성과나 전략 수정, 조직 운영 방식 변화는 뚜렷하게 확인되지 않았다.





정의선표 외부 인사 전권 체제, 남은 건 수장 공백






현대자동차. [그래픽=황민우 기자]
현대자동차. [그래픽=황민우 기자]




최근 업계에서 현대차가 자율주행 선도 포부를 내비치고도 이를 인정받을 만한 성과는커녕 방향성도 잘 못 잡았다는 지적이 나온 중심엔 정 회장이 있다. 정 회장은 미국 수출 저력을 이끌어온 직원들보단 수장으로 세운 외부 인사에게 과하게 힘을 실어줬단 평가를 받는다.



정 회장은 지난 2021년 4월 스타트업 포티투닷(42dot) 창업주 송창현 대표를 영입함과 동시에 TaaS(서비스로서의 교통) 본부를 신설해 그를 본부장으로 앉혔다. 이듬해 현대차는 포티투닷을 인수했는데 이례적으로 정 회장은 그가 포티투닷 대표를 겸직하도록 허용했다.



이는 정 회장이 그룹 자율주행 기술 개발 방향을 총괄하도록 힘을 실어준 결정이었는데 결과적으론 리더십 오판으로 꼽힐 수 있는 대목이다. 포티투닷 인수 과정에서 송 대표는 보유 지분 36.19%를 매각해 약 2640억원을 확보하고 경영권 인수로 구주 매각을 통해 1500억원 이상을 추가로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질적인 사업 성과가 나오기도 전에 대규모 현금을 거머쥔 송 대표에게 성과를 내기 위한 절실함을 기대하는 건 무리였다. 지난 2024년 정 회장은 송 대표 중심 조직을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본부로 격상하고 첨단차플랫폼(AVP)을 신설해 본부장 겸직을 맡겼지만 결국 그는 부진한 성과로 지난달 초 사임했다.



정 회장이 자율주행 사업에 자금을 쏟아부은 건 이미 수조원이었다. 포티투닷에 약 2조원, 지난 2020년 설립한 미국 자율주행 합작사 ‘모셔널’에는 5년간 약 5조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현대차는 여전히 자율주행 ‘추격자’에 머무르게 됐으며 연말 사장단 인사를 마무리했지만 미래 차 사업을 총괄할 후임도 아직 정하지 못했다.





외부인사 여파 컸던 현대차…정의선 책임론 대두 가능성





현대차 미국 진출은 올해로 40주년을 맞았다. 정몽구 명예회장이 품질경영을 고집하며 미국 시장에서 신뢰를 쌓아놓은 토대 위에 현대차는 3년 연속 사상 최대 판매 기록 달성을 눈앞에 뒀다.



선대가 닦아 놓은 길 위에서 정 회장은 자율주행을 미래 성장 축으로 제시하며 현대차가 날개를 펴도록 리더십을 보여야했지만 송 대표 여파는 컸다. 현대차는 매년 12월 마지막 주 신년회 일정을 공지해 왔지만 올해는 일정조차 확정하지 못한 채 새해를 맞았다. 자율주행 전략 방향조차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그룹 차원이 내놓는 공식 메시지는 끝내 없었다.



다만 크리스마스 이브날이었던 지난달 24일 정 회장은 자율주행 핵심 거점인 포티투닷 본사를 직접 찾았다. 현황 점검과 차량 시승을 통해 개발 성과를 격려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간 송 대표를 전폭 지원해왔던 정 회장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듯 뒤늦게 현장에 방문한 건 직원들로선 씁쓸함을 느낄 수 있는 행보다.



그도 그럴 것이 송 대표는 정 회장이 영입한 인물이었던 만큼 조직 안팎에서 그가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한채 자율주행 연구개발 방향성이 흔들린다는 지적이 나와도 누구 하나 쓴소리를 하기 어려운 분위기였다는 게 관계자 전언이다. 연구개발 주체들 간에 잡음이 나와도 견고했던 송 대표 중심 체제에서 상당수 내부 연구원들은 소외감을 느꼈다는 얘기도 있었다.



현대차는 국내 대기업 가운데 이직률이 낮은 조직으로 연구 인력이 장기간 조직에 머물며 기술과 경험을 축적해온 구조다. 내부에서 제기된 문제의식이나 우려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배경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현재로선 ‘정의선 리더십’이 강화되고 부각되는 모습이다. 문제는 이 같은 흐름이 되레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정 회장 본인이 직접 영입한 인사로 빈수레가 요란했던 상황에서 인사 공백이 장기화되거나 제대로 된 후속 구상이 없다면 미래 전략 전반을 둘러싼 ‘정의선 책임론’이 대두될 수도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 이항구 연구자문위원은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현대차 자율주행 기술은 한때 경쟁력을 평가받았지만 이후 순위가 크게 떨어지며 후퇴한 것도 사실”이라며 “현재는 다시 정비하겠다는 방향만 제시됐을 뿐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지나 어떤 성과가 나올지는 아직 명확히 설명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기술적으로 어디까지 와 있는지에 대해서는 내부에서도 명확히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중요한 것은 선언이 아니라 결과이고 그 결과가 언제 나올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더리브스 질의에 “자율주행 기술 개발은 다소 늦은 편이지만 격차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안전”이라며 “그룹 차원의 역량을 결집해 SDV 기업으로의 전환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의선 책임론’에 대한 질문에는 “정확한 답변을 드리기 어렵다”고 했다.



마선주 기자 msjx0@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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