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데일리 조남준 기자] 정부가 2026년도 수소차 보급사업 예산을 전년보다 줄여 편성한 가운데, 차종별 보급 물량 조정이 실제 보급 추세와 지자체 수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현장에서 수요와 보급 실적이 꾸준히 증가해 온 수소버스(저상)는 물량과 예산이 축소된 반면, 상대적으로 보급률이 낮았던 수소버스(고상)는 확대되면서 예산 편성의 합리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수소차 보급사업은 수소승용차, 수소화물차, 수소버스, 수소폐기물청소차 등의 보급 확대를 위해 구매 보조금을 지원하는 대표적인 무공해차 정책이다. 그러나 2026년도 예산안에서는 보급 총량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차종별 특성과 현장 수요가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최근 발간한 2026년도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예산안 분석자료에 따르면, 2026년도 수소차 보급사업 예산은 총 5,762억 원으로 전년 본예산 대비 1,456억 원, 2025년 제2회 추가경정예산 대비 623억 원이 각각 감액됐다.
차종별로 보면 수소승용차 6,000대(1,350억 원), 수소버스(저상) 800대(1,680억 원), 수소버스(고상) 1,000대(2,600억 원), 수소화물차 10대(25억 원), 수소폐기물청소차 10대(72억 원), 스택 교체 100개(35억 원) 등이 편성됐다. 전체적으로 보조금 단가는 유지한 채, 보급 물량만 차종별로 조정한 구조다.
문제는 이 같은 물량 조정의 방향이다. 2025년 제2회 추가경정예산과 비교하면 수소승용차는 7,300대에서 6,000대로, 수소버스(저상)는 1,190대에서 800대로 각각 줄었다. 반면 수소버스(고상)는 810대에서 1,000대로 늘어나며 예산도 전년 대비 23.5% 증가했다.
최근 수년간의 보급 실적을 보면 수소버스 차종은 전반적으로 증가세를 이어왔다. 수소버스(저상)의 경우 계획 대비 보급 달성률이 2021년 30%에서 2024년 67.8%까지 꾸준히 상승했고, 수소버스(고상) 역시 2023년 34.0%에서 2024년 52.7%로 개선 흐름을 보였다.
특히 저상버스는 대중교통 노선에 즉시 투입이 가능해 활용도가 높고, 실제 운행 현장에서의 수요 증가가 확인되고 있다는 점에서 정책적 우선순위가 높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지자체 수요조사 결과 역시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한다. 2026년도 수요조사에서 수소버스(저상)는 904대, 수소버스(고상)는 842대로 집계돼 두 차종 모두 수요가 확인됐지만, 저상버스 수요가 오히려 더 높은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예산안에서는 저상버스를 줄이고 고상버스를 늘리는 선택이 이뤄지면서 “보급 실적과 지자체 수요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의 본질을 ‘총량 관리 중심의 물량 조정’에서 찾고 있다. 예산 감축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감축이 어떤 차종에 어떻게 배분됐는지가 정책 효과를 좌우한다는 것이다.
수소버스와 같은 공공·상용 부문은 충전 인프라 접근성, 운행 노선, 지자체 재정 여력 등 복합적인 조건이 작용한다. 차종별로 보급 단계와 성숙도가 다른 상황에서 일괄적인 물량 조정은 오히려 정책 효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차종별 ‘보급 성숙도’를 기준으로 한 예산 배분 체계 도입을 제안한다. 초기 확산 단계에 있는 차종과 이미 현장 수요가 형성된 차종을 동일한 기준으로 감축·확대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지자체 수요조사를 단순 참고자료가 아닌, 실제 보급 물량 산정의 핵심 지표로 활용하는 ‘지자체 수요 연동형 물량 조정’ 필요성도 제기된다. 수요조사 결과와 예산 편성 간 괴리가 반복될 경우 정책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이와 함께 ‘총량’보다 ‘구성’ 중심의 정책 재설계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수소차 보급 정책의 성과는 보급 대수의 총합이 아니라, 어떤 차종이 어디에 얼마나 투입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예산 총량을 줄이더라도 실효성이 높은 차종과 영역에 집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최근 보급 실적과 지자체 수요 변화를 보다 면밀히 분석해 2026년도 수소차 보급사업의 차종별 계획 물량과 예산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수소차 보급 확대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총량 관리’보다 ‘구성의 정합성’을 우선하는 정책 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